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직분 허용이 가져다 줄 위험한 미래
1) 성경도 바뀔 수 있다고 가르쳐야 될 것이다
명예 직분에 대한 요구는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교인들에게 안된다고 가르친 근거는 ‘성경과 헌법정신’이다. 그러나 이제 교인들에게 명예 직분도 세울 수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바뀌었냐고 물으면, 성경과 헌법정신이 변했다고 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교인들은 성경과 헌법정신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교인들은 성경의 권위와 헌법정신의 권위를 가볍게 생각할 것이다. 수많은 ‘현실’을 근거로 성경과 헌법을 바꾸자고 요구해 올 것이다.
2) 명예를 위해 섬기는 것도 좋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직분은 명예가 아닌 섬김을 목적으로 한다. 세상 벼슬이나 작위(爵位)와 다른 점이다. 모든 직분자는 봉사자다(행 6:1, 4; 벧전 4:10). 고신교회는 지금까지 그렇게 가르쳐 왔다. 고신교인들은 그렇게 섬겨왔다. 그러나 이제 고신교인들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는 못 섬기리다. 자리나 명예, 직분을 주어야 섬기리다’라고 찬송하게 생겼다(찬송가 323장 참고).
3) 직분자 간의 위계화(hierarchy)가 심화될 것이다
개정안을 통해 세워질 직분은 명예 집사, 명예 권사다. 결국 집사나 권사가 아니다. ‘명예’라는 이름이 덧붙는다. 세워지는 절차도 다르다. 집사와 권사는 회중 전체를 통해 세워지지만, 명예 집사와 명예 권사는 당회를 통해 세워진다. 결국 명예 집사는 집사 ‘아래’(?)의 또 다른 직분, 명예 권사는 권사 아래의 또 다른 직분이 될 것이다. 예컨대, “나는 집사지만 저 사람은 명예집사다” 라고 해서 집사 아래 명예 집사가 되어 버린다. 결국 그 명예라는 것도 무의미해지고, 직분의 서열화(hierarchy)만 부추기게 된다. 직분의 위계화는 로마가톨릭교회의 것이지 개신교회의 것이 아니다.
4) 전 교인의 직분자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성장을 멈추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직분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소형교회에서는 모든 교인의 직분자화가 이미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오후예배 시간에 장로, 집사, 권사를 제외하면 교인이 없는 교회가 태반이다.
명예 직분 허용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예컨대, 권사에 해당하는 연령대인 5~70대 교인 중 80%가 권사일 경우, 나머지 20% 중 상당수는 자기도 권사이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욕구에 대해 당회는 개정 헌법에 근거해서 명예 직분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전 교인의 직분자화가 될 수 있다. 전 교인이 직분자가 되면 직분이 수행하는 직무는 누구를 향할 것인가?
5) 청년들이 실망하고 이탈할 것이다
청년이 교회를 떠난다는 말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청년이 왜 교회를 떠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많은 이유를 하나하나 줄이는 것도 힘든데, 명예 직분 허용은 또 하나의 이유를 더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은 명예를 탐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실망할 것이다. 예수님처럼 바울처럼 섬기고 싶은 어른들의 모습은 없고, 명예를 위해 일하는 어른들을 보고 절망할지 모른다. .
6) 무질서한 교단이 될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명예직은 세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면서 각 교회의 형편에 따라 예외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교회는 지금까지 그러해 온 것처럼 원칙에 따라 세우지 않을 것이다. 반면 어느 교회는 새로운 헌법에 따라 예외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세울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교회에서 명예 집사로 임직받은 이가 명예 직분을 세우지 않는 교회로 이명하였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무질서와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참조. 고전 14:33, 40).
7) 보편교회에서 멀어지게 될이다
고신 교회의 직분관은 장로교 정치원리에 근거한다. 이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장로교회와 동일한 원리다. 필자가 알기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통 장로교회 중에서 명예 직분을 둔 교회는 없다. 그런데 장로교 고신총회가 명예 직분을 두는 순간 보편교회에서 멀어질 것이다.
8) 명예 장로, 명예 목사도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집사와 권사의 명예직을 허용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장로와 목사도 명예직을 허용하면 안 될까? 직분은 동등하다고 가르치는 고신교회 안에서 이런 의문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서리집사로 오랫동안 봉사한 이에게 명예 집사나 명예 권사로 임직케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집사로 오랫동안 봉사한 이는 명예 장로로, 강도사나 전도사로 오랫동안 봉사한 이는 명예 목사로 세워 달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어느 교회가 명예 장로를 세웠다는 이유로 해 노회가 시끄러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 명예 집사와 명예 권사는 되면서, 명예 장로와 명예 목사는 안 되느냐고 물을 때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결국 명예 장로와 명예 목사 도입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9) 돌이킬 수 없는 개정안은 더욱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명예 직분의 도입은 위에 언급한 대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다시 명예 직분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이 제도는 한 번 정하는 것은 쉬워도, 없애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어떤 조항은 개악되더라도 나중에 다시 재개정할 수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이 조항은 한 번 정하는 순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이미 명예 직분자가 세워졌는데, 중단한다는 건 쉽지 않다. “저 사람은 명예직을 주었는데, 왜 나는 안 되느냐?”라는 말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유일하게 있는 권사 직분이 처음에는 허용되지 않다가, 허용된 이후 이제는 항존직의 자리를 넘보는(?) 시대가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악을 막을 방법
개악을 막을 방법은 아직 남아 있다. 노회 수의(垂議) 과정이다. 장로교회는 노회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총회가 통과시켰다고 해서 그 순간 헌법이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노회가 총회의 안을 받아야(垂議) 비로소 효력을 가진다. 그러니 노회가 받지 않으면 개정안은 무효가 된다.
이제 곧 노회다. 총회의 총대들도 자세히 살피지 않은 이 안을 노회원들이 자세히 살필까 걱정이다. 양식 있는 노회원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다. 참고로 노회 수의 때는 한 조항 한 조항에 대해 투표할 것이다.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자. 또 다른 개악안은 없는지도. 우리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개혁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