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거역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상호 관계이므로 자녀의 삶이나 인성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만 찾을 수는 없다. 사무엘과 그 아들들(삼상 8:1-3), 사울과 그 아들 요나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선한 부모 아래 악한 자녀가, 악한 부모 아래 선한 자녀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부모에게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같다. 자녀를 하나님의 교훈과 훈계로 가르치는 것이다(신 6:7; 엡 6:4). 그걸 전제로 자녀들에게 하나님은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고 명령하셨다(출 20:12; 신 21:18-21; 엡 6:1; 골 3:20). 하지만 말세에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자녀가 부모를 거역하는 현실을 본다.
“거역”(아페이떼스). 이 단어는 “부모를 거역하는 것(딤후 3:2; 롬 1:30) 그리고 하나님께 “복종하지 아니하는 자”(딛 1:16; 3:3)를 가리킬 때 사용되었다. 확실히 권위에 복종하는 태도나 자세를 기반으로 권위 있는 자의 가르침, 인도, 지시에 순복하며 따르는 행위를 강조한다. 로버트 야브루는 “가족 구성원 간의 책임과 사랑이 없는 것은 “고통하는 때”의 징표라고 말했다(디모데전후서, 디도서, 필라 주석). 자녀의 순종하는 태도, 자세, 행위는 하나님이 권위를 주신 부모에 대한 사랑의 마땅한 반응이다.
몇 가지 면에서 오늘날 “부모를 거역하”는 자녀가 많아지고 있다.
첫째, 잘못된 인본주의의 영향으로 권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고,
둘째, 부모가 자기 권위를 세우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인권인데, 부모의 권위 나아가 교사의 권위, 목사의 권위, 사회 지도자의 권위보다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정당하고 올바르게 권위를 사용할 때도 인권을 주장하며 권위에 대항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부모가 권위를 남용한 이들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기억하며 자녀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혹은 인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당하고 바른 방식의 권위 사용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수동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그 결과 이전에 없었던 미운 네 살, 소아 사춘기, 중2병, 교권추락 등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부모를 거역하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리스도인은 왜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이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분명하게 요구하셨기 때문이다.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골 3:20)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서기관 몇 사람에게 하나님을 헛되이 경배하고 있다고 책망하시면서 그 구체적인 예시로 그들이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모습을 언급하셨다(막 7:8-13). 또한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면서도 부모에게 순종하셨고(눅 2:51),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면서까지 어머니 마리아를 잘 돌보고 공경할 것을 부탁하셨다(요 19:26). 부모를 공경하고 그 권위에 순종하는 것은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본을 보이신 일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른다고 말한다면 마땅히 그분이 말씀하시고 보여주신 대로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사회를 구성하는 몇몇 조직을 만들어 주셨다. 가정, 국가, 교회가 대표적인 사회 조직이다. 하나님은 사회 조직마다 책임을 질 인도자를 세우시며 그에게 권위를 주셨는데, 성경은 가정의 머리는 남자(엡 5:23), 국가엔 하나님 세우신 권세(롬 13:1), 교회엔 장로나 목사(감독)으로 불리는 인도자를 분명하게 언급하며(히 13:17) 그들에게 권위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인도자가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이 부여하신 권위를 구성원의 유익을 위해 합당하게 사용할 때 사회 질서가 바로 잡히고 하나님이 계획하신 사회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게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성경은 부모, 특히 아비들에게 명령한다(엡 6:4):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권위의 잘못된 사용),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권위의 바른 사용). 또한 교회의 인도자인 장로는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공손함으로 복종하게 하는 자”여야 하는데 이는 “사람이 자기 집을 다스릴 줄 알지 못하면” “하나님의 교회를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딤전 3:4-5). 구성원을 잘 다스리고 공손한 태도와 복종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잘 양육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 그런 사람만이 교회도 잘 인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장 작고 기초가 되는 단위인 가정에서 권위에 순종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큰 사회 조직에서 권위에 순응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살 수 있다.
부모를 거역하면서 국가에 순종하거나 교회에 세워진 권위에 순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 있으면 전체적인 삶의 매무새도 망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부모를 거역하지 않고 순종하는 삶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장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반드시 순종해야 하는 첫 계명이라 할 수 있다.
부모를 거역하는 길에서 돌아서는 법
세상엔 악한 부모도 있고 선한 부모 중에서도 자녀를 양육할 때 권위를 잘못 사용하거나 함부로 자녀를 대하여 노엽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녀는 부모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명령을 하지 않는 한(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반대로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선하고 관용하는 주인에게만 아니라 까다로운 주인에게도 순종하라고 베드로가 사환들에게 준 명령을 여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선하고 관용하는 부모에게만 아니라 까다로운 부모에게도 순종해야 한다. 부당하게 고난을 받을 수 있지만,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그것을 하나님은 아름답게 보신다(벧전 2:18-25).
그러므로 첫째, 부모를 거역하는 길에서 돌아서기 위해 먼저 부모에게 하나님이 부여하신 권위가 있음을 인정하라. 당신이 순종하는 것은 부모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부모가 명령하는 것이 당신의 생각과 완전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부모에게 주신 권위를 당신이 인정하고 따르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둘째, 범사에 부모를 공경하라. 당신이 하는 말과 태도에 부모를 향한 공경과 존중과 사랑을 담아라. 바울이 종들에게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할 때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고 명령한 것을 여기에 적용하자. 기쁜 마음으로 주께 하듯, 눈가림만 하지 말고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여 부모를 진심으로 공경하고 그 말씀에 기쁨으로 순종하라(엡 6:5-9). 성인이 되어 부모를 떠나 독립할 나이가 된 자녀는 새로운 가정의 머리가 되기 때문에 부모의 말에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순종할 필요가 있다. 가정이라는 사회 조직의 구성원으로 부모의 권위 아래 있을 때와 그 권위를 떠나 새로운 가정을 세우면서 부모와 맺는 관계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를 여전히 공경하고 여러 가지 지혜로운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자기 삶과 가정을 운영해야 한다(독립한 자녀에게 순종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부모를 잘 돌보고 여러 종류의 필요를 공급하는 것도 성인 자녀가 부모를 공경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다.
이 악한 세대가 부모를 거역하기를 점점 더 심하게 할지라도 아버지와 아들의 친밀하고 아름다운 사랑 안에 거하는 우리는 악한 세대와 달리 진심으로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자.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께 보여주신 사랑과 존경과 순종을 배우자.
발체: The Master's Seminary, G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