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아공 프리토리아에 있는 그의 집에서 에릭 판 알텐 박사(Dr. Erik van Alten)를 만났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갔던 첫 번째 해에 혁명과 전쟁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그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Kiev)에서 가족들과 함께 6년을 더 살았다. 그는 그곳에 있는 우크라이나 복음주의 개혁신학교(Evangelical Reformed Seminary of Ukraine (ERSU))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신학교는 네덜란드의 개혁교회의 후원을 받는 곳이었다.
알텐 박사는 네덜란드 캄펀 신학교에서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네덜란드 해방파 개혁교회는 그에게 우크라이나 복음주의 개혁신학교에 가서 가르칠 것을 제안하였다. “사실 그때 저는 우크라이나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서 찾아봐야 했습니다. 저는 아내와 네 명의 자녀들을 데리고 2013년 7월에 키이우로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2019년 11월까지 우크라이나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프리토리아로 돌아왔지만, 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복음주의 개혁신학교와 협력하면서 1년에 다섯 번씩 그곳을 방문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 알텐 박사는 프리토리아에 있는 남아공 자유 개혁교회(Free Reformed Churches in South Africa)에서 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엉클어졌습니다. 2020년에는 우크라이나에 아예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상황이 좋아져서,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수 있었고, 저는 2021년 11월에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내게 우크라이나에 들어갔었던 첫해의 상황을 말해주었다. “2013년 11월에 우크라이나에서는 마이단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던 빅토르 야누코비치(Viktor Yanukovych)가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 논의를 중단하고 러시아 푸틴과 우호적인 협력조약을 맺기로 해서 일어난 혁명입니다. 2014년 2월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마이단 광장에서 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희생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 당시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천국에 간 백 명’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곳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2014년 3월에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였고,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Donetsk)와 루한스크(Luhansk)에서는 반란 공화국이 일어났습니다.”
러시아 건국 이야기
알텐 박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젊은 세대는 친 서방, 특별히 친 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푸틴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는 폭탄과 탱크들만 보고 있지만, 푸틴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독립적인 국가가 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련이 생기기 한참 전인 천 년 전의 역사로 돌아가야 합니다.”
“988년에 키이우는 기독교 국가가 되었습니다. 당시 키이우-루스 공국의 블라드미르 왕자(블라드미르 대제로 알려짐)는 기독교를 믿었고, 그의 백성들은 모두 그를 따라서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푸틴의 생각 속에서 이 키이우 공국은 러시아 제국이 시작된 건국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종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러시아의 국교는 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 faith)입니다. 제가 여기에서 조심스럽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러시아 정교회는 개인적인 신앙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신앙의 중심에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교회 신앙은 러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의 일부입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는 모스크바 대주교의 관할 아래 있었습니다. 그런데 2~3년 전에 전 세계 정교회의 수장인 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가 우크라이나 정교회에 자율권을 주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푸틴에게 매우 큰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키이우에서 시작되었다는 건국 이야기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이제 푸틴은 더이상 건국 이야기를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러시아 정교회는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 신앙에 대해서는 별로 강조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구원이나 영생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습니다. 러시아 정교회가 강조하는 것은 러시아의 정체성, 곧 ‘어머니 러시아’입니다.”
“만약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장악하지 못하면 그가 붙들고 있는 러시아 건국 이야기가 사라집니다. 물론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다른 요소들도 중요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크라이나를 지나가는 러시아의 가스관도 중요합니다. 또한, 다른 여러 가지 경제적인 요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푸틴에게 우크라이나가 중요한 이유의 깊은 내면에는 ‘어머니 러시아’라는 건국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교회와 국가
정교회 전통에서는 교회와 국가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를 ‘교향곡’이라고 부릅니다. 교회와 국가가 함께 만들어내는 교향곡입니다. 2009년에 모스크바 대주교가 새로 취임하였을 때, 그는 크렘린궁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는 이 ‘교향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정교회 내에는 자신들이 모스크바 대주교의 관할 아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이 러시아 정교회에서 벗어나서 키이우 대주교의 관할 아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키이우 중앙에 보면 우정의 탑이라고 불리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거대한 철제 구조물입니다. 이것은 슬라브 민족의 우정, 특별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벨라루스의 우정을 상징합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강력한 연대로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물입니다. 사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인들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지금 러시아에서 사람들이 반전 시위에 나서는 것을 보면, 러시아인들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러시아인들이 가공할만한 프로파간다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러시아에서 프로파간다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가히 천재적입니다. 그들은 공산당 시절부터 이 능력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푸틴이 공산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푸틴은 공산주의자들의 전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파간다를 통하여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주입 시켜 온 논리는 바로 러시아의 건국 이야기입니다. 푸틴의 방법을 주의 깊게 살펴보십시오. 그는 문제를 만들거나, 문제가 있다고 말한 다음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구원자로 등장합니다.”
“지금 푸틴이 러시아인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방식입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땅에 있는 러시아인들이 학살을 당한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땅에서 인종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키이우에서는 나치가 정권을 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대계인 지금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린스키를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Murray La Vita (남아공 기자)
번역: 박광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