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우울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그리스도인들이 우울해 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우울함, 혹은 우울증의 증상들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것은 적어도 솔로몬 시대부터, 아니 그 이전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있어왔던 증상 중의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삶의 의미 없음을 나타내는 ‘허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사역자로서 교회 안팎에 만연한 우울증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어떻게 목회자 스스로나 성도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현대 의학과 전문 상담가들에게 맡겨만 둘 것인가? 하나님께서는 삶의 허무로 인해서 우울해 하거나 우울증을 겪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서 어떤 대책을 준비하셨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도서가 그 대책 중의 하나이다. 전도서는 하나님 없이는 우울할 수밖에는 허무한 삶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도 그러한 허무를 극복하는 삶의 의미를 던져준다. 그냥 하나님만 경외하라고 말하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지혜들과 가이드라인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전도서를 읽는 하나님의 자녀들이나 전도서 본문을 가지고 설교하는 설교자들이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제대로만 전도서의 메시지를 적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이 마련하신 우울증으로부터의 해방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현대의 우울증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특별히 ‘반응적 우울증’에 대한 예방과 치료의 말씀으로서 전도서의 메시지들을 정리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2. 우울한 삶, 만연한 우울증
1) 만연한 우울증
교회 안팎에서 우리는 심심찮게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조사들마다 조금씩 다른 수치를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는 우울증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고 한다.
1) 경미한 우울증까지 포함하면 50%가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성인 18명 중 한 사람 꼴로 우울증에 걸려 있어서 천만 명 정도가 우울증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우울증은 증가 추세에 있다.2) 이러한 우울증은 심하면 자살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자살자 80% 이상이 우울증의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별히 청소년들이 우울한 상태에서 자살할 가능성이 높이 나타나는 것도 유의해야 하고, 또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되는 기간에 자살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교회 안에도 알게 모르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혹자는 의로운 삶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교회 내에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쉽게 죄책감을 느끼고 우울해 하는 우울증 환자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한다. 교회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주변에 있는 우울증 환자들이 말씀과 목회적 돌봄, 그리고 의학적이고 심리적인 치료를 통해서 온전하게 회복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 우울증이란?
김충렬 박사는 “우울증(depression)은 병리학적으로 의기를 상실한 기분과 정신운동 저하의 증후군”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그는 우울증은 우울감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우울한 감정이 2-3일 혹은 그 이상 지속되는 증상이라고 한다. 또 김 박사는 우울증은 ‘심리적 감기’라고 불릴 만큼 임상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의 하나라고 한다.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기분 저하가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부정적 인지는 부정적 사고로 이어지고, 부정적 사고는 부정적 감정을 낳는다. 부정적 정서의 첫 번째가 ‘슬픔’이다. 이것은 주로 상실과 실패로 인해 발생된다. 두 번째는 ‘분노’로서 자기 기준에 어긋났다고 생각할 때 일어나는 지극히 주관적인 정서이다. 이것은 원인을 유발하는 대상으로 사람을 지목하고 그 사람에 대해 복수심이나 원한을 품는다. 세 번째는 ‘불안’으로 실제적인 위협에 대한 반응이며 자신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내면의 주관적 감정의 산물이다. 불안이 심해지면 ‘공포’가 된다. 네 번째는 ‘죄책감’이다. 잘못한 행동에 대하여 느끼는 부정적 감정으로 신앙이나 양심을 거스른데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다. 우울증 환자들의 죄책감은 반드시 어떤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흔히 타인의 행동에 책임지려는 비현실적인 생각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어머니는 자녀 양육에서의 책임감, 남자들은 직업과 관련한 책임감에서 쉽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감정은 ‘수치심’으로, 타인에 비해 자신이 유치하고 어리석고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부정적 정서는 삶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좌절이 삶을 지배하게 되어, 삶이 그저 힘겹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며,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들이 밀려든다. 이렇게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흥미나 의욕이 저하되어서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일상생활, 가정생활이나 학업, 직업 활동이 부진하고 대인관계도 위축된다. 이런 상태는 절망적인 생각으로 몰아가 극단적인 경우는 자살로 이어진다.6) 건설적 활동에 대한 동기의 결여와 회피, 의존성의 증가, 우유부단과 문제에 압도당함, 자기비난, 흑백논리의 편견이 나타나서, 삶의 모든 일에 수동적이고 비활동적이게 되며, 사회성이 결여되어 심각하면 대인공포증을 경험하게 된다. 우울증은 신체적으로도 수면장애나 식욕 상실이나 성 장애를 유발한다.
발병률로 보자면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높으며, 이혼하거나 별거 중인 사람,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률이 더 높다.8) 고령화되는 사회이기에 노인들의 발병률이 높아질 것이며,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환멸이 증가하는 사회이기에 아동들과 청소년들의 우울증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9)
3) 우울증의 원인과 반응성 우울증
우울증의 원인들은 다양하다. 뇌구조나 기능의 장애와 관련된 ‘내인성 일차적 우울증’, 갑상선, 사춘기 문제 등과 관련되는 ‘내분비 장애와 관련된 우울증’, 비정신 질환, 스트레스 관련, 탈진, 아드레날린과 관련되는 ‘경내인성 우울증’, 신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나 불임약 등을 복용하는 것에 동반되는 ‘2차적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히스테리적인 ‘신경증적 우울증’, 상실에 대한 반응으로 비애와 무력감과 사기저하를 경험하는 ‘반응성 우울증’ 등과 같이 매우 다양한 원인들에서 비롯되는 우울증들이 있다.10) 그러므로 우울증은 감기의 증상과 같은 하나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고, 사별이나 사직 같은 생의 사건들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고, 심리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생화학적 장애로부터 비롯되는 것과 같이 그 자체로 ‘질병’일 수도 있다.11) 그러므로 이러한 다양한 우울증에 대해서는 치료나 예방도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죄의 결과’로 보거나,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결핍’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거나, ‘하나님께서 버리신’ 표증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영적으로 접근하면 모든 우울증은 극복될 수 있다는 식의 일방적인 태도도 버려야 한다.12)
본고에서 특별히 다루고자 하는 우울증은 ‘보통 걸리는 감기’와 같은 감정이자 가장 일반화된 우울증의 형태인 ‘반응성 우울증’이다.13) 이 우울증은 주로 삶에서 중요한 것의 상실에서 비롯되는 우울증이다. 상실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즉 사랑하는 것, 자신감, 이상적 자아, 역할, 권력, 사랑하는 애견,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통제력이나 존경심, 자녀나 배우자 등의 상실이다. 이처럼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의 상실에 적응하지 못할 때 보편적으로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반응성 우울증’이다.14) 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위에서 나열했던 정서적인 증상들을 나타낸다.
하지만 신학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반응성 우울증에서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상실 그 자체보다는 상실된 것에 대한 집착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울증은 우리가 사랑했던 것을 놓아 주지 못해서 계속되는 것이다.15) 특별히 유명한 목사가 되는 것과 같은 과대한 자아상을 성취하려는 성공에 강박적인 사람은 비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몰두함으로써 어떤 종류의 실패나 상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설사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을 때조차도 이런 강박적인 사람은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16) 김충렬 박사의 아래의 말은 이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울증 환자들은 ……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하기에 자신의 기술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으며, 자신의 실패를 부족한 내적 능력과 무능력 때문으로 믿을 뿐 아니라, 이전에 이룩한 성취도 무의미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스스로 무력하고, 어떤 것을 성취하거나 만족을 얻기 위해 타인들에게 의존하며,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더라도 그것이 쓸모없도록 이미 운명 지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 그렇다고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목표, 특히 계속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야망과 성취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는 느낌 때문에 절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장기적 목표와 야망은 좌절의 경험과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의해 소멸되지 않는다. 그들은 절망적 생각에 방해받으면서도 좌절된 미래에 매달리는 것이다.17)
우리는 우리의 소유물, 야망, 평판, 배우자, 부모, 자녀 등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자진해서 그것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며, 그것들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은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18)
4)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목회적 상담과 돌봄
우리 모두는 상실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집착들을 떠나게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우울과 고통을 적게 받고 우리의 상실이나 실패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19) 목회자들은 특별히 상실이나 실패 등으로 반응성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목회적 상담이나 돌봄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아치볼드 하드가 조언하는 열 가지 상담 단계들을 간략하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20)
1. 모든 상실들을 확인하라.
2. 각 상실의 모든 측면을 이해하라
3. 구체적인 상실과 추상적인 상실을 구별하라.
4. 실제 상실, 상상의 상실, 위협받는 상실을 각기 구별하라.
5. 상상의 상실을 실제 상실로 전환하라.
6. 위협받는 상실을 실제 상실로 전환하라.
7. 슬퍼하는 과정을 도와주라.
8. 상실의 현실을 직시하라. - ‘떠나게 하는’ 과정
9. 상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도우라. - 하나님의 계획과 주권, 영원한 가치의 관점에서(빌 3:7-8)
10. 부정적인 인지적 틀을 바꾸라. - 모호한 추론, 선택적 추상화, 과대 일반화, 과장과 최소화의 틀을 깨뜨림
3. 우울한 삶에 대한 하나님의 지혜-전도서
이상에서 우리는 우울증, 특별히 반응성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그에 대한 간략한 상담의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우울증에 대한 묘사나 대처 방안은 오늘날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수천 년 전에 하나님은 인간 삶의 허무를 직시하게 하시면서 어떻게 그러한 허무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시기 위해서 여러 말씀들을 주셨다. 특별히 구약 성경의 지혜서와 시편은 그러한 허무와 삶의 우울을 극복하기에 참으로 유익한 말씀들을 닮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가 우울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원하시기 때문이다. 위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아치볼드 하드가 제시한 상담 단계들에는 이러한 성경들이 말하고 있는 지혜들이 들어 있다. 7단계는 시편에 등장하는 많은 탄식시편들과 관련이 될 수 있으며 다른 단계들은 대개 전도서 가운데서 그 길들을 찾을 수 있다.
솔로몬은 전도서에서 전도자, 즉 지혜 교사로서 보편적인 인생에 대한 관찰과 묵상에서 나오는 지혜를 백성들,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게 사는 것인지를 ‘허무’와 ‘즐거운 삶’을 대조시키면서 제시하고 있다. 전도서에는 ‘헛되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단어가 무려 35번이나 등장하면서(1:1; 12:8 등) 하나님 혹은 하나님의 뜻과 무관한 ‘해 아래’(29번 반복, 1:3,9,14 등) 있는 인간 삶 혹은 인간 ‘수고’(일, 노동, 40번 등장, 1:3; 2:10 등)의 헛됨을 강조하고, ‘바람을 잡으려는 것’(9번 반복, 1:14,17; 2:11 등)이라는 표현의 반복을 통해서 이를 더욱 더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헛되고 우울하고 무의미하게 보이는 삶이 의미를 갖게 되고 하나님이 선물하신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인 일의 소득과 삶의 매 순간을 즐거워하는 것이 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제시한다(2:24-25; 3:12-13,22; 11:8-9 등에서 반복되는 주제).
자살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와 목적 상실을 그 이유로 내세운다면21) 삶의 무의미성은 분명히 우울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삶의 의미 상실은 일견 전도서가 제시하는 탄생과 죽음의 지평 사이에 존재하는 ‘하늘 아래’의 인간 삶에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전도서는 분명히 그런 헛되고 우울한 삶의 실존을 수긍한다. 그래서 전도자는 이러한 허무를 부인하려고 노력하는 인간 수고와 야망의 헛됨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인간과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관점에서 어떻게 무의미하게 보이는 삶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전도서에서 이렇게 제시하는 길들은 삶의 무의미함을 극복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들도 제공하고 있다.
4. 전도서로 우울증 극복하기22)
본 단락에서는 전도서가 제시하는 몇 가지 중요한 주제들을 우울증 극복의 길로 제안할 것이다. 전도서에 등장하는 중요 본문들도 함께 다루게 될 것이다.
▲ 김성수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