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중보기도(仲保祈禱)’라는 명칭의 사용이 타당한지의 여부에 대한 연구를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위임하였다. 이 문제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기도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보기도’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좋으냐 하는 것이다. 즉 소위 ‘중보기도’라고 하는 용어의 적절성(適切性) 여부에 관한 질문이다. 이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소위 ‘중보기도’가 무엇인지, 그러한 기도의 의미와 중요성 등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께 기도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I. 기도의 종류
성경은 기도에 대해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다. 디모데전서 2:1에 보면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라.”고 말한다. 여기서 간구, 기도, 도고, 감사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간구(懇求, 데에시스, request) : 하나님께 우리의 필요를 아뢰는 것이다.
– 기도(祈禱, 프로슈케, prayer) : 기도에 대한 일반적인 단어로서 모든 종류 의 기도 형태를 포괄하는 것이다. 어원적으로 살펴보면 ‘… 에게’(프 로스)와 ‘소원하다’(유코마이)가 합쳐진 단어이다. 즉 하나님께 나아가 우리의 소원을 아뢰는 것을 의미한다.
– 도고(禱告, 엔시스, intercession) :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 감사(感謝, 유카리스티아, thanks) : 하나님의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하여 고 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상의 네 가지는 기도의 모든 형태를 다 말한 것은 아니고 교회 성도들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해야 하는 기도의 주요 형태를 말한 것이다. 빌립보 교회를 향하여 사도 바울은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고 말한다.
여기에 보면 ‘기도’와 ‘간구’와 ‘감사’가 나타난다. ‘기도’는 넓은 의미에서의 기도 전반을 말하며, ‘간구’는 그 중에서 하나님께 필요한 것을 아뢰며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기도’의 내용 중 ‘간구’가 주된 위치를 점하기 때문에 ‘간구’가 따로 언급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감사’는 여기서 우리가 기도할 때의 태도,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즉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쁨으로 아뢰어야 함을 말한다.
요한일서 1:9에서는 우리의 죄에 대해 자백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 여기서 ‘자백하다’(호모로게오)는 것은 다르게는 ‘동의하다, 승인하다’를 뜻한다. 즉 우리가 죄를 지었음을 인정하고 동의하고 고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죄 자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야고보도 말하고 있다. “이러므로 너희 죄를 서로 고하며 병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약 5:16) 여기서 ‘고백하다’(엑스호모로게오마이)는 숨겨져 있는 죄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죄 자백은 물론 자기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이 주가 되지만(요일 1:9, 약 5:16), 또한 다른 사람들과 열조와 민족의 죄를 대신 고백하는 것도 있다.(단 9:4-15, 느 1:5-7 등; cf. 대하 29:6)
그 외에도 시편의 기도를 보면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하는 내용도 많이 있으며, 자신의 참담한 상태를 그대로 고백하는 내용도 많다. 또한 하나님께서 지난날에 베풀어주신 은혜를 회상하며 고백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처럼 기도의 내용에는 여러 형태들이 있으나 그 주된 내용은 하나님께 대한 ‘감사’(찬양 포함)와 ‘자백’ 그리고 ‘간구’라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간구는 다시금 ‘자기 자신을 위한 간구’와 ‘다른 사람을 위한 간구’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이 마지막 유형 곧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간구)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개역 판 성경에 의하면 디모데전서 2:1에서는 ‘도고’(禱告)로 번역되었고, 다른 곳에서는 동사로 사용될 때 대개 ‘위하여 간구하다’로 번역되었다. 그러면 이 단어에 대해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II. 도고(禱告)에 대한 신약의 용례
‘도고(禱告)’라고 번역된 헬라어 ‘엔시스’는 신약 성경에서 두 번 사용되었다. 디모데전서 4:5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기도’와 별 차이 없이 사용되었다: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니라.” 여기서 ‘기도’로 번역된 단어의 원어는 ‘엔시스’인데, 이것은 식사 때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로서 ‘감사’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디모데전서 2:1에서 이 단어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드리는 ‘도고’ 곧 소위 ‘중보기도’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단어(엔시스)의 동사형은 ‘엔튕카노’인데, 신약 성경에서 다섯 번 사용되었다. 사도행전 25:24에서는(무리가 베스도에게) ‘청원하다, 간청하다, 간구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로마서 11:2에서는 엘리야가 하나님께 ‘송사하다, 간구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위하여’(휘페르)란 전치사와 함께 사용될 때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간구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로마서 8:27에서는 “성령이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들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로마서 8:34에서는 “그(그리스도)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자시니라.”고 말한다. 여기서 ‘위하여 간구하다’(엔튕카노 휘페르)는 표현은 제3자가 다른 사람을 위해 간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히브리서 7:25도 같은 의미에서 “그(그리스도)가 항상 살아서 저희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로마서 8:26은 “…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고 말한다. 여기서 ‘위하여 간구하다’의 원어는 ‘휘페르엔 튕카노’인데, 전치사와 동사가 결합하여 한 동사가 되었다. 그 뜻은 성령께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계셔서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신다’(intercede for)는 것이다. 즉 우리와 하나님 사이에서 성령이 ‘중보기도’ 하신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우리를 위해 간구하시는 ‘도고’가 있는 반면, 성도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하는 ‘도고’도 있다. 특히 사도 바울은 교회 성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한다고 했다. 로마서에서 바울은 ‘항상 내 기도에 쉬지 않고 너희를 말하며’라고 했으며(롬 1:9), 에베소에서도 “너희를 인하여 감사하기를 마지아니하고 내가 기도할 때에 너희를 말하노라.”고 했다.(엡 1:16; 또한 살전 1:2, 딤후 1:3, 몬 4절) 여기서 “너희를 말한다.”는 것은 교회 성도들을 위해 하는 ‘도고’ 곧 소위 ‘중보기도’를 의미한다.
빌립보서에서는 “간구할 때마다 너희 무리를 위하여 기쁨으로 항상 간구함은”이라고 말한다.(빌 1:4) 그리고 골로새서에서도 “이로써 우리도 듣던 날부터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고 구하노니”라고 한다.(골 1:9) 위 두 곳에서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한다. 또는 간구한다.”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데살로니가전서 3:10에서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성도들의 얼굴을 보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주야로 심히 간구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사도 바울은 그가 전도하고 섬기는 교회 성도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열심히 간구하였다.
사도 바울은 성도들을 향해서도 ‘도고’ 또는 소위 ‘중보기도’를 하라고 권면한다. 고린도후서 1:11에서 “너희도 우리를 위하여 간구함으로 도우라.”고 말한다. 즉 우리는 복음 전하는 자들을 위해 간구함으로써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베소서 6:18,19에서는 “모든 기도와 간구로 하되 무시로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며 여러(원문: 모든) 성도를 위하여 구하고 또 나를 위하여 구할 것은 내게 말씀을 주사 나로 입을 벌려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알리게 하옵소서 할 것이니”라고 한다.
여기 보면 사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성도들에게 ‘모든 성도들을 위해’ 간구하고 또 ‘사도 바울 자신을 위해’ 간구하라고 부탁한다. 이처럼 ‘도고’ 또는 ‘중보기도’는 모든 성도들이 모든 성도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인데 특히 복음 전하는 자들을 위해 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III. 구약의 예
구약에서는 조카 롯을 위한 아브라함의 기도를 ‘도고’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창 18:22-33) 천사들이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러 갈 때 아브라함은 자기 조카 롯을 위해 간절히 간구하였다. 이러한 기도(도고)의 결과 롯은 유황불로 멸망하는 가운데서 건짐을 받았다.
모세는 출애굽 때에 금송아지를 만들어 범죄 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뜻을 돌이키시고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신 화(禍)를 백성들에게 내리지 아니하셨다.(출 32:11-14) 이처럼 백성을 위한 간절한 기도(도고, 중보기도)는 하나님의 뜻을 돌이키고 진노를 면하게 하는 역사를 가져오게 됨을 알 수 있다.
다니엘은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이스라엘 백성과 그 열조의 죄를 대신 자백하고 그들을 위해 간구했다.(단 9:3-19) 또한 히스기야 왕은 자신을 깨끗케 하지 아니하고 유월절 양을 먹어 범죄 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하여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으시고 백성들을 고치셨다.(대하 30:18-20) 선지자 엘리야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더니 3년 6개월 만에 다시 비가 내렸다.(약 5:17,18)
이처럼 하나님 앞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기도(간구, 도고)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때때로 큰 역사를 이룸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