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외국인에 대해 10년간 입국을 금지하는 새 규정을 마련했다.
7일(한국시간 기준)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간첩 행위 이외에 국가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규정한 '반간첩법 실시 세칙'을 제정하고 즉시 규정을 시행키로 했다.
'국가안전 위해'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간첩 행위가 아니라도 자의적 해석에 따라 외국인의 자국내 활동을 한층 옥죈 점이 특징이다.
세칙은 국가를 분열시키려 하거나 국가통일을 파괴하려는 행위, 국가정권이나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시키려 하는 행위, 민족간 분쟁을 조장하거나 민족 분열을 선동하는 행위 등 8종의 '기타 국가안전 위해 행위'를 규정했다.
특히 외국인이 임의로 규정을 위반해 중국내에서 국가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활동을 조직, 기획, 실행할 경우 반간첩법 세칙에 저촉된다. 이들은 중국에서 강제 추방된 후 10년 동안 중국 재입국이 금지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국가보안, 방첩을 강화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가안전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2014년 11월부터 기존의 국가안전법을 대체하는 반간첩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세칙은 또 종교 등을 이용하거나 사회단체 및 기업 조직을 통해 국가안전에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외국 종교단체의 중국내 선교활동을 반간첩법 세칙으로 옥죌 우려가 제기된다.
이밖에 국가안전에 해가 되는 글이나 정보를 날조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발표, 유포하는 행위, 국가안전에 해가 되는 영상, 오디오, 출판물을 제작, 전파, 출간하는 것도 금지됐다.
중국 당국은 또 간첩 기자재에 대해서도 정의를 내렸다. 은폐식 도청 및 촬영장치, 돌발식 트랜시버(휴대용 무선통신 기기), 일회용 암호책, 스테가노그라피(비밀필기), 정보 취득을 위한 전자감청 장치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자국내에선 국가보안을 강화하면서도 외국에 대해서는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는 행보로 논란을 낳고도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호주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정당, 시민단체에 대한 외국의 기부행위 금지, 외국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 등록 의무화 등 조치를 내놓았다.
호주에서는 최근 야당의원이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중국계 사업가로부터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중국 입장 지지를 요청받고 호주 당국의 도청 가능성에 주의를 환기한 것으로 전해지며 큰 파문이 일었다.
호주 정부는 기존의 반역 및 간첩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 외국 정부를 위한 '은밀하고, 기만적인' 행위를 통해 호주 안보에 해가 되거나 정부 결정에 영향을 주는 일을 범죄로 다루기로 했다.
호주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호주가 양국관계 평가에 편견 없이 객관적이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도 전날 중국의 영향력이 우려된다며 내놓은 호주의 조처가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을 연상시킨다"며 호주는 중국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면서도 중국에 대한 적대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간첩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대폭 강화한 ‘반(反)간첩법’이 시행됩니다. 중국 내 탈북민 지원과 구출 활동이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자세한 내용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정 반간첩법은 간첩행위 정의, 법 적용 범위, 국가안전기관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입니다.
특히 제3국을 겨냥한 행위라도 중국의 국가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에도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악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관련 활동을 중국의 안전에 위협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활동이나 북중 접경 지역에서의 촬영, 언론인들의 취재 활동에도 해당 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탈북민 구출 활동입니다.
이미 중국의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로 중국 내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개정 반간첩법이 적용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중 접경 지역 상황에 밝은 한 소식통(신변보호위해 익명 요청)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지에서 탈북민들을 돕는 선교 단체들의 활동이 이미 매우 위축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 선교사들이 탈북자들의 중국 남방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돕고 했었는데, 이런 것도 다 어려워지는 거에요. (탈북민 지원은) 목을 내놓고 하기 전에는 어려워요. 종교 활동도 못해요. 교회 문 앞에다가 전부 다 감시카메라 달아놓고, 십자가도 못 붙이고.. 지금 잘못하다가는 신변의 위협을 크게 받겠다, 이런 겁도 나고.
[소식통] 외국인들 핸드폰까지도 길거리에서 검문할 수 있게 돼 있어요. 만약 검문하다가 카톡이라도 깔려있다, ‘그러면 너 간첩이야.’ 이렇게 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특히 중국은 탈북민 문제를 인권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 문제로 접근하고 있어, 탈북민 구출 활동 역시 간첩 행위로 포함될 여지가 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북한학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법이 시행되면 탈북민 지원 활동과 북한 연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수년간 북중 접경 지역을 자주 방문하며 북한에 대해 연구하다 지난 2019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뒤 러시아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동완 교수] 지금 중국에서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탈북자를 도와주거나 구출 활동을 하는 단체나 개인들을 반간첩범 혐의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단순히 입국 거부나 강제 추방 선에서 그치지 않고, 엄격하게 중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간첩 혐의를 받게 돼 신변의 위협 요인이 되고….
그는 이어 중국이 이렇게 강경한 대응을 보이는 것은, 중국 내 자국 안보나 이익 수호 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간의 혈맹 관계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민들의 중국 탈출에 있어 코로나 19와 인공지능 안면인식 시스템에 이어 또다른 위기가 왔다고 우려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이 개정법은 시진핑 정권의 억압이 한 단계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법으로 인해 탈북민 지원, 구출 단체들의 활동이 위축되어 탈북민들이 처해 있는 가혹한 환경을 더욱 가혹하게 만들 것입니다. 미국 의회는 중국 내 탈북민 인권 문제에 매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탈북민들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