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성경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하나님의 주권을 말하면서도 철저하게 자신들의 주도권 쟁탈에 여념이 없는, 교회 정치 지도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자기 반성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교회가 쇠퇴한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흔히 교회를 비판하는 말 가운데 수평이동에 대한 것이 적지 않다. 교회가 전도는 하지 않고, 다른 교회로부터 유입되는 교인들로 채워간다는 비판이다. 대형교회는 전부 다른교회의 사람들을 끌여들여 만든 교회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대형교회 때문에 작은 교회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회의 수평이동은 잘못된 것일까? 교인들이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것은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자신의 교회에 대한 헌신은 없이 그저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 슬그머니 기어들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자신을 교정하거나 참고 인내하려하기 보다는 쉽게 교회를 떠나버리는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교회의 치리를 달게 받고 진정으로 회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회로 훌쩍 떠나 자신의 과오를 감추려고만 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 그래서 교회의 치리가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교회를 병들게 한 원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목사들조차도 중범죄를 저지르고서는 다른 교단으로 옮겨가 버젓하게 목회일을 계속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교회의 분열이 불의한 자들의 은신처를 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수평이동이 무조건 터부시되어야 하는가? 우선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막을 재간이 없으므로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사가 잦을 수밖에 없는 도시상황에서 교회를 옮기는 일도 잦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엉터리같은 교회가 없지 않으니 이사가서 가까운 교회로 옮겼다가 낭패를 당하면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이 그나마 잘하는 일이다.
성경에 맞지 않는 설교를 참을 수 없을 때, 바른 말씀을 찾아 옮기는 것은 차라지 정상적이라 해야 한다. 교회를 자신의 치부수단으로 삼는 목사를 발견할 때 교인들이 옮겨가는 것은 차라리 권장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성도들이 교회를 옮겨서라도 신앙생활을 계속하려하고, 옮겨가고 싶은 교회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교회의 모습에 절망하여 출석을 그만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많으며, 교회 출석을 그만둘뿐 아니라 교회를 비난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인가? 타종교로 옮겨간 사람들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무종교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택하려면 어떤 것을 택하려는가를 물으면 기독교가 불교 천주교 다음이라는 통계도 나온 적이 있다. 비호감으로 전락한 교회를, 그래도 찾아주고, 바꾸기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라! 성도들이 아무리 교회를 찾아도 가보고 싶은 교회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어떡하겠는가? 만약 그런 때가 도래한다면...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렇다면 지금 옮겨가고 싶은 교회가 있다는 것은 도리어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남의 교인만 탐내는 교회는 이미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헌신적이고 철저하게 영적인 목사가 사역하고 있고, 자기주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평신도 사역자들로 가득찬 교회. 온몸을 다해 찬송하고 기도하며, 지혜와 자원을 다 동원하고, 책임을 다하려는 교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찾아 나설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교회들이 많아진다면....그렇게 되기를 기도한다.
이성구 목사 : 부산대 영문과(B.A) 고려신학대학원(M.Div) 대학원(Th.M), 영국 브리스톨 트리니티 대학원(구약학, Ph.D) 10여년 동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