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무오하다>고 하나. 생각할 점들이 몇가지 있다. 성경의 종류가 많다. 영어 성경만 해도 100 가지가 넘는다. 한글판도 적어도 10가지나 된다. 그런데 성경마다 번역하는 사람들의 번역철학에 따라서 각각 조금씩 다르다. 각각 다른 단어를 쓰기고 하고 다른 문장을 쓰기도한다. 가장 쉬운 예로 로마서 5:1에 보면 어떤 성경은 “화평을 누리도다”라고 되어 있고 어떤 성경은 “화평을 누리자”로 되어 있다. 원문에서는 ECHOMEN EIRENEN 인데 "o" 냐 아니면 "w" 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번역이 나오는가 하면 그 이유는 이러하다.
옛날 성경은 요즘 같은 고급 인쇄용 종이를 사용한 것이 아니고 PAPIRUS 를 사용했고 잉크는 숯 검정(soot)을 물에 타서 사용하였고 나일 강에 흔하게 서식하는 갈대를 꺾어서 만든 PEN (stylus)으로 글을 썼다. 이런 papyrus 가 오래 가지 못하고 7년만 되면 글씨가 희미해지게 마련이고, 글씨가 희미해지면 성경내용이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으므로 옛날 사람들은 6년 혹은 7년마다 성경을 복사하고 옛 성경은 불에 태우거나 혹은 항아리에 넣은 다음 땅속에 묻어 버렸다. 1947년 이스라엘이 독립하기 전 해 여름 예루살렘 동방 사해 서북부 Qumran에서 발견된 사해 두루마리들 (Dead Sea Scrolls)은 모두 이런 연고로 항아리에 넣어 굴속에 묻어 두었던 것들이다.
성경을 복사하는 방법은 몇 사람을 앉혀 놓고 한 사람이 서서 복사할 부분을 읽어주면 사람들이 받아쓰는 형식인데 간혹 비슷한 단어의 발음을 잘못 들어 엉뚱한 단어를 쓰는 수도 있고, 한 단어 빠트리는 수도 있고 같은 단어를 두 번 쓰는 수도 있게 된다. 가령 5명이 앉아서 한 사람이 읽어주는 성경을 복사했는데 모두가 꼭 같지 않고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하자. 그 5명이 복사한 각각 조금씩 다른 성경사본들을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읽을 것이며, 또 7년이 되면 각각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복사하고 오래된 성경은 땅속에 묻든지 불태워 없애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전에 언급한 로마서 5:1이 설명된다. 문제의 로마인서 5:1에서는 읽어주는 사람이 발음을 조금 잘못하여 길게 뺄 것을 짧게 “에코멘” 하면 받아적는 서사(amanuensis)들이 듣기에 따라서는 echomen 인지 echwmen 인지 혼동하게 된다. 그래서 한 사람은 장모듬으로 echwmen 이라고 기록하고 어떤 분은 단 모음으로 echomen 이라고 기록한다.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는가? 하고 말한다면 문법적으로 볼 때 장모음을 사용하여 echwmen 이라고하면 헬라어의 접속법이므로 “Let us have" 의 의미이고 만일 단모음을 사용하여 echomen 이라고하면 헬라어 문법에서 ”We have" 의 뜻이다. 전자를 우리말로는 “누리자” 후자를 “누리도다‘ 라고 번역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복사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로 인하여 가끔 <오늘의 셩겅을 믿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은 독일의 Gutenberg 가 16세기에 인쇄기 (Printing Press) 를 발명할 때까지 수백번 복사하고 복사했다. 그리고 신약 성경에 장과 절을 구분한 것은 원래부터가 아니고 1550년대의 Robert Stephanus 에 기인한다. 그전에는 신약성경은 대소문자 구별도 없이 모두 대문자 (Uncial)로 기록되었고, 구두점도 없었고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띠어 쓰기도 없었다. 이렇게 여러 번 북사하여 오늘까지 내려온 성경의 내용을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원의 도리를 가르쳐 주는데는 조금도 지장이 없도록 하나님이 역사하셨다.
성경의 잘 모르는 어두운 곳은 성경에 밝히 나타난 곳에 비추어서 해석한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장 참고). 그래서 성경은 같은 내용이 여기저기에 여러 번 나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1970년대에 Princeton 신학교 신약학 교수로 계시던 Bruce M. Metzger 라는 분이 새로운 성경을 편집한 적이 있었다. 이분은 성경은 부피가 너무 크고 같은 내용이 여기저기에 반복되므로 한번 기록된 말씀은 다른 곳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다시 편집하여 성경을 3분의 2 크기로 고쳐 놓았다. 처음에는 30불에 팔리던 그 반쪽 성경이 나중에는 2불로 값이 폭락했다. 그 성경의 이름은 Readers' Digest Bible 이라고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