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칼뱅은 목회자의 야망이 큰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대안으로 코람데오(하나님 면전에서)의 정신으로 살라고 했다. 병약한 몸 상태였지만 로마 가톨릭, 야당 지도자, 이단들의 도전 앞에서도 하나님의 면전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을 지녔다. 순탄치 않았던 27년 목회생활에서 자신이 먼저 야망을 버리고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을 가졌다.
목회자나 평신도 중 다수가 감성과 영성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칼뱅이 지녔던 영성은 지금의 감성적 영성과 큰 차이가 있다. 신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 목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목회자는 무조건 말씀과 성령이 함께해야 한다.”
-오늘날 목회자들이 칼뱅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칼뱅의 신앙이다. 그것은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청렴한 자세에 있다. 개혁교회 목사들 가운데 심방제도를 맨 처음 활용한 분이 칼뱅이다. 그는 조카가 흑사병에 걸려 격리돼 있을 때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찾아가 격려하고 기도했던 목회자였다. 약이 없던 당시로선 정말 목숨을 건 행동이다. 이후 조카가 죽자 자녀들을 데려다가 키웠다. 칼뱅은 돈에 대한 탐심도 없었다. 제네바에서 봉급을 받았지만 의식주에 필요한 것만 검소하게 쓰고 나머지는 구제활동에 썼다. 그가 전개한 종교개혁은 결국 도덕적 청렴성으로부터 시작했다.”
-기독교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다. 무엇보다 지도자 교육이 절실하다. 칼뱅은 피란생활을 할 때 그 시대에 유명한 장 스트룸이라는 교육학자에게 자문해 1559년 제네바대학의 모체인 제네바아카데미를 만든다. 그리고 대학총장을 자기보다 14세 어린 데오드르 페자에게 물려주고 목양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칼뱅의 바람은 간소했다. ‘아버지 하나님, 이 학교가 경건과 학문이 있는 학교가 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것이었다.”
-잘못 전달되는 값싼 복음, 변질된 복음을 어떻게 봐야 하나.
“복음은 기쁜 소식이지만 절대 글자 풀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복음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장강대해(長江大海)를 이루는 하나님의 창조, 사랑, 은혜, 구원의 소식이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목회자들이 복음을 제대로 설교하지 않고 있다. 복음 대신 심리학, 긍정적 사고를 전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좋다. 그러나 복음은 긍정에서 긍정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자기부정을 거쳐 긍정으로 간다.
-강단의 설교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설교는 그냥 성경본문을 읽고 느낀 대로 설명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구속사적 입장에서 성경을 꿰뚫어 호박 줄기를 당겼을 때 호박이 줄줄 따라오는 것처럼 엮어 나와야 한다. 하나의 사건, 팩트만 볼 게 아니라 팩트 배후에 있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읽어야 한다. 한국교회 문제는 교회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욕심이 나오고 인본주의 사상이 나온다. 교회의 문제는 설교의 문제, 목사 자신의 문제다. 결국 성경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최근 종교다원주의자들이 타종교와 연합해 한국교회를 공격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성경은 종교다원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종교다원주의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한 서구교회가 우리가 믿는 이 복음, 신앙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으로, 교회로, 칼뱅의 바른 종교개혁 신앙으로, 소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 십자가의 실천방안은 무엇인가.
“복음은 예수님의 고난, 십자가 죽음이 핵심이다. 교회는 예수 십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너무 이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는다는 것과 교회를 위해 충성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줬지만 그 다음단계가 부족했다. 구속함이 받은 자로서 어떻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구체적으로 주님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세상의 변호와 견인차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십자가 복음대로 살기 위해선 예수 믿고 구원 받아도 십자가 앞에 날마다 가까이 가야 한다. 십자가 앞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나와 상관없다’는 주님의 말씀을 늘 기억해야 한다.”
-목회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목회자들이 십자가 복음보다 현대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그런 말씀을 골라하는 경향이 있다. 교회사적으로도 313년 콘스탄티누스 1세 때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지하교회에서 지상교회로 올라오면서 새로운 계층을 맞이하면서 복음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교회는 권력 맛을 들 때 타락한다. 권력을 더 컨트롤하기 위해 만든 게 교황제도이고 고해성사, 마리아 숭배사상이다. 이처럼 목회자는 세속화의 길, 권력을 탐해선 안 된다. 인본주의 세계관에 넘어가면 안 된다. 목회자는 소명의 나사를 바짝 조여야 한다. 성경으로, 순결하고 원색적인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목사님이 야전사령관이라고 한다면 성도는 전쟁터에서 사탄의 세력과 대치해 총부리를 겨누는 보병과 같다. 최고 사령부도 중요하지만 적과 대치하는 소총수가 졸면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성도의 삶은 마치 휘발유를 넣고 달려가는 자가용과 같다.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잘못된 교리와 세속주의 풍조를 교회에서 씻어내고 다시 그 속으로 달려 들어가야 한다.”
-한국교회에 한마디 말씀해주신다면.
“한국교회는 지난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7만명의 순교자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많은 성도들이 성경을 아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책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 성경을 전하기 위해 얀 후스는 화형을 당하고 윌리엄 틴데일은 교수형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바른 신앙, 바른 복음, 바른 성경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바쳤다. 우리는 이런 숭고한 가치를 너무 값싸게 받으려 해선 안 된다.”
◇ 정성구 박사: 총신대 신대원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화이트필드신학교를 졸업했으며, 총신대와 대신대에서 40년간 칼뱅주의와 실천신학을 가르쳤다. 총신대 대신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칼빈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