세계교회협의회(WCC) 따라가면 교회가 죽는다. 진보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포용주의 신앙무차별주의 다원주의를 수용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최근의 영국감리교회(Methodist Church in Britain)의 죽음이 이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WCC 회원교회인 영국감리교회는 존 웨슬리가 전개한 복음운동에서 태동했다. 영국국교회(성공회)에서 분리하여 독립했다. 세계 감리교회들의 모체이다. 세계 감리교는 장로교보다 훨씬 더 많은 신도수를 지니고 있다. 감리교(Methodism) 운동은 근대 기독교의 중요한 움직임이다.
영국 <크리스턴투데이>는 보도에서 영국감리교가 죽었다고 대서특필했다. “감리교는 죽었다”(Methodism? Dead)라고 보도했다.
영국감리교회가 죽었다는 것은 조직체가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기독교 고유의 정체성과 영적인 생명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의미이다. 영국감리교회는 출범한지 237년 만에 신앙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영국감리교회는 1784년에 영국국교회(성공회)에서 분리 독립했다. 왜 한 시대를 풍미한 영국감리교회가 죽음을 맞게 되었는가?
교회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성경이 제시하는 복음을 포기하고 자유주의 신학 또는 진보주의 일변도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교회의 중심축이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과 감리교가 강조해 온 복음적 신앙에서 이성적이고 사변적인 사상으로 이동한 결과이다. 교회가 기독교 신앙의 규범인 성경과 교회의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자유주의 신학과 도덕적 낙관주의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진보계 WCC 에큐메니칼 운동과 궤를 같이 하여 활동해 온 탓이다.
영국감리교회의 죽음의 과정은 최근에 동성결혼을 승인한 것에서 확인되었다. 구성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그 교회를 떠나거나 조직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좌충우돌하고 있다. 영국감리교회는 구약성경, 신약성경, 예수께서도 금하는 것을 결행하고, 드디어 남자 사위 여자 며느리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도들은 드디어 영국감리교회의 죽음이 현실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영국감리교회는 당초 성경을 최종적인 권위로 여기는 신앙고백 위에 세워졌다. 웨슬리가 “세계는 나의 교구다”라고 한 1739년의 그의 편지는 성경을 근거로 자신의 행동을 다음과 같이 변호한다.
“나는 신앙이나 실천에서 성경이 말하는 법칙 이상 다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성경의 하나님이 나에게 무지한 자들을 가르치고 악한 자들을 개혁하고 덕 있는 자들을 격려하도록 명령한다. 사람이 이런 일들을 남의 교구에서 못하게 금지하지만, 나는 나의 교구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온 세계를 나의 교구로 바라본다.”
웨슬리의 이 고백적 선언에는 교회조직에 충성하기 보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신념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서 말씀하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른다는 원칙이 담겨 있다. 이것은 그에게 절대적인 사안이었다. 영국국교회의 규칙은 상대적인 것이며, 따라서 이를 어기더라도 절대적인 것에 충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감리교회는 20세기 후반부에 이르러 에큐메니칼 운동에 발맞추어 선교를 지나치게 사회적, 정치적, 인간화 일변도로 추진했다.
20세기의 감리교 사회선교는 하나의 신학적 이데올로기로 변했다. 패러다임이 바뀌자 사회선교의 원동력인 복음적 신앙과 복음주의적 사랑이 사라졌다. 영국감리교회는 WCC 에큐메니칼 운동에 걸맞게 복음이 아니라 사회와 세상에만 관심을 가졌다. 웨슬리안들의 고유한 복음과 사회봉사의 균형과 조화를 잃었다.
앞에서 언급한 영국의 <크리스천투데이>(Christian Today)의 특종보도는 “감리교는 죽었다. 는 영국감리교회가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한 사안을 다룬 글이다. 2021년 6월 30일 버밍엄에서 모인 영국감리교회 총회는 신도들의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결정을 했다.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찬성 254, 반대 46으로 결정했다.
“감리교 안에서 [결혼]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된다. 한 가지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결혼, 그리고 다른 한 가지의 결혼은 어떤 두 사람 사이의 결혼이다. 감리교는 두 가지 이해를 모두 확인한다.”
영국감리교회는 자신이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고 역사적 기독교 신앙을 가진 교회라고 말하면서도 탈기독교적인 것을 허용했다. 영국감리교회 소속 캐롤린 로렌스 목사는 “오늘은 우리가 믿는 교리를 떠난 날이자 그 기준선을 그은 날이다” 하고 탄식했다.
영국의 감리교회는 정말로 죽었는가? 베이커는 슬프지만 한마디로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교회가 결혼과 같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주제에 대해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를 믿을 때, 그 교회는 성장은 고사하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분쟁하여 집이 설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마 12:25). 예수를 그리스도와 주로 고백하면서도 그 분이 가르친 것과 반대되는 것을 결정하고 따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맺음말
왜 유럽과 북미의 교회들이 시류를 따라가는 강한 세속화 현상을 보이는가? 교회가 현대 진보적 기독교계를 풍미한 WCC 에큐메니칼 운동의 영향 아래서 포용주의, 신앙무차별주의, 다원주의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도 일컬어지는 탈구조주의, 해체주의, 문화 마르크스주의라는 시류에 편승한 세속화의 결과이다. 이러한 시류의 중심에는 프랑스인 자크 데리다와 미셀 푸고의 해체주의 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 진보계 에큐메니칼 신학은 교회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역사적 기독교에서 진보계 신학 또는 에큐메니칼 신학으로 신학패러다임을 바꾸면 교회는 죽음을 맞게 된다. 이것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 흘려 세운 주님의 몸이다. “너희는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WCC 따라가면 교회가 죽는다. 이 외침은 교회를 보호하려는 한 신학자의 애절한 권면이다. WCC와 진보계 에큐메니칼 운동을 받아들임은 죽음을 향한 행진이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