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칼빈주의는 학문을 제 영역에 회복시켰다.
카이퍼는 두 번째 요점으로 “중세 때 도외시되었던 우주론을 칼빈주의가 회복시킴으로서 학문을 제 영역에 회복시켰다”고 말한다. 칼빈주의만이 “우리를 계속 십자가에서 창조로 돌아가도록 장려하는 자신의 지배적인 원리와 그에 못지않은 일반은총(gratia communis) 교리와 이제 성경이 그 안에서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숨겨 있다고 하는 저 의의 태양에 의하여 조명된 우주의 광대한 영역을 학문에 다시 활짝 열었다”고 카이퍼는 단언하고 주장한다.
5.2.1. 칼빈주의의 일반적 원리
모든 사람은 기독교가 본질적으로 구원론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성경은 어떤 형태의 이원론(dualism)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카이퍼는 말한다.성경은 오히려 그리스도를 창조의 중보자로 제시하고 있으며, ‘영혼의 중생’만 아니라 ‘우주의 새롭게 됨’도 말해준다(마 19:28).
또한 미래의 최종적인 산물은 구원받은 영혼들의 영적 존재뿐만 아니라 전체 우주의 회복이다. 회복은 첫 창조의 구원이며,계속 구원이 될 것이며, 우리 하나님이 원래 손으로 지으신 것에 대한 신정론이 될 것이다. 우리의 구원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나 하나님의 영광이 훨씬 큰 중요하다.
이와 같이 “복음의 광범위하고 포괄적이고 우주적인 의미(de brede, alomvattende, kosmologische betekenis van het evangelie)를 다시금 파악하고 되살려낸 이는 칼빈”이라고 카이퍼는 밝혀준다.칼빈주의는 중세에 유행했던 “세상에 대한 경멸과 현세적인 것에 대한 무시와 우주적인 사물에 대한 평가”를 단번에 종식시켜 버렸다. 칼빈은 하나님을 아는 두 방도로 성경과 자연을 제시했고, 또한 성경을 ‘안경’으로 비유하여 이 안경으로 우리가 자연의 책에 하나님이 손으로 기록하신 하나님의 생각을 다시 해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5.2.2. 일반은총론
그러나 칼빈주의가 주장하는 “죄로 인한 전적 부패(total depravity by sin) 교리는 우리의 생활 경험과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점을 카이퍼는 인정한다. 우리는 불신자들 가운데서 “탁월한 문학 작품이나 천재의 불꽃이나 재능의 광채”를 발견하곤 하고, “아름다운 성품과 열정과 헌신과 사랑과 솔직함, 신실함 그리고 성실감과 같은 소위 이교도의 덕”을 명백하게 목도하곤 하기 때문이다. 카이퍼는 여기서 인간 본성이 선하다거나, 타락후 덧붙여진 은사는 빼앗겼어도 자연적 은사는 남아 있다는 식의 설명을 거부하고, “한편으로는 가장 절대적 의미에서 우리의 죄 개념을 택함으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은총 교의로 타락한 사람 안에 있는 선한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 칼빈주의적 방식임을 소개한다.
하나님은 일반은총으로 “사람 안에서 죄의 활동을 억제하되, 부분적으로는 그 세력을 부수심으로서, 부분적으로는 사람의 악한 영을 길들임으로써 그의 나라와 가정을 교화시키심으로써 억제하신다.” 물론 중생하지 못한 자의 매력은 사람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죄의 방식은 예전처럼 해롭다. 일반 은혜는 “죄의 핵심을 죽이지 않으며, 영원한 생명으로 구원하지 않고, 죄의 완전한 실현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악을 억제하신다. 그리고 악에서 선을 내는 것은 하나님이시라”고 카이퍼는 말한다.
그러므로 카이퍼에 의하면 “칼빈주의자는 인간의 죄악된 본성을 비난하는 일에 태만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이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게 하시고, 개인적으로 두려운 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불신자들 가운데 나타나는 온갖 보화들과 선의 출처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는 “교회 뿐만 아니라 세상도 하나님께 속하며 이 둘에서 최고의 경영자와 건축가의 걸작을 탐구”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게 된다.
하늘에 속한 것 뿐 아니라 이 땅위에 속한 여러 분야에 대해서도 연구하고자 하는 신성한 의무를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칼빈주의 진영에서 가장 심오한 탐구자가 스스로를 부단없이 하나님 앞에 범죄한 죄인으로 여기고, 세상 일에 대한 그의 찬란한 깨달음이 오직 하나님의 긍휼로 인함이라고 여기는 것은 이 영광스러운 일반 일총교의 덕분이다.”고 카이퍼는 결론짓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