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교회는 2년이라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메타버스 세계로 진입하게 됐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아직 개념 잡지 못한 성도들은 전 세계 교회가 벌써 메타버스 시대로 진입했다는 말을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이러스 공포를 피해 행했던 비대면 예배가 메타버스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메타버스 교회는 다가올 미래의 고민 대상이 아니다. 이미 진입한 현재 교회가 신중하게 해야 할 고민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교회들은 메타버스 시대에 대한 막연한 낭만에 빠져 있는 듯하다. 마치 메타버스 시대는 타락한 문화 속에서 교회의 탈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메타버스 시대를 앞두고 시중에 나온 서적들은 교회 교사들을 메타버스 교회를 위한 디지털 영적 전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한다. 교회는 메타버스를 위기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역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이런 주장이 타당할까? 구호는 멋지지만 정말 성경적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시대 교회는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전략이 성경적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성경적인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별 고민과 비판 없이 수용했다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위기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메타버스 시대, 가상공간에 교회를 세우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몇 가지 화두를 던져보고자 한다.
첫째, 메타버스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가 극도로 제한된 공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두 종류의 계시를 주셨다. 첫째는 성경이라는 ‘특별계시’이고, 두 번째는 자연이라는 ‘일반계시’다. 여기서 자연이라는 일반계시는 특별계시(성경)를 이해하고 사모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 계시를 통해 우리는 아버지 되신 하나님을 이해한다. 가정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이해한다. 4계절과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의 운행과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통해 하나님의 속성과 섭리와 영광을 바라보게 된다. 바울이 지적한 것처럼 이런 자연을 통한 계시를 통해서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그들 속에”(롬 1:19) 보이게 된다. 이를 통해서 불신자들은 전도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되고, 신자들은 복음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풍성해진다.
그런데 만일 사람들이 이런 일반계시와 단절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일지 생각해 보라. 향후 세상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메타버스로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옮기려 한다.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알기 전에 가상공간에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에 다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직장생활과 모든 취미 생활을 하게 되며, 더 나아가 성생활(sex)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메타버스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실제현실(real reality)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도무지 구분할 수 없는 세계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세대는 가상현실이라는 거짓 계시가, 자연을 통한 ‘일반계시’를 대치하게 될 것이다. 공포스럽게도 미래의 세대들은 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하나님께서 신자와 불신자 모두에게 주신 성경(자연을 통한 계시)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다음 세대가 메타버스 세계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법칙을 통한 일반계시가 아닌, 프로그래머가 정한 법칙과 원리에 의한 거짓 계시가 일반계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의해 사람들에게 주입된 원리들은 타락한 본성에 최적화된 계시가 당연한 법과 진리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므로 메타버스는 두 번째 문제를 자동으로 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프로그래머가 메타버스 세계의 신(하나님)이 된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세계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며, 하나님이 통치자이시다. 그러나 메타버스 세계는 사람이 창조한 세계며, 그 세계의 통치자가 된다. 물론 메타버스 세계도 궁극적으로 말한다면 하나님의 피조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피조세계는 하나님을 대적하고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위해 창조된 반역적 영역이다. 이는 마치 전체주의 사회도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허락 가운데 존재하는 사회지만, 그 사회는 결국 철저히 하나님을 대적하고 인간을 비인간화한다는 차원에서 반성경적인 것과 같다. 전체주의 사회가 주는 문제점이 무엇인가? 왕이나 독재자가 하나님의 자리를 찬탈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바로 보지 못하도록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바로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메타버스 세계는 철저히 프로그래머가 정한 룰(rule)에 의해 통제된다.
그리고 이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하나님의 일반계시로부터 철저히 차단된다. 개인의 정보는 중앙에서 철저히 감시된다. 디지털화된 사유재산(비트코인)도 중앙에서 철저히 제한 통제 될 것이다. 메타버스 사회에서 인간의 생활 방식은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사람에 의해 정해진다. 그 공간에서 하나님은 완전히 소외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공간에서 기독교는 어떻게 싸울 방법이 없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작가가 경고한 것처럼 어떤 개인도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종교와 개인적인 판단이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담임/ 카도쉬 아카데미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