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학부모들이 '문화 전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유명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두고 보수 기독교계 부모들의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르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최근 공립학교에서 성교육 관련 교과서 논쟁과 주 정부 통제 등의 이슈와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메이시스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올해로 97회째다.
매년 추수감사절이 되면 인기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등을 중심으로 뉴욕 맨해튼 거리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다.
본래 메이시스 백화점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마케팅 이벤트로 시작한 이 퍼레이드는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행사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이 퍼레이드를 두고 최근 기독교계 학부모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아닌 '성전환자들의 광상적인 오락물(transgender extravaganza)'이라는 주장이다.
전국의 기독교인 어머니들로 구성된 교육 활동 단체인 '원 밀리언 맘스(One Million Moms)'는 지난 8일부터 이 퍼레이드 때문에 행사 반대 청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서 "추수 감사절 퍼레이드를 현장과 TV 등으로 지켜보는 사람만 수천만 명에 이르는데 이번 행사는 아이들이 적나라한 성소수자 어젠다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독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공연들은 이렇다.
먼저, 메이시스에 따르면 이번 퍼레이드에는 유명 성인 뮤지컬인 '앤드 줄리엣(& Juliet)'과 '셕트(Shucked)'의 공연이 진행된다.
앤드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구성한 작품이고, 셕트는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이다.
문제는 이번 퍼레이드에서 이 두 작품에 '넌 바이너리(nonbinary)'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앤드 줄리엣에는 저스틴 데이브 설리번, 셕트에는 알렉스 뉴웰 등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배우들이 나선다. 넌 바이너리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구분법을 벗어나 자신이 남성과 여성 그 어떤 성에도 속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이번 퍼레이드에서도 넌바이너리 역할을 연기할 예정이다.
설리번의 경우 올해 초 토니 상 시상식 주최 측이 성별을 구분했다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던 인물이다. 뉴웰은 자신은 어느 성에도 속하지 않았다며 여성 복장을 한 채 토니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원밀리언맘스측은 "진보주의자들의 난센스 같은 행동"이라며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이런 이벤트를 홍보하고 후원하는 메이시스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며 우리의 아이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기독 학부모들이 이렇게 분개하는 것은 메이시스 퍼레이드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는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에는 성전환자 팝스타인 킴 페트라스가 메이시스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에는 레즈비언들이 키스를 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된 바 있다.
현재 청원자들이 단 댓글에는 기독 학부모들의 반대 목소리로 가득하다.
댓글에는 "메이시스는 신뢰를 잃었고, 한번 잃은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진보주의자들이 수천만 명이 보는 퍼레이드에서 성 소수자들의 어젠다를 내세우고 있다" 등 퍼레이드 개최를 비판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기독교 기관인 캐피털 리소스 협회의 캐런 잉글랜드 대표는 "그들은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추수감사절조차 성적 어젠다로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이들을 계속해서 노골적인 성적 어젠다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 단체인 자유수호연맹 크리스틴 와그너 대표 역시 최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관용과 포용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성소수자의 이데올로기가 사회, 문화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그러한 마케팅 전략에 우리 아이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밀리언맘스의 청원 페이지에는 "불편하면 안 보면 되는데 반대를 왜 하는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원래 편협 적" "당신들이 있기 때문에 인권 증진이 어려운 것" 등 곳곳에서 기독교인들을 비판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현재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논쟁들은 '문화 전쟁(culture wars)'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정부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가 상충하면서 반발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가주의 경우 얼마전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공립학교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안, 공립학교 교직원에 대한 성소수자 교육 의무화, 성소수자 정체성 등을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에 대한 프로필 작성 등을 허용하면서 보수 기독교인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미주 중앙일보: 장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