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2. “우리는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함을 얻습니다. 결코 우리 자신의 선함이나 미덕으로 의롭다함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답변 2. 두 번째 질문은 칭의가 결코 우리 자신의 어떤 미덕이나 선함으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질문 2-1. 어떤 이유로 칭의는 믿음으로 말미암습니까?
질문 2-2. 어떤 이유로 칭의는 우리들의 선함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믿음으로만 말미암습니까?
답변 2-1 어떤 측면에서는 오직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칭의와 구원의 조건을 성취하십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는 믿음도 칭의의 조건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구원의 조건이라고 하는 일상적인 의미로 이해할 때, 믿음은 구원과 칭의의 유일한 조건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믿음에 수반하고 믿음으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도 칭의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수많은 구절을 보면, 칭의와 구원에 관한 여러 가지 조건 명제 안에 그것들(믿음에 수반하고 믿음으로 파생되는 것들)이 다양하게 조건의 자리에 들어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언급되고 있는 바 믿음에 수반하고 믿음으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것들이란, 하나님께 대한 사랑, 형제들에 대한 사랑,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해 주는 것,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선한 자격들과 행위들입니다.
또한 영생을 얻기 위해서 믿음 이외에도 우리가 추구하고 이행해야 할 것으로 성경이 우리에게 직접 제시하는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성경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것들을 이행하거나 성취한다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지만, 반대로 우리가 그것들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성취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믿음이 칭의의 유일한 조건이라면, ‘믿음은 칭의의 조건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함을 얻는다’라는 성경 구절의 의미를 과연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분명히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시지 않으셨다면, 그래서 칭의를 살 수 있는 값을 치르지 못하셨다면, 우리에게 그 어떤 자격이 있다 할지라도 우리가 의롭다함을 얻는 것은 적당하고 합당한 일이 결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신의 계시된 법을 따라 신자를 의롭다하시는 이유는 틀림없이, 신자가 의롭다함 얻는 것을 합당하게 만들어 주는 무엇인가를 이 믿음이라는 자격 안에서 보시기 때문입니다.
믿음이라는 이 자격 안에 신자가 의롭다함을 얻는 것을 합당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기 때문에 신자를 의롭다 하신다는 것입니다. 의롭다함을 얻는다는 것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권리와 함께 죄 사함을 받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우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함을 얻는다’하는 표현을 보게 될 때, ‘믿음으로 말미암아’라는 표현에 대해서 달리 해석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인정하실 만한 사람, 하나님께서 인정하시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요, 현재 다루고 있는 칭의 문제와 관련시켜 말하자면 우리를 칭의 은혜의 적법한 수혜자로 만드는 것이로구나!”라고 해석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믿음 이외의 다른 여러 가지 것들도 칭의와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는 것들 중에서 우리로 하여금 칭의 은혜를 얻기에 합당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오직 믿음뿐입니다.
답변 2-2. ‘어떤 이유로 칭의는 우리들의 선함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믿음으로만 말미암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질문할지도 모릅니다.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의롭다하시는 은혜를 얻기에 합당한 자격을 갖도록 만들어 준다면, 그래서 우리가 그 은혜를 받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적당하거나 합당한 것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의 거룩이나 우리에게 있는 하나님의 형상 중에서 믿음 못지않게 탁월하고 믿음 못지않게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고 있으며 믿음 못지않게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다른 부분들은 왜 우리에게 그만한 자격을 주지 못하고, 왜 그만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인가?
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의로움이나 선함으로 의롭다함을 얻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말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이 은혜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합당하다는 하나님의 판단이 우리 안에 있는 그 어떤 자격이나 그 어떤 행동의 탁월함이나 선함을 고려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믿는 신자가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하나님께서 판단하시는 이유는 결코 믿음 안에 있는 그 어떤 탁월함이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이 은혜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의롭다함을 얻는데, 믿음은 바로 그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에게 연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함을 얻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관계나 연합은 (그것이 실제로 무엇이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모든 은혜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권리의 근거입니다. 그러므로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와 참된 신자의 연합을 다음과 같은 연합에 비유하는 것을 합당하다고 생각하십니다. 몸의 지체들이 머리에 연합되어 있는 것. 몸의 지체들은 머리에 연합되어 있음으로써 머리에 있는 생명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나무 가지가 나무에 연합되어 있는 것. 나뭇가지가 나무의 수액과 생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나무에 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연합되어 있는 것. 아내가 남편과 모든 소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남편과 맺고 있는 관계 때문입니다.
율법에 보면 남편과 아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 몸으로 간주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와 참된 그리스도인들 사이에는 법적인 연합이 존재합니다. 그 결과 온 우주의 최고 심판자이신 하나님께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둘을 하나로 여기십니다.
믿음은 그 사람 편에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위에서 말한 연합을 이루게 만드는 바, 그 사람에게 있는 그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의 속죄와 공로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고 그것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값주고 획득하신 모든 은혜를 누릴 권리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성경적 근거는 성경의 표현대로라면 그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모든 공로와 모든 은혜를 우리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리스도 자신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소유했거나 우리가 그리스도께 연합한 결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