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영성적 역기능
이제 인터넷이 그리스도인의 영성 유지와 성장에 방해가 되는 측면을 살펴보자.
첫째로, 인터넷은 도덕적 타락을 조장한다.
인터넷은 어떤 정부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세계적 네트워크이자 어떤 경찰도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는 범죄의 온상으로서, 유혹의 마수가 여기저기 깔려 있는 위험한 세계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메일만을 사용하려고 해도, 그들에게 주소가 포착되면 하루에도 여러 개의 부도덕한 정크메일이 들어와 있다. 윤리의식이 철저하지 못한 사람들은 호기심에서 열어보게 되고, 그것과 연결된 끝없는 링크들로 인해 극도로 변태적인 동영상의 포르노 세계로 빠져들기 쉽다. 더구나, 아직 신앙과 윤리가 정립되지 못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넘쳐나는 음란 사이트에 접하기 시작하면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호기심으로 인해, 또한 자기 방에서 혼자 늦은 밤에 사용한다는 환경상, 사실상 절제가 불가능하며, 그러한 포르노의 영향은 그들의 영성 형성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또한 채팅에서 익명성을 구실로 비윤리적인 교제를 은밀히 즐기는 죄악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능동적으로 불건전한 사이트를 찾아 다니는 것은 말할 나위 없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연결되어 접하게 될 수 있다. 우리의 조용한 사생활이 인터넷을 통해 침해받고 공격받음으로써 영성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인터넷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불필요한 정보로 가득 채운다.
우리 정신은 정보를 받아 축적하면서 그 정신 세계를 형성하게 되므로, 어떤 정보가 지배적으로 들어오느냐가 매우 결정적이다. 사실 우리의 영혼은 그처럼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매스 미디어를 통하여 매일 과잉 정보를 받아 들이게 된다. 더욱이 인터넷의 생활화는 정보의 홍수를 불러온다. 그것은 우리 정신 세계를 쓸데없는 정보로 가득 채워버림으로써, 마치 다 써버린 하드디스크와 같이 정신적 여유를 상실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불행한 상황을 초래한다. 이러한 부정적 정보들은 무의식에 숨어 있다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상하여 우리의 영혼을 괴롭힐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 그리고 인간과 인격적 교제를 나누며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이 가난한 영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현대인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매일 우리의 정신 세계를 가득 채워버림으로써 영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지엽화된다.
셋째로, 인터넷은 우리의 내면 세계를 황폐화한다.
가끔 인터넷을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사람은 무관하지만, 인터넷을 매일 몇 시간씩 습관적으로 즐기는 사람은 점차 중독에 빠지게 된다. 프랑스의 텔레라마가 스무 가정을 대상으로 텔레비전을 한 달간 제거하는 실험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너무 많이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시간을 이용하려고 의도했던 가족 간의 대화도 할 말이 없어 당황해 하는 ‘내적 공허(inner void)’ 또는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oid)’의 실상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3 그로 인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한 달이 지난 후 6개월 연장을 제의하였을 때에는 한 가정만 제외하고 열 아홉 가정이 이에 찬성하였다. 텔레비전이 습관을 통하여 우리의 내면세계에 차지하는 공간이 매우 크며, 그 중독성을 치유하는 데 5년이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인터넷 중독은 보다 더 심하다. 왜냐하면 인터넷에는 보다 더 저급한 정보가 범람하며 감각적이고 오락적인 형태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영성에 필수적인 고요함과 깊이는 인터넷의 경박함으로 황폐화되고, 후기자본주의의 포스트모던 문화는 ‘정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넷째로, 인터넷은 인격적 관계능력을 약화시킨다.
미디어는 현실과 우리 사이를 차단하고 그 속에서 안주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는 정보의 차단과 오도, 또는 역정보(disinformation)라는 역기능을 초래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문제만 중요하고, 거기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에서는 뉴스의 현장이나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동정하지만,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도와줄 수는 없다. 따라서, ‘실천 없는 동정자’가 된다.
실제 현장에서 그런 상황을 직면하여도, 영상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무의식적으로 그 현장을 텔레비전적 상황으로 인식하여 유사하게 반응하며 실제적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컴퓨터는 이러한 기능에 가상현실을 추가한다. 또한, 세계적 네트워크의 발생은 자기의 사회통제능력에 대한 포기와 함께 일종의 자기생존전략과 자기방어논리로서 외부와 단절하고 최소자아로의 자기퇴행 또는 자기도취에 안주하는 현실과의 단절을 초래한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는 부담이 없지만, 그것이 편해질수록 실제적인 대인관계능력은 약화되며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에 모든 일을 인터넷 앞에서 처리하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자기공간에 칩거하는 재택근무의 확산도 인격적 사회관계의 파괴와 공적 공간의 죽음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한다. 영성의 본질이 관계능력이기 때문에, 이는 영성에 치명적이다. 성도들과의 교제도 점차 부담스러워지고 약화된다. 인터넷의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려고 컴퓨터와 인간의 인터페이스를 인간화하여 보다 기계적 느낌을 중화시키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시청각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도 느끼게 하는 컴퓨터가 개발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허위와 기만의 세계일 뿐이다.
다섯째로, 인터넷은 교회관에 혼란을 야기한다.
이미 사이버교회가 출현하였으며, 이러한 인터넷교회가 21세기에 번창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아직은 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삼차원의 가상현실 기재를 사용하면 실제로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느낌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버교회는 본래 교회의 머리인 예수께서 의도한 성도의 공동체가 아니며, 인격적인 교제와 사랑, 성례와 봉사도 없는 머리 속의 교회에 불과한 것으로, 그릇된 교회관에 근거한 것이다. 더욱이, 교회에 비판적이고 실천에 인색한 지식중심의 기독교인에게는 사이버교회가 편리하겠지만, 이러한 사이버신앙의 형태는 유형교회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진정한 실제적 성도의 교제(communio sanctorum)를 거부함으로써 결국 관계적 영성을 고갈시킬 것이다.
기술결정론과 도전적 영성
앤소니 기든스는 「현대성과 자아정체성」에서 현대사회는 오로지 “현대성 그 자체의 동학에 의해” 발전한다고 진단하였다. 이 말은 현대의 모든 체계와 발전방향이 도덕이나 종교같은 ‘외부적 기준’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자본주의의 확대명령에 의해 진행된다는 뜻이다. 매스 미디어를 장악한 자본은 행복한 생활의 목표를 설정해 주고 그에 상응하는 상품을 소비하도록 만들며, 이러한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도 마찬가지로 조작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숭배자들은 기술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세계의 통치자는 하나님이며, 역사는 테크놀로지가 주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은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개발이라는 일반은총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숭실대의 최태연 교수는 인터넷의 성패가 “그것이 구속사의 목적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역기능만 가진 부정적 매체가 아니라 순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의 지혜롭고 절제된 선택적 사용은 영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미디어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실제로는 미디어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소효과이론’, 혹은 ‘제한적 효과이론’도 제시되었다. 인간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 그리고 선택적 기억(selective retention)이라는 신비한 메커니즘을 통해 문화 선택을 수행한 결과이다.
실로 인터넷은 새로운 세계로서, 흑암의 세력이 인터넷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건전한 사이트가 많이 개설되어야 하며 사랑의 봉사를 제공해야 한다. 인터넷의 순기능을 이용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선교적 이용을 확장하며, 인류를 오도하는 타종교나 사교들이 판치지 못하도록 교회가 상대적으로 수준높고 유익한 사이트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더 나아가 인터넷의 음란사이트나 비윤리적인 정보를 제거하는 정보윤리운동을 전개하며, 인터넷의 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석/총신대(B.A.)를 나와, 미국 칼빈신학교(M.Div., Th.M.), 네덜란드 자유대학교(Drs.theol., Dr.theol.)에서 공부하였다. 개혁신학교 교수 및 신학연구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