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란 무엇인가? 요일 3:4에는, “죄를 짓는 자마다 불법을 행하나니 죄는 불법 (anomos)이라고 했다. 여기서, “불법”이란 단어는 “하나님의 법이 아닌 것”을 말한다. 그것이 anomos이다.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Shorter Catechism(소 요리문답서) 제14문에 보면, “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는데 대답은, “죄는 하나님의 법을 순종함에 부족한 것이나 혹 어기는 것이니라”라고 답하고 있다. “죄”의 정의(定義)는 하나님의 법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사람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법을 사람이 제멋대로 낮추어서 그것을 지키므로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요일 1:8에는 앞서 언급했듯, “죄 없다하면 스스로 속이는 자요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라는 말씀대로 온전히 이 땅에서 성화가 완성되어 완전히 거룩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성도를 “거룩한 백성”이라고 하는데 정말 흠과 티가 없어서 그렇게 불리는 것인가? 아니다. 거룩해서 거룩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그의 독생자 그리스도 예수가 십자가에서 이룩한 의(義, dikaiosune, 디카이오수네)를 우리에게 전가(impute, 轉嫁)하여 “의롭다고 보아 주셔서” 성도라고 불리어 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imputation of Christ's righteousness(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라고 한다. 십자가 보혈의 공로 때문에 우리 성도들을 “거룩하다”라고 일컬어 주시는 것뿐이다(We are counted as righteous owing to His death on the Cross).
전에도 언급했듯, 성경 어디에 보아도 사람이 죽기 전에 완전해진다는 약속이나 완전해진 인물이 없다. 성령의 도움으로 완전해지려고 애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완전해져서 죄를 지을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의 기준을 인간들이 지킬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어서, 그 낮추어진 수준의 말씀을 지킬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일점일획(一點一劃)도 가감할 수 없고 변경시킬 수 없는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훼방이다. 육신을 가진 인간은 세상에 살 동안 완전에 이르지 못하는 죄인들이며, 육신을 갖고 있는 한(限) 죄를 짓지 않고 못 사는 인간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죄가 없는 상태에는 아무도 이르지 못한다. 성도가 완전해 지는 것은 성도가 죽는 날, 아니면, 주의 재림 때 이루어진다. 그 때까지 성도는 성경 읽고 기도하며 성령의 도움으로 옛 사람을 죽이기 위한 싸움을 지속할 뿐이다.
완전주의자들이 말하는 바, 성경에서 완전한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 인물들, 즉, 노아(창 6:9), 욥(욥 1:1), 아사(왕상 15:14)들도 그들의 평생에 죄를 도무지 짓지 않은 것이 아니라, 믿음을 통해서 하나님이 죄 없다고 보아 주셔서 죄가 없는 것이다. 성도 누구에게나 모두 아담에게서 물려받은 죄가 있지만, 예수의 보혈로 씻음을 받아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죄가 없다고 인정해 주시기 때문에 우리가 의인(義人)이요 또한, 성도인 것이지, 우리의 옛 사람이, 즉 우리의 죄가 하루 아침에 아주 없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세상에 죄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나님 앞에서 말이다. 요한복음 8장에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불륜의 여인을 붙들고 주님에게 끌고 와서, 모세의 율법에 따라서 돌로 여인을 칠 것을 종용한 일이 기록되어 있는데, 누구보다 모세의 율법을 잘 알고 경건한 바리새인들 중에서 누가 돌을 던졌는가? 아무도 없었다. 왜? 모두가 죄인이기 때문이므로. 죄란 외형적인 것만을 말함보다도 마음으로 짓는 내면적인 죄를 말한다. 직접 형제를 살인한 적이 없어도 마음으로 그를 미워하면 이미 살인했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요일 3:15). 성경에 나오는 가장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도 죄를 지었고, 때에 따라서는 무서운 죄를 짓기도 했다. 마음으로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한 것이 인간이다. 노아도, 아브라함도, 모세도, 욥도, 다윗도, 엘리야도 모두 그러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죄를 상습적으로 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죄를 미워하며, 죄를 범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아주 죄를 짓지 않는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