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의지
지성을 사용하여 연구하고 배운 내용이 묵상과 기도를 통하여 가슴에 적용되면, 의지는 그 내용을 실제로 실천하고자 하게 됩니다. 바르게 알고 바르게 감화되었다면 바른 열매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에스라가 율법을 낭독하며 가르치자 백성들은 울며 회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애통해 하는 선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가 주님의 교훈과 우리 하나님의 명령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교훈을 따라, 모든 아내들과 그들에게서 난 자식들을 내보내기로 우리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율법에 따라 행하겠습니다(스 10:3).”
이처럼 참된 지식은 반드시 참된 감정으로 이어지고, 그 감정은 의지를 움직입니다. 물론, 참된 지식과 감정의 영향이 아닌 자기 의지로 얼마든지 외적인 종교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가장 속기 쉬운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행위는 우리 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의지를 움직이는 내적인 힘은 우리 자신이 아닌, 경건과 생명의 능력이신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받아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진 우리의 의지는 신앙생활에 강력한 능력이 됩니다. 은혜로 거듭난 의지의 작용은 단순히 인간적인 수준의 강한 정신력이나 의지력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거듭난 의지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넉넉하게 감당해냅니다. 그런 의지를 사용하는 이에게 주님의 고난과 멍에는 쉽고 가볍게 다가오게 됩니다(마 11:30). 그들은 많은 고난과 환란을 믿음으로 이겨냅니다(행 14:22).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된 의지는 세상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고 해도 꺾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합니다(히 11:34~38). 천만인이 에워싸 진을 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며(시 3:6), 악한 무리를 쳐부수고 하나님을 의지하여 기막힌 담을 뛰어넘게 하는 것입니다(시 18:29).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일을 억지로 버티는 것이 아닌, 기쁨과 자원함으로써 넉넉하게 감당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참된 지식과 올바른 감정은 우리의 의지를 새롭게 하여, 사람이 실제 삶 속에서 거룩한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것입니다.
“빛 안에 있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아직도 어두움 안에 있다(요일 2:9).”
그러므로 이러한 열매는 결국 우리 신앙의 진실성을 판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됩니다. 누군가를 긍휼히 여긴다고 하면서 그 사람을 실제로 도와주려는 의지와 행실이 없다면, 그런 감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누군가를 진정으로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과 마음을 함께하면서 짐을 나누어 지게 되는 일이 참으로 마땅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식과 감정을 따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듯이, 감정과 의지 역시도 따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함을 아는 지식은 그 거룩함을 사모하는 감정을 낳게 되며, 또 그러한 감정은 곧 거룩해지고자 하는 삶의 추구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된 의지는 그리스도의 군사로서 거룩한 분노를 발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우리가 진정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그것을 생명을 다해 지키며 보존하려고 하게 되듯이, 진정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뜨겁게 사랑하여 그분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기로 작정했다면 진리를 대적하는 거짓이 활개 치는 일을 그냥 못 본 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나 혹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저주를 받아야 마땅하다(갈 1:8).”
4. 이 모든 것은 성령의 도우심과 우리의 추구로써 이루어집니다
이와 같은 신앙의 일은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하나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마귀는 환경과 잔재하는 죄성을 통해 우리가 온전한 신앙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게 끊임없이 훼방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라도 넘어지고 요동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성령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기를 온 마음을 다해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와 같이 균형 있게 전인격적으로 거룩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진리를 체득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길이가 어떠한지 전인격적으로 깨달아가면서, 신앙이 더욱 견고해져 가는 것입니다(엡 3:18). 그렇게 진리를 체득하는 사람의 믿음은 굳건해지며, 삶 속에서는 그리스도와 닮은 모습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온통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하는 일로 가득하며, 그의 손과 발은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일을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따라 힘껏 지성, 감정, 의지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여러분이 되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에 비추어주신 그리스도의 영광의 빛이 우리의 전인격을 매일 새롭게 하여, 우리 삶 속에 더욱 풍성한 열매가 맺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더욱 힘써 너희의 부르심과 택하심을 굳게 하여라. 너희가 이런 것들을 행하면 결코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벧후 1:10).”
각주
1 마틴 로이드 존스, 『로마서강해 10권』, 서문강 옮김, CLC, 2000, pp. 242, 243.
2 조나단 에드워즈, 『신앙감정론 (Religious Affections)』, 정성욱 옮김, 부흥과개혁사 p. 222.
3 토마스 왓슨, 『묵상의 산에 오르라 (The Christian on the Mount: A Treatise on Meditation)』, 조계광 옮김, 생명의말씀사, pp. 146, 147.
4 Thomas Watson, 『Gleanings from Thomas Watson』, Morgan, Penn.: Soli Deo Gloria, 1995, p. 106.
발체: 리폼드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