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의 근본적인 특징은 “계시 의존적 신앙”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는 신자들의 신앙과 삶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최종적인 권위는 목회자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교회 조직에 있는 것도 아니며, 오직 성경에 있다.
왜냐하면 성경은 신자들이 신뢰하고 순종해야 하는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물론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가르치는 귀한 직분을 맡은 선생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한 사람의 교훈으로 성도들을 미혹하는 거짓 선생들이 존재해 왔다 (벧후 2:1). 또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주님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그리고 성령의 전으로 세워져 가고 있는 영적인 공동체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고 세상의 교훈을 따라감으로, 훗날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라는 책망을 받을 교회들이 존재해 왔다 (계 3:1).
오늘날 21세기 사상과 문화의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인 진리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너도 옳고 나도 옳고 자기의 관점에서는 모두가 다 옳다는 상대주의를 주장한다. 모두에게 옳은 객관적 진리는 없으므로, 결국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태도는 성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요 진리의 말씀이라는 주장에 대해 수용할 수는 있지만, 성경은 결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인 진리라는 것이다. 즉, 성경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진리이지, 객관적이며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나 교인들이 절대적인 진리, 객관적인 진리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물들게 되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성경의 교훈을 상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성경을 받아들일 때, 자기가 원하는 말씀은 진리라고 생각하는 반면,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은 비진리로 여기게 된다.
즉 성경을 무오한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포스트모더니즘의 철저한 상대주의적 입장은, 객관적 또는 보편적 진리의 존재를 부정하고, 성경의 절대성과 기독교 교리의 객관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오래전 사사 시대에 하나님의 백성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이 왕이 없으므로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갔다면,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무오하고 최종적 권위를 가진 왕의 말씀, 절대적인 진리의 말씀이 없으므로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가기 쉽게 된 것이다 (삿 21:25).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이르리니 사람이 바른 교훈을 받지 아니하며 귀가 가려워서 자기의 사욕을 따를 스승을 많이 두고 또 그 귀를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따르리라” (딤후 4:3-4)
오늘날이 신앙과 삶의 최종적이고 유일한 법칙인 성경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가고 있는 시대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성경을 가까이해야 할 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신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신학을 공부하느라 모든 신학의 뿌리요 원천인 성경을 읽을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하고, 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많은 신학자들의 수많은 이론을 연구하며 강의를 준비해야 하기에 막상 모든 신학을 판단하는 최종적인 권위를 가진 성경을 연구할 충분한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며 가르쳐야 하는 목사들은, 온갖 교회 행정과 다양한 사역에 매여 성경 말씀을 읽고 깊이 묵상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반 교인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장년들은 경제 활동과 여가 생활로 바빠서 성경을 가까이하지 못한다고 하고,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학원과 입시와 취업에 매여 성경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고 있는 교회의 온갖 부정적인 모습들은, 신자들이 성경의 교훈을 멀리하고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신앙생활을 한 대가로 맛보는 쓰디쓴 열매들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성경을 무오한 절대 진리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신앙과 삶의 유일한 최고의 법칙인 성경의 권위를 부인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살아가는 교회들이, 중세의 교리적 타락과 도덕적 윤리적 부패함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깨어서 성경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신앙과 삶의 최종적이고 유일한 법칙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성경의 권위를 소중하게 지키며, 하나님 말씀 중심의 신앙생활을 회복해야 한다.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종교 개혁기 당시에만 필요한 신앙 구호가 아니라, 오고 오는 모든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 특별히 포스트모더니즘에 포위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이 반드시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하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