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의가 없는 사람을 결코 의롭다 하실 수 없습니다! 칭의의 선언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을 완전히 의로운 사람으로 공포하시는 것입니다. 칭의 선언에서 하나님은 그 사람을 완전히 의로운 사람으로 공포하시는 것입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면, 그 사람은 의롭다함을 얻은 다음에도 또 다른 칭의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속죄로 인해 그 사람의 죄가 제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사람의 칭의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을 의롭다고 칭하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이 죄가 없고 결백하다고 선언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은 자신이 속해 있는 법과 관련하여 올바른 상태에 있고 생명을 상으로 얻기에 합당할 만큼 완전히 의롭다고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우리의 보증인이셨기 때문에 사람의 죄책을 짊어지신 후에 고난을 받으시기 전까지는 사면될 수 없으셨고 순종을 하시기 전까지는 상을 받으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개인의 자격으로 사면되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대표 자격으로 사면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사면 안에서 사면됩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개인의 자격으로 순종에 대한 상을 받으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대표 자격으로 상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순종 안에서 상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의롭다함을 얻으신 것은 두 가지 모두를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곧 우리 대신 짊어지셨던 죄책으로부터 놓임받으셨다는 것과, 우리 대신 순종하신 일에 대한 상으로 승귀(乘歸)와 영광을 받으셨다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오직 신자들만이 믿는 즉시 그리스도께서 얻으신 이런 의롭다하심에 참여하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예수는 우리를 의롭다 하심을 위하여 살아나셨느니라”(롬 4:25)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본래 그리스도는 성부 하나님과 전적으로 동등하셨기 때문에 성부 하나님께 복종해야 할 의무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을 대신하는 자리에 서야 할 그 어떤 의무도 없었고, 사람의 법 아래 굴복해야 할 어떤 의무도 없었으며, 어떤 상태로든 하나님께 복종해야 할 그 어떤 의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 사이에 언약이 먼저 체결되었고, 그 언약에 따라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이 되셨고 율법 아래 나셨습니다. 그 언약에 따라 그리스도께서는 자원하여 율법 아래 처하기로 책임을 맡으셨고, 순종하고 고난받으시기로 책임을 맡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언약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행하시기로 책임 맡은 모든 일들은 하나님 보시기에 이미 실제로 행해진 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언약에 근거해서 하나님이 행동하신 것을 보면 이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일들이 실행되기 한참 전에도 그 모든 일들이 이미 실행된 것처럼 행동하시며 죄인들을 의롭다 하시고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성부 하나님과 더불어 언약을 체결하신 이후에 그리스도께서는 율법을 순종해야 하고 형벌을 받아야만 하는 두 가지 책임을 모두 짊어지게 되셨습니다. 왜냐하면 언약이 체결되는 순간부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보증인 또는 대표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순종의 행위는 목숨을 내어놓으라는 계명에 대한 순종이었습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시는 일은 그리스도의 순종 가운데 중심적인 행위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없이 큰 어려움을 수반하는 명령에 대한 순종이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순종을 시험하는 가장 중대한 시금석인 명령에 대한 순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종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입증하신 하나님께 대한 자기의 경외심과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경외는 그 순종에 수반하는 어려움만큼이나 위대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토록 영광스러운 상을 하나님께로부터 받으신 까닭은 주로 이런 순종의 행위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자기 자신을 죽음에 내어 주신 일은 우리의 구원을 획득한 유일한 순종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전 생애를 통해서 한 순간도 빠짐없이 우리 구원의 공로가 되는 순종 행위를 이행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자기 자신을 죽음에 내어 주신 일은 화목을 이루는 유일한 고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전 생애에 걸쳐 한 순간도 빠짐없이 당하신 모든 고난이 화목을 이루는 고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순종이 무한한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그렇게 순종하신 그리스도의 인격이 무한히 존귀하기 때문이요, 동시에 그런 순종을 이행하기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무한한 대가를 자원하여 지불하셨기 때문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