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정체성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언어를 난폭하게 사용하면 언어폭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까지도 언어를 난폭하게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기도 하지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분들도 있어서 언어 수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대개 말의 실수가 많은 상황은 운전할 때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내 자동차 곁으로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려드는 행인을 볼 때 깜짝깜짝 놀라게 되고 이미 입에서는 거친 언어가 튀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본능적으로 방어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후에 바로 후회하게 됩니다. 조금만 참을 것을 하고 말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욕쟁이 목사님들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윤리적으로 덜 문화화한 사회에서 욕설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대신 풀어 주는 대용 언어로서 쾌감을 주게 된 것입니다. 일제의 탄압, 6.25의 상흔, 보릿고개 등등이 하루하루의 삶이 한이 서리게 하였던 시절입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감히 여인의 입에서 욕설을 내뱉기는 부담스러운 것이었지만, 대신 퍼부어 대는 사람이 있으면 통쾌한 쾌감이 온몸을 감싸고돌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목사님이 나 대신 쏟아내니 얼마나 후련하였겠습니까? 시원하고 통쾌하고 즐거워 아멘을 연발하였던 것이지요. 참석자의 대부분이 여인들이라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어느 부흥사 목사님의 언어는 '이니은연, 저니은연'으로 시작해서 '이니은연, 저니은연'으로 끝나는 것이 예사였지만 참석자들은 대개가 은혜를 받았다고 하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예 설교단에서 욕설하고 설교단 아래에서는 "아멘"을 연발했으니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새로운 형태의 욕쟁이 목사님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설교단에서는 품위 유지를 위하여 전혀 세속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다가도 설교단만 내려오면 그냥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조금 다른 방면의 이야기입니다마는 지성적인 그리스도인들이라는 분들까지도 그 언어 사용이 적절하지 못한 것을 보면서 문화적인 그리스도인들은 많지만, 복음적인 그리스도인들은 적은가에 의심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다음은 어느 장로님의 글 중의 머리글입니다.
"지난 신묘년은 정말 다사다난했습니다. 새해 임진년에도 우리로 하여금 계속 감동적인 바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분은 유명하신 대학교 교수님이셨고 장로님이신데 어찌 저러시는가 하면서 글의 내용은 좋은데 서두에서 관습적인 어투로 실수하시는구나 생각이 되어서 보는 분들의 수정을 위해서 그 글에 대한 댓글을 이렇게 올렸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글의 서두에서 '지난 신묘년, 새해 임진년'이라는 말로 인사를 하시는군요. 이는 동양철학 사상인 육십갑자와 12지간에서 비롯된 세상 사람들의 언어입니다.
어느 교회 홈페이지에 보면 목사님의 인사말에서도 그런 실수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총회장 되시는 분들의 인사말에도 그런 실수를 하더군요. 언어란 정체성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언어가 있음을 분별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허물도 많고 실수도 많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의 언어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다운 언어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석봉 / 수원신학교 성경원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