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습성과 윤리
이광호(목사, 실로암교회)
운전습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는 교통질서를 많이 위반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은 잊은 채 불평불만이 많다. 다른 차량이 조금만 자기보다 지나치다 싶으면 저절로 욕이 나오는 듯하다. 그런이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것이 잘못인 것 조차도 모르는 성 싶다. 정말 위험한 곡예를 함으로써 다른 차량을 크게 놀라게 했다고 판단되었을 때야 비로소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채 혼자말로 한마디 '미안!' 하면 끝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얼마든지 그럴수 있다는 자세다.
나는 기독교 목사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학생들이 종종 묻는다. "교수님, 성경이 말하는 빛과 소금의 직분을 어떻게 잘 감당해야 할까요?" 나는 그럴 때 마다 즐겨하는 말이 있다. "운전대를 잡고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데서도 그렇게 살 수 없다". 운전하는 동안에는 신분이 감취어지고 웬만한 잘못을 해도 그냥 지나쳐 버리면 그만이다. 사고만 내지 않으면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것이다.
우리의 윤리를 가늠하는데 있어서 운전습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운전대를 잡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없이 자기 갈길만 챙기는 자를 우리는 윤리적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볼 수 없다.
자동차 유리창에 가리워 남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서 이웃에 대한 배려없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라면 참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이웃에 대한 배려없는 우리의 이기심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고 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비윤리적 수준의 종합적 결과인데도 자신은 그로부터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역시 비윤리적인 사회의 한 단면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