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 정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장로교에서는 구역 모임과 같은 소그룹 모임의 지도자에 ‘장로’를 세우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왜냐하면 장로의 직분이 양들을 치는(돌보는) 것이기 때문이다(행 20:28, 벧전 5:2). 그래서 목사 혼자서 다 돌보기 어려운 성도들을, 구역을 나누어서 장로들이 각각 자기 구역의 성도들을 돌보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따라서 구역 모임과 같은 소그룹 모임의 장은 장로가 맡는 것이 원칙이다.
참고로 화란 개혁교회에서는 장로가 구역장을 맡는다. 구역에서 일어난 일상적인 일들은 일차적으로 구역장 되는 장로가 돌아보며, 그 중에서 중요한 일이 있으면 목사에게 보고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당회에서 의논한다. 그래서 장로는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자기 구역 식구들을 심방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장로직을 수행하는 것이 힘들어서 한 3~4년 정도 봉사하고 나면 장로직을 그만둔다. 휴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장로직을 완전히 벗어버렸다가 1년 쉰 후에 다시 장로로 선출될 수 있다. 그러나 장로로 선출하려고 해도 본인이 사양하는 경우도 사실 많다. 왜냐하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한국 교회의 경우에 구역은 많고 장로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장로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럴 때에는 두 가지 해결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장로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것은 원칙적인 해결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장로를 세우신 목적은 양들(교회 성도들)을 돌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도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권면하기 위함이다. 구역 모임 또는 소그룹 모임을 하는 목적도 바로 성도들을 효과적으로 돌보고 가르치고 권면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구역을 맡아서 지도하는 사람이 바로 장로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나 장로를 선출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두 번째 해결책은 몇 명의 구역장(소그룹 인도자)을 한 장로의 지도하에 두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 장로가 3~4명 또는 5~6명의 구역장을 자기 관할에 두고 지도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장로가 매주 한 구역씩을 돌아보면 한두 달에 한 번씩 자기 관할하의 식구들을 다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도들을 돌아보고 지도하는 일에 장로가 소외되지 않으며, 당회가 제 기능을 감당하게 되므로 장로교의 정치 원리에 벗어남이 없다. 오히려 장로들이 단지 결정만 하고 감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성도들을 돌아보고 지도하는 일에 나서므로, 이것은 성경의 원리에도 맞고 장로교의 원리에도 맞다. 이렇게 하는 것은 구역은 많고 장로 수는 부족한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3. 소그룹은 소그룹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구역 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소그룹 모임은 그에 맞는 역할을 감당하여야 한다. 교회는 교회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고, 구역은 구역으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 공예배와 성례식, 권징은 교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재정 운용과 교회적인 행사, 공동의회와 제직회와 당회도 다 교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구역 모임에서 세례나 성찬을 행해서는 안 되며, 구역 모임이 공예배를 대신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헌금 사용에 대해서도 각 구역에서 독립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당회의 지도를 받아서 해야 한다. 그리고 권징이나 치리에 관한 문제는 당연히 당회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면 구역에서 다루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주된 것은 교제와 교육, 권면과 상담 등이 될 것이다. 교제는 중요한데 초대 예루살렘 교회는 날마다 집에서 떡을 떼는 것(식사)을 통해 성도의 교제를 실천했다(행 2:42,46). 나아가서 서로 물건을 통용함으로써 경제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참된 사랑을 실천했다(행 2:45, 4:32).
그리고 구역 모임과 같은 소그룹 모임에서는 공예배 시의 설교에서 자세히 배울 수 없는 것을 소그룹 성경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모르거나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도 있고,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말씀을 배우는 것은 설교 못지않은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다. 이것이 또한 소그룹 모임의 장점인데, 이것을 통해 성도들 각자의 신앙상태와 생활을 점검하며 개인적으로 적용하고 권면할 수 있다.
성경에서도 장로(감독)는 “가르치기를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딤전 2:2). 장로의 주된 임무가 ‘양을 치는 것’인데 양을 치는 일이 곧 양을 먹이는 것이다(행 20:28, 벧전 5:2, 요 21:15-17). 곧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장로는 양을 치는 자로서 가르치기를 잘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교회의 장로는 그 동안 너무나 회의하는 일에만 치중하고, 주일학교에서 가르치거나 구역을 돌보는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장로의 본분을 소홀히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소그룹 운동이 성경 공부를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임무를 장로들이 맡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성경이 가르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구역 모임(소그룹 모임)에서 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것은 권면과 상담이다. 디도서 1:9에 보면 장로(감독)의 직무 중에 “바른 교훈으로 권면하고 거스려 말하는 자들을 책망하는 것”이 들어 있다. 장로는 성도들을 각각 돌아보고 그들 개개인을 권면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 때 권면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해야 한다. 자기 생각이나 인간적인 교훈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교훈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래서 장로는 말씀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 거스려 말하는 자가 있으면 필요한 경우에는 책망도 해야 한다. 이런 권면과 책망은 구역 모임과 같은 소그룹 모임에서 하는 것이 매우 적절하다. 물론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는 모든 장로들이 모이는 당회에서 의논하고, 또 필요한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책망하거나 시벌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구역 모임에서 장로가 권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성도들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갈등,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들에 있어서 소그룹 모임은 전체 모임이나 예배에서 할 수 없거나 부족한 것들을 보충하고 가르치며, 성도간의 교제를 촉진하며, 개인적인 권면과 상담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며 꼭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일들의 성격상 그러한 것은 기본적으로 신약에서 말하는 장로의 직무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로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본래의 임무인 성도들을 돌보는 일(양을 치는 일 곧 목양)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며, 그리할 때 현재 ‘가정 교회’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들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며 오히려 더욱 더 성경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변종길목사, 고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