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단순히 '감상'하거나 '데리고 노는' 목적으로 기르던 시대는 지났다. 동물을 가족으로 대하고, 때로는 '상전'처럼 모시는 세상이다. 새해 정초부터 반려동물에 관한 이슈가 잇따랐다.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되며 동물 보호권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반려견 복제를 비롯해 반려동물 장례문화 등이 큰 주목을 끌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사회적으로나 교계에서도 '반려동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말 그대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한국인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생활하는 '반려가구 1천만명 시대'가 열렸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서로 의지하는 '벗' 또는 '자식'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펫(Pet)과 인간화(Humanization)를 합한 말로,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사람처럼 대하며 보살피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을 '애완용'이 아닌 '반려자'로 대하다보니, 반려동물에게 자녀 같은 대우를 해주는 반려인이 많아졌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한 할머니가 반려견과 반려묘에 37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남기기로 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선 한 유명 유튜버가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2년 전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젠 장례식 등 반려동물을 위한 문화까지 확산하고 있다. 최근엔 반려동물 49재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에선 원하는 종교에 따라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에선 친구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간 경험이나 강아지 조의금을 얼마나 내야하는 지 묻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에게 축복기도와 장례식 추모기도를 해도 되는 지 등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일었다.
반려동물 관련 용품과 서비스 역시 점점 세분화, 고급화하고 있다. 고급 사료와 간식은 기본이고 전용 정수기, 영양제, 욕조, 케이크, 미용, 호텔, 교육까지 없는 게 거의 없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사상 처음으로 반려동물용 유모차인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를 앞지르기도 했다.
반려동물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 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국내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교회에서는 반려견 장례 예배를 드리거나 반려견의 구원을 논하게 될지도 모른다. 목회현장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뜻밖의 요청을 받는 경우도 잦아질 것이다.
신학적으로 반려동물을 어떻게 봐야할지 입장 정리와 함께 반려동물 문제에 대한 신학적 대안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 광주광역시에 있는 A교회 성도 김모 씨는 반려견을 집에 홀로 두기 불안하다며 교회에 데려왔다. 교회 로비에 두면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신성한 교회에 동물을 들여서는 안된다'고 만류했고, 결국 김씨는 집으로 돌와야 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교회에서는 반려동물에 관한 논쟁이 이어졌다.
반려동물 가구가 급증하면서 김씨 사례와 같은 일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달 새 반려동물 장례문의나 기도 요청이 잦아지면서 목회자들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아예 반려동물 동반 예배를 드리는 교회까지 등장했다. 캠핑장을 개조해 야외교회를 만들거나 특정 날짜를 지정해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하는 곳도 있다. 성공회 교회들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교계의 전반적인 인식도 개방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760명에게 ‘교회에서 성도와 반려동물이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별도 공간 마련’에 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27%를 차지했다.
김진양 목데연 부대표는 “목회자 네 명 중 한 명 꼴이기 때문에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반려동물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요구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려동물에 따른 변화를 교회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직 아니다. 대다수 목회자들이 반려동물과 인간을 동일선상에 두는 풍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한 기독교학술원 원장은 “하나님의 형상을 입고 그 모습 그대로 닮은 존재는 인간만이 유일하기 때문에 다른 생명의 가치와 차별성을 지닌다”며 “반려견에게 축복식까지 거행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혁철 잇는교회 목사도 “모든 짐승이 똑같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 반려동물 축복식을 옹호하려는 억지에 가깝다”며 “기독교인들은 반려동물 예배나 축복식이 아니라 각 동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이 동물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소원교회 사모는 반려동물 콘텐츠를 통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그로 인해서 교회 일과 이웃사랑 실천에 소홀해진다면 문제”라며 “반려동물이 우상화되지 않도록 반려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신학적 정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통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문제가 심각해지자 교단 차원에서 입장 정리에 나선 곳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는 지난 회기 정기총회에서 목회현장에서 동물에 대한 장례예식은 집례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개혁주의신학의 입장에 대해서도 신학위원회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서 1년간 연구해 보고하기로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