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시대 기독교 이단들
이단(異端, hairesis)은 초대교회 이전부터 사용되던 용어인데 원래 ‘선택’이라는 의미의 단어였다. 여러 가지 이론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다 기독교에서 이 단어가 정통(正統, orthodoxy)의 반대 개념 즉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이론을 지칭하는 말로 이단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사도들이 활동하던 시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여러 기독교 이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이단들이 교회에 큰 해를 입혔다. 대표적인 이단들은 영지주의(Gnosticism), 마르시온주의(Marcionism), 에비온주의(Ebionism), 몬타누스주의(Montanism)였다.
1. 영지주의 이단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는 비밀스런 신령한 지식(靈知, gnosis)을 알아야 구원 받는다고 주장하면서 교회 안팎에서 크게 혼란을 일으켰다. 이들이 말하는 지식이란 이성(理性)을 통한 깨우침이 아니라 비밀스럽게 받은 특별 계시(啓示)를 말하고 그 내용은 어떻게 이 물질세계가 창조되었으며 어떻게 해야 구원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영지주의 내에 여러 가지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이렇다.
(1) 영지주의 창조론
이들은 이 세상의 창조를 쏘피아(Sophia)라는 이름의 열등한 신(神) 지혜의 신(神)의 실수 또는 발출(發出)으로 설명한다. 즉 영지주의에서 말하는 최고의 신(제1의 신)은 물질과 전혀 상관이 없는 순전한 영적 존재인데 열등한 신인 지혜(Sophia)의 신이 어느 날 욕정에 사로잡혀 괴물을 발출(發出)했는데 바로 그 괴물(Demiurgos라고 함)이 창조한 것이 이 세상 물질세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괴물(Demiurgos) 신(神)이 창조한 물질세계에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는데 사람은 육체로만 만들지 않고 육체 속에 최고의 신(제1의 신)에게서 몰래 훔쳐다가 집어넣은 ‘작은 빛’(神性?)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속에 이 ‘작은 빛’을 지니고 있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2) 영지주의 구원론
이 때 영지주의자들의 최고의 신(제1의 신)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회를 주기 위해 그리스도를 보낸다. 이 그리스도는 사람들을 영적 잠에서 깨우고 그들에게 구원에 필요한 신비한 지식(靈知, gnosis)을 전해주는데 그 내용은 이 세상이 열등한 신(구약의 하나님)인 지혜의 신의 소산물이라는 사실과 자기를 보낸 참 하나님(신약의 하나님)이 계신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육체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지주의자들은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은 다르다고 주장하며 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의 하나님에 비해 열등한 하나님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지주의자가 되어야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지주의자들의 대부(代父)라고 할 수 있는 발렌티누스(Valentinus, c.100–c.160 AD)는 인간을 세 종류로 구분을 했다.
첫째, 영적(靈的)인 인간은 충만의 세계(pleroma, 영지주의 천국)로 구원받아 올라가도록 이미 작정된 자들 곧 영지주의자들이다.
둘째, 혼적(魂的)인 인간은 일반 기독교인들로서 영지주의자들을 통해서 영적인 지식을 전수받으면 충만의 세계(pleroma) 보다 약간 못한 하늘나라로 가는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자들이다.
셋째, 육적(肉的)인 인간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구원을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자들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성경에서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사상이다. 또한 이들은 육체를 악한 것으로 보고 구원을 육체로부터 탈출하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이 또한 기독교 신앙이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성경적인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도의 육체는 진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참 하나님(제1의 신)이 보내신 그리스도가 악한 육체를 입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도의 육체는 일종의 허깨비에 불과한 허상이었다고 가르친다.
또 영지주의자들은 결혼생활을 악한 것으로 본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 것은 물질세계를 창조한 악한 신(神, Demiurgos)에게 협조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을 구분하는데 이것도 비성경적인 주장이다. 그리고 이들이 주장하는 숙명론도 즉 영적인 사람은 무조건 구원받고 육적인 사람은 영원히 구원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성경의 구원의 복음과는 다른 것이다.
2. 마르시온주의 이단
영지주의의 영향을 깊이 받았으면서도 영지주의에서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 사람이 마르시온(Marcion, 85-160 AD)이었다. 마르시온은 영지주의의 영(靈)과 육(肉)을 극단적으로 구분하여 영(靈)은 선이고 육(肉)은 악(惡)이라고 주장하는 이원론(二元論)을 그대로 따랐지만 영지주의에서 주장하는 그리스도의 비밀계시 대신 성경을 통한 공개(公開) 계시(啓示)를 주장했다.
즉 영지주의자들에게서 비밀계시를 전수받아야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공개적으로 사람들에게 주신 복음을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성경적인 주장처럼 들린다. 그런데 문제는 신구약성경이 이단사상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대교적 이단사상이 성경 전체에 침투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르시온은 자기 맘대로 성경의 여러 책들을 선별하여 자체 성경을 만들었다. 이것은 성경을 정경(正經)으로 확정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그래서 이에 충격을 받은 정통 교회는 이것을 금지키 위해 성경의 정경화(正經化)를 공론화 하게 된다.
그러면 마르시온의 성경은 어떤 성경이었는가? 우선 구약은 열등한 신(神)이 이스라엘에게 준 것이니까 모두 없애버리고 복음서 중 구약의 요소가 가장 적은 누가복음만을 채택했는데 누가복음에서도 구약의 예언을 인용한 부분을 모두 삭제한 후에 채택했다. 그리고 엄격한 율법 대신 사랑과 믿음을 강조한 바울의 글들을 채택하여 자체 성경을 만들었다. 이것은 요한계시록 22장 말씀을 무시한 이단적인 행위였다. “내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증언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계 22: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