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사회 영역에서의 주권
칼빈주의에서는 국가와 별개로 존재하며 국가의 우월성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신만의 권위를 갖는 가족, 사업, 과학, 예술 등을 “사회적 영역”이라고 이해한다. 이 사회를 응집체로 파악하지 않고 각각의 독립적 특성을 존중할 때, 우리는 “국가와 사회의 대립”을 말할 수 있다. “이 대립은 국가가 이 사회 영역의 우위에 있지 않으며 함부로 이 영역을 침입할 수 없음을 뜻한다.” 카이퍼에 의하면 “사회는 유기적이며, 국가는 기계적이다.” 사회 영역은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유지된다. 사회 영역의 이런 특징은 인간 활동이 자연을 다스리는 창조의 규례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에 국가는 창조의 규례로부터 유기적으로 자라난 권위가 아니라 죄로 인해 왜곡된 인간 생활을 위한 단순한 치료책에 불과하다. 카이퍼는 “국가의 권위 못지않게 하나님께서 창조의 규례에 따라 사회 영역에 심어 놓으신 주권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권위라는 기계적 영역과 다른 한편 사회 영역의 권위라는 유기적 영역은 주권이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하나님 외에 자신보다 더 높은 것을 두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칼빈주의의 주장이다.
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간 가운데 모든 권위의 원천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법률을 넘어서 하나님 안에 있는 영원한 권세의 원천을 보게 하기 때문에 법률의 불의성에 쉬지 않고 항거하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
카이퍼에 의하면 “유기적인 사회적 권위는 각각의 영역에서 천재, 대가, 거장 등의 주권적 능력으로 나타난다.” 학문영역에서는 천재들이 그 시대를 지배하며 학파를 형성한다.
예술 영역에서는 대가들이 그 권위를 발휘하여 아무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모든 자를 다스린다. 인격의 주권적 능력은 모든 개인 생활에서 자신의 영역을 다스린다. 대학은 학문적 지배권을 발휘하며, 예술원은 예술의 힘을 소유하고,길드는 기술적 지배력을 발휘하고, 노동조합은 노동을 지배한다. 또한 가정 영역에서는 혼인, 교육, 소유 등에 대한 권리가 자생한다. 그리고 생활의 필요에 따른 지역 단위의 생존 영역이 형성된다.
카이퍼는 이 모든 사회 영역에서의 주권은 하나님께서 직접 부여해 주신 것이기 때문에, “국가는 이 영역들에 대하여 법률을 강요할 수 없고 각 영역에 내재하고 있는 법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게는 이 자율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강제할 수 있는 세 가지 권리와 의무”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1. 상이한 영역이 충돌할 때마다 각 영역의 경계에 관하여 서로 존중하도록 강제하는 권리와 의무. 2. 이들 영역에서 개인과 약한 자를 나머지 사람의 남용된 권력에서 보호하는 것. 3. 모든 사람이 국가의 자연적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개인적 그리고 재정적 부담을 담당하도록 강제하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은 행정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법에 달려있다. 법이 각자의 권리를 표시하고, 국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국가의 주권과 사회 영역의 주권이 협력할 수 있는 출발점이 생긴다. “어떤 형식이나 방법으로든지 모든 계급과 지위에서, 모든 집단과 영역에서 건전한 민주주의적 의미의 법률 제정과 정부에 대한 합법적이고 질서정연한 영향력을 보장하는 것은 칼빈주의의 계획이었다”고 카이퍼는 말한다. 칼빈주의에 의하면 “서로 다른 영역을 침범하거나 그러한 것을 인정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범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를 위한 투쟁은 각자의 영역에서 개인의 의무가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