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I. 믿음을 수호하는 길 (Defending the Faith)
1. 신학에서 이성 (理性) 의 문제
변증학의 명제(命題, theme)는 무엇인가? 변증학은 흔히 이론적인 논쟁이라고 오해 받기 쉽다. 그 이유는 변증학은 논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증학의 근본적인 목적은 자연인에게서 그 검은 안경을 벗기고 육안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보도록 하며 천지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을 알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독인의 근본적인 과제는 바로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있다. 그것은 자연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도달함으로서 가능해 지는 것인데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에서 나오기” 때문에 (롬10:17) 변증학이 필요하게 된다.
왜 기독교만이 참다운 종교이며, 왜 기독교만을 믿어야 구원을 얻는가? 하는 질문은 흔히 자연인으로부터 혹은 타종교를 믿는 분들에게서 받는 질문이다.
요즈음은 기독교를 믿는 성직자들 간에도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의 모든 종교는 구원이 있다는 이른바 “종교다원주의”(pluralism)을 주창(主唱) 하는 분들이 날마다 늘어만 간다. 그래서 기독교의 “성직자?”가 불교의 사찰에 들어가서 버젓이 불경을 들고 설법(說法, 불교의 설교)을 하는 일이 예사가 되었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사원은 1643-47년까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를 만든 곳으로 유명한데 1902년 9월26일 그 사원의 남쪽방향 창문에 12사도의 그림과 함께, 32개의 전에 없던 그림을 새로 첨가했는데 앞으로 다가올 새 시대(New Age)에 대비하여 이방신들의 그림을 그려 놓고 있다. (Herbert J. Pollitt. The Inter-Faith Movement: The New Age Enters the Church. London: Banner of Truth Trust, 1996, p.3).
이런 풍토에서 자연인에게 변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성경이 그렇게 되리라고 예언한 것이므로 역사의 흐름을 막을 도리는 없다. 그러나 최대한으로 사람들이 그런 위험한 신학에 오염(汚染)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개혁주의 신학도의 지상(至上)의 사명이 있다. 복음주의는 이런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편으로 복음을 전파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무엇을 하던 인류의 상호 평화를 위해서는 타종교와의 교류도 개의(介意) 치 않는 경향(傾向)이다. 여기에도 죠셉 플래쳐(Joseph Fletcher)나 로버트손(John A.T.Robertson)의 상황윤리(狀況倫理, situation ethics)가 적용된다. “무엇이든 편한대로 행하는 것이 충돌하여 손해 보는 것 보다 낫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사상은 온 세상에 풍미(風靡, prevalent)하고 있다.
신학에서 이성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가? 인간의 이성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가? 아니, 인간의 이성이 어느 정도 정확한가? 하는 문제이다. 사람들은 이성문제를 많이 거론하고 있다. 특히 천주교와 복음주의자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그 이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신학의 영역에서 이성에 호소할 수 있는가 하는 말이다.
인간의 이성은 아담에게서 물려받은 것인데 변증학에서는 언제나 아담의 타락, 그 후손이 그와 함께 타락한 일을 전제로 하여 그러므로 인간이 타락하였으므로 그 타락은 인간의 지, 정. 의 등 모든 부분이 타락하였으니 스스로 무엇을 판단해도 완전할 수가 없으며 근사치(近似値)에 밖에는 이르지 못하고 정확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또 성경이 그렇게 가르친다. (사1:6). 그러므로 인간의 타락은 성경의 명백한 가르침인데 변증학에서는 인간을 다루는 기초가 된다. 인간은 타락하였는데 타락의 결과는 죄성이 인간의 전 인간(全人間, the whole man)에 오염되어 있으므로 그 이성조차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실증은 자연인이 행하는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뉘렌버그(Nurenberg)재판에서 전범자(戰犯者, war criminal)로서 처벌받은 아이히만( Eichmann)은 비밀경찰(Gestapo)의 고관이었는데, 제2차 대전당시 아우슈비치(Auschwitz)에서 유대인 600만명을 가스실(gas chamber)에 넣어 독살한 총수(總帥)였다. 자연인의 이성은 이런 것이다. 신학에서도 자연인의 이성은 위험천만하다. 모든 것을 이성으로 판단하자는 것이 18세기의 독일의 계몽주의(Enlightenment, 啓蒙主義)였는데 무엇이든 오감(five senses)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육적인 부활이나 예수님의 성육신(成育身, Incarnation)을 믿을 수 없으며 그들에게는 성경은 모순투성이고 신화(神話, myths)투성 이라는 것이다. 성경의 권위를 믿지 않으면, 기독교 변증의 발판(ground)을 잃게 된다. 자기 자신이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이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귀착하게 된다. 사람이 죄를 짓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고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고 절대 거룩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죄인됨을 모르는 사람이다. 거룩하다는 말은 단지 깨끗하고 의롭다는 의미가 아니라 성별되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하나님과는 아주 다른 차원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하나님을 판단 할 수 없고 하나님에게 도전 할 수도 없고 하나님의 자리에 앉을 수도 없다. 신학에서 어느 정도 이성을 인정 할 것인가? 적어도 변증학에서는 이성에 귀의 할 수 없다. 변증학에서는 이성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의 죽은 영혼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 죽은 영혼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어 나는데 변증학자의 재주로 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변증하는 사람의 이야기 속에 하나님의 성령이 역사하여 짙은 검은 안경을 벗기게 된다. 이론을 내세우는 말싸움에 성령이 역사 하지 않는다. 성령은 말씀 속에 역사 하신다.
2. 신앙을 수호하는 과제 (Defending the Faith)
화란의 암스테르담(Amsterdam)에는 19세기에 만들어 진 자유대학이 있는데 한때 자유대학의 총장을 지낸 발렌타인 헤프(Valentine Hepp) 박사가 그의 취임 연설에서 한 이야기가 두고두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잘 인용된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에덴동산의 아담이 처음에는 사람으로 여기 저기 걸어 다니다가 나중에 남자가 된 것이 아니라 처음서부터 남자로서 걸어 다닌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자연인에게 변증하여 하나님을 알게 할 때 ‘우선 아무렇게나 예수 믿게 하고 나서, 나중에 기회 보아서 개혁주의를 믿도록 뜯어고치자’ 라는 사고방식을 가져서는 안되고 처음서부터 개혁주의를 믿도록 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리가 굳어지면 나중에 못 고친다.
우선은 여호와의 증인을 믿어 하나님을 알게 한 후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참된 신앙의 도리를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면, 이는 분명히 방법론에서 잘못된 것이다. 성도의 과제는 하나님의 나라 확장이다. 기회 있는 대로 성도는 자연인과의 접촉을 통해서 그들이 쓰고 있는 검은 안경을 벗기도록 기도하면서 노력해야한다. 안경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나면서 그런 안경을 쓰고 나와서 거의 고질화 되었으므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문제는 변증가가 하는 일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따지고 보면 성령님이 하시는 일이므로 변증하는 자는 하나님의 권능만 믿고 나가서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증거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제에 있어서는, 개혁주의는 독특하다. 로마 천주교는 이성에 호소하며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와 헬라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형식(Form)과 본질(Matter)을 구분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나 아퀴나스의 신학을 본따서 이성과 신앙을 엄격히 구분하여 이성으로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가르치는 천주교와 또한 이에 동조하는 개신교 일부 복음주의자들의 신학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경은 성경대로 자연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성경에 가감이 있을 수 없다. 죄인은 하나님 앞에 떨면서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에게 나아와 하늘의 신령한 영광을 보아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
(고) Dr.김명도 목사, 교수
연세대 영문과 졸업, Philadelphia Westminster 신학교 졸업, M.Div.(목회학)Th.M.(신약학) D.Min.(변증학) 개혁장로회 신학교 학감 (RPS, L.A) 미국 개혁신학교(ARCS) 교장 (L.A ) 미국 L.A 소재 칼빈 신학교 대학원장. Tyndale International University 초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