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잘못 보내진 문자의 철자 하나로 인해 이웃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친구에게 ‘mutter’(웅얼거리다)라는 문자를 보내려다 실수 로 ‘nutter’(얼간이, 미치광이)로 찍혀져 분노한 상대방 이 그 사람을 살해한 것이다. 예수님도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 Athanasius(295-373) 점 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 (마 5:18)는 말씀을 하셨다. 이 구절에서 ‘일점’이라고 번역된 헬라어는 헬라어 알파벳 24개 중 가장 작은 철자 i(이오타)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신학 논쟁의 분수령이었던 삼위일체 교리 논쟁 역시 이 ‘이오타(i)’ 철자 하나와 얽혀 일어난 사건이었다. 주후 325년 5월에 소집되어 3개월여에 걸쳐 ‘니케아 공의회’(The Councils of Nicaea)가 열렸다. 동방과 서방의 318명의 주교들이 참석한 회의 안건은 당시 리비아 출신으로 알렉산드리아의 바우칼리스 교회 장로였던 아리우스(Arius, 250~336)의 이단적 주장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교회가 아리우스를 이단으로 보았을까?
니케아 공의회의 최대 쟁점이 되었던 안건은 “성부와 성자의 본질이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즉 예 수 그리스도의 본성과 하나님과의 관계성의 문제였다. 아리우스는 그리스도와 성부와의 ‘동일본질’(homo-ousios, 호모- 우시오스)을 반대하여 “그리스도와 성부는 본질에 있어 다르며 그리스도는 다만 성부에 의해 피조 된 피조물 중 으뜸인 존재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아리우스의 추종자며 보호자였던 유세비우스(Eusebius of Caesarea, 260-340)는 그리스도와 성부의 본질이 유사하다는 ‘유사본질’(類似 本質, homoi-ousios, 호모이-우시오스)을 주장했다. 이런 아리우스에 가장 강력히 맞섰던 사람은 알렉산드리아 감독의 통역이었던 아타나시우스(Athanasius 295-373)였다.
그는 당시 30세 집사로 회의 참석자 중 가장 연소했다. 아타나시우스는 아리우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유사본질’ 주장에 강력 반대하며 그리스도는 피조자가 아니며 성부와 성자는 본질에 있어 완전히 같다는 ‘동일본질’(homo-ousios, 호모-우시오스)을 주장했다. 유사본질은 ‘유사한’, ‘비슷한’이란 뜻의 헬라어 ovmoi(homoi)와 ‘본질’ 을 뜻하는 ouvsiva(ousia)가 결합된 말이다.
반면에 동일본질은 ‘하나’를 뜻하는 ovmo(homo)와 ‘본질’을 뜻하는 ouvsiva(ousia)가 결합 된 말이다. 그런데 이 두 단어를 비교 해 보면 ‘homoi’와 ‘homo’의 차이로 그리스 어 철자 한 자 i(이오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뿐이다. 그런데 그 의미 는 그리스도가 신(神)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엄청난 차이가 났다. 결국 이 논쟁은 진리 수호에 목숨을 건 아타나시우스의 ‘동일본질’ 이라는 주장이 승리로 끝났다.
아리우스 와 아리우스파는 교회 역사상 최초로 기독교 이단(異端)으로 정죄되었고 니케아 공의회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넣어 ‘니케아 신조’를 작성했다. “…오직 한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나니, 모든 세대에 앞서 성부 로 부터 나신 하나님의 독생자이시며, 빛에서 나신 빛이시오, 참 하나 님에게서 나신 참 하나님으로서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동일 본질이시며…” 몇 년 후 니케아의 영웅 아타나시우스는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감독 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생애는 끝없는 정치적 모함과 다섯 번의 추방 과 도피, 유배 등으로 20년 가까운 세월을 고난 중에 보냈다. 그럼에도 그는 이단을 배척하고 성경의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니케아 신조’를 가슴에 품고 일생을 진리를 위한 불굴의 투쟁으로 살았다. 그래서 그는 기독교 역사에 ‘전통 신앙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그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그 한 가지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는 피조물이 아니라 성부와 동일한 하나님이시다.”라는 진리였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포스트모던 사회라고 일컫는다. 교회에 새로운 신흥종교와 이단이 침투해 심각한 상황이라 대책을 마련하느라 저마다 고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때에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를 위해 철자 하나에 자신의 신앙과 생애를 걸고 이단을 타파하고 정통신앙을 고수했던 우리 믿음의 선조들이 새삼 너무나 뼈저 리게 그리워진다.
(*) 글쓴 이 / 유복곤 박사 (삼성제일교회 협동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