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서 여성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은 성경에 어긋나는 일인가.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SBC)가 이 질문에 다시 한번 강력한 빗장을 걸어 잠갔다. 여성이 목사직을 맡거나 회중 앞에서 설교하는 것을 헌법으로 공식 금지하는 법안이 마침내 첫 관문을 넘었다.
남침례교는 2026년 6월 10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이른바 '진리와 연합 개정안(Truth and Unity Amendment)'을 찬성 74.66%(6,028표), 반대 25.09%(2,026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투표는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내년 인디애나폴리스 총회에서 한 번 더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으면 교단 헌법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번 개정안을 직접 발의한 남침례신학교 알버트 모일러 총장은 성경적 권위와 교단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이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단언했다.
모일러 총장은 "이번 개정안은 남침례교와 우호적인 협력 관계에 있는 교회라면 목사직에 오직 남성만 세워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이는 목사의 직무와 기능이 명확히 규정된 1689년 침례교 신앙고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상의 문화가 성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황에서 교회가 먼저 성경의 창조 질서를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는 논리다.
모일러 총장은 목사의 직무와 설교의 기능을 분리하지 않고 회중에게 말씀을 전하는 핵심 역할 자체를 성경에 따라 남성에게만 제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스스로 보수적 복음주의와 자유주의를 가르는 명확한 선이 바로 이 문제에 있다고 짚은 그는, 지난 26년간 자유주의 교단들의 행보를 볼 때 헌법적 명확성이 절실히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대의원들을 향해 개정안 문구를 수정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며 진리가 교단의 진정한 연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신속하고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개정안 지지자들은 반대파의 목소리가 확산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모일러 총장의 발언이 끝난 뒤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리어 제일침례교회의 더그 마이즈 목사가 유일했다. 마이즈 목사는 "우리는 이미 여성 담임목사가 있는 교회들을 퇴출해 왔고, 지금 우리 교단에는 여성 대표 목사가 단 한 명도 없다"며 "이미 제도가 잘 작동하고 있는데도 헌법까지 바꾸는 것은 불필요한 과잉 통제"라고 비판했다. 마이즈 목사는 이 움직임을 본질을 외면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행동에 비유했다.
반대 발언이 끝나자마자 모일러 총장의 제자이자 남성 담임목사 옹호 단체를 이끄는 콜린 스모더스 목사가 곧바로 토론 종결을 요구했다. 배정된 20분의 토론 시간 중 고작 8분 22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표결 결과 토론 종결이 승인되면서 발언 마이크 앞에 줄을 서 있던 수많은 대의원들은 입을 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일부 대의원들이 공정한 토론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교단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1980년대 보수주의 부활 운동 시절에 사용되던 전형적인 정치적 밀어붙이기 방식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역사적 결정을 다룬 미국 언론들의 시각은 매체의 성격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교단의 공식 매체인 뱁티스트 프레스는 투표의 정확한 수치와 헌법 제정 절차, 성경적 정당성을 부각하며 내부 결속에 초점을 맞췄다. 대니 에이킨 총장의 발언을 빌려 1984년 당시 논쟁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며 교단의 보수적 방향성을 옹호하는 데 주력했다.
전국 일간지인 USA투데이는 이 결정을 교단의 구조적 위기와 사회 문화적 갈등의 연장선에서 해석했다. 교단 연구 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남침례교 교인 수가 19년 연속 감소해 1,230만 명으로 줄어든 위기 상황을 짚었다. 이어 새들백교회나 탬파 크로싱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이미 퇴출당한 사실을 나열하며, 조력 자살 반대나 반유대주의 규탄 등 굵직한 결의안 속에서도 이번 조치가 교인 이탈을 더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AP 통신과 독립 매체들은 외부의 시선과 이면의 불공정함을 꼬집었다. AP 통신은 진보적 개신교 교단이나 오순절 계열이 여성을 지도자로 세우는 것과 달리 남침례교가 가톨릭이나 정통 동방교회처럼 남성 사제직만을 고수하는 길을 택했다고 비교했다. 독립 소식통들은 토론이 성급하게 종결된 절차적 꼼수를 지적하며 교단 내 권력 구도의 실상을 냉정하게 해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면에서 충돌하는 교단 내부의 동상이몽과 구체적인 수치를 포착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보수 단체인 침례교 리더십 센터의 윌리엄 울프 대표는 "이 법안이 폭넓게 해석되어 여성이 외부 초청 설교자로 강단에 서는 것조차 금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목사 허용이 동성애 수용 등 교단의 진보적 변화로 이어진다는 보수파의 위기감이 작용한 것.
반면, 포트워스에서 온 대의원 롭 콜링스워스는 "법안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여성이 목사 직함을 갖지 않더라도, 교회 내에서 남성 직원을 감독하는 행위까지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징계 현황도 공개됐다. 교단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여성 목사를 둔 44개 교회가 신고를 당했으며, 이 중 20개 교회가 자진 탈퇴했고 10개 교회가 퇴출 권고를 받았다.
새롭게 선출된 윌리 라이스 총회장 역시 이 보수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회의 최종 투표가 남침례교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교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아멘넷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