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생명력은 하나님의 은혜다
목회자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생명을 얻게 하고, 생명을 얻은 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제자로 삼고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과 세상에 적용하여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 가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먼저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거나 성도들이 전도해 온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합니다. 우리 교회에서 저는 “생명의 삶” 과정을 통하여 복음을 자세히 설명하고 신자가 어떤 사람이며, 구원이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구원을 얻게 되며, 구원받은 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를 가르칩니다. 그리고 교회는 왜 존재하며 무엇을 하고, 성경은 어떤 책이며, 기도는 어떻게 하는지 가르칩니다. 그래서 본인이 그리스도를 믿고 그와 연합하여 살기를 원하고, 그리스도인답게 하나님의 계명을 지켜 행하기를 원하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줍니다. 그러나 이 과정만을 거친다고 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령을 의지하여 늘 기도합니다. 이 일은 일반 학교교육과는 달리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 하나님이 마음을 움직여 주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녀들의 삶에 너무 간섭하면 위축되거나 그 삶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피며,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합니다. 이것이 목회자인 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고 본질적인 사역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교회가 외적으로 잘 성장하지 않습니다. 저도 끊임없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기도 하고, 제가 출강하는 신학대학원의 실천신학 교수님에게 컨설팅을 의뢰하여 진단한 일도 있습니다. 성장 문제로 인하여 목회자인 저는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때로는 성도들에게 영적인 아버지로서 힘이 되고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자괴감(自愧感)이 들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아내가 “우리 교회 성도들은 정말 힘들겠다”라는 말을 하면서 저에게 성도들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좋은 부모님 슬하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살아계신 어머니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가 그 능력이 되는 범위 안에서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하여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평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사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어머니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 “내 부모님은 왜 이렇게 어렵게 사실까?” “어머니는 왜 도시락 하나도 제대로 싸주시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성도들도 좋은 교회당을 구비하고,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즐겁게 해주는 교회와 그러한 능력이 있는 목사님을 부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예전에 저의 어머니나 TV 드라마에서 “부모 잘못 만나서 네가 고생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외부적인 환경만이 아니라 교회의 외적인 규모가 작을 때 발생하는 위험들도 의외로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 한 분이 물고기 비유를 들어 이러한 말을 하였습니다. 물이 많은 곳에는 작은 물고기도 있지만 큰 물고기도 있고 그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노닐지만 물이 얕거나 없는 곳에는 물고기가 있어도 작은 고기만 있고, 그 고기들조차도 서로 부딪히다가 물이 더 마르면 각종 새가 물고기를 채어 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교회는 서로 힘을 보태도 어려운데 열 명이 함께 들어야 것을 두세 명이 든다면 훨씬 더 힘이 들 것이고, 그 가운데 갈등이 빚어지고 여러 가지 시험도 발생하게 됩니다. 작은 교회를 목회한 경험을 가진 목사님들은 이 이야기가 실감 있게 들릴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알고 요즘 중대형 교회의 전도지는 자신들의 교회의 우월성과 그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에 사용하던 전도지는 복음과 기독교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릅니다. 이것은 전도지가 불신자를 대상으로 전도하는 내용보다는 기존의 신자를 유치하기 위한 홍보지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특히 자녀 교육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전도활동은 교인들의 수평 이동을 더욱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저와 우리 믿음의 가족들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큰 교회나 작은 교회에 동일하게 주어진 본질적인 사역인 말씀을 전파하고 가르치는 일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초 위에 하나님이 은혜를 베풀어 주셔야 합니다. 종교개혁시대의 중요한 슬로건 가운데 하나가 “오직 은혜로”(sola gratia)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 식상하고 구태의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여전히 중요하고, 신앙의 가장 근본이 되는 말입니다. 교회의 생명력은 하나님의 은혜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외적인 규모가 큰 교회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수많은 갈등을 겪습니다. 제가 강도사 시절에 섬기던 교회 앞에 큰 교회가 매 주일 각목을 휘두르고 심지어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려 말리는 것을 보았고, 그 교회의 성도들이 폭력적으로 바뀌거나 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이단들이 그들을 낚아채 가는 것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외적인 규모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를 풍성하게 임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달린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정하신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겸손하게 기도하는 일입니다.
(목회칼럼, 박우택 목사, 전 고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