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시종일관 하나님을 말한다. 기도와 관련한 이야기가 갈피갈피 골고루 스며들어 있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기도가 위대한 것은 곧 인간의 삶 가운데 미치는 하나님의 손길과 영광이 크고 넓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성경은 일관되게 이 진리를 증언하는 길고 긴 간증이다.
창세기를 보면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같은 족장들이 하나같이 친밀하고 솔직하게 하나님께 기도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우상숭배가 판치는 소돔과 고모라에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끈덕지게 구했던 아브라함의 기도(창 18:23)는 특별히 눈길을 끈다. 출애굽기에서 모세는 기도를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집트 탈출과 해방을 담보하는 도구로 삼았다. 기도라는 선물은 이스라엘을 위대한 백성으로 만들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가 그에게 기도할 때마다 우리에게 가까이 하심과 같이 그 신이 가까이 함을 얻은 큰 나라가 어디 있느냐"(신 4:7).
따라서 기도하지 않는 건 단순히 종교적인 계율을 어기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대하지 않는 행위다. 주님의 영광을 거스르는 죄에 해당한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삼상 12:23). 다윗이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쓴 시편 가운데는 "기도를 들으시는 주"(시 65:2)께 호소하는 노래가 수두룩하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지어 바치며 장대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께 성전에서 백성들의 기도를 들어 달라는 요청이 성전을 위한 간구의 핵심이었다. 솔로몬이 가장 간절하게 구했던 것은 기도라는 '선물' 그 자체였던 셈이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다른 민족들도 "주의 크신 이름과 주의 능한 손과 주의 펴신 팔의 소문을 듣고 와서 이 성전을 향하여 기도"하게 되기를 소망했다(왕상 8:42). 기도가 그저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일임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대목이다.
구약성경 욥기는 주로 욥이라는 인물이 엄청난 고난과 고통 속에서 기도로 나가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말미에서 하나님은 냉담한 욥의 친구들을 꾸짖으시며 "욥이 너희를 용서하여 달라고"(욥 42:8, 새번역) 기도하지 않으면 징계를 거두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
구약 시대 선지자들의 사역에서도 기도가 두루 배어 있다. 기도는 하나님 말씀이 선지자들에게 임하는 통상적인 경로였다. 바빌론으로 끌려갔던 유대 민족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었던 것도 결국 기도의 소산이었다. 포로생활은 이방 민족과 성읍을 위해 기도하라는 명령에서 출발했다(렘 29:7). 다니엘은 하루에 세 번씩 동족들의 죄를 회개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길 요청하며 응답해 주시길 기도하다가 바빌로니아 권력자들의 손에 처형될 위기에 몰렸다. 세월이 흘러서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게 되었을 때, 느헤미야는 중요한 고비마다 며칠씩 기도하면서 슬기롭게 리더십을 발휘했다.
팀 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