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로
장로는 목사와 함께 교회의 감독을 맡은 직분자이다. 이는 단순한 감시자라는 말이 아니라 선한 치리자라는 말을 포함한다. 장로가 감당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감독 직무는 공예배시 이루어지는 목사의 설교에 책임있게 참여함으로써 관찰하는 일과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사랑으로 감독하는 일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장로가 감당해야할 가장 중요한 직무는 목사의 설교에 대한 공적인 참여와 나눔인 것이다. 목사와 장로로 구성되어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당회에서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할 가장 소중한 직무는 목사가 선포한 말씀에 대한 당회원들 사이에서의 나눔이다. 이는 목사의 설교가 좋았는가 아닌가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목사의 설교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말꼬리를 흠잡는 그런 목적도 아니다. 목사가 설교한 성경본문을 펼쳐두고 함께 말씀을 다시 읽으면서 본문의 의미를 새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목사의 설교가 올바르게 잘 선포되었는가 하는 점검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장로가 그 직무를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서는 말씀에 대해 목사와 버금가는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장로의 직무 가운데 또 다른 중요한 일은 성도들을 일일이 심방하는 일이다. 그 심방의 기초는 역시 목사를 통해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심방의 목적은 결코 교인들을 단순히 관리하거나 격려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다. 한국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심방을 부목사나 여전도사, 권찰 등에게 맡기는 것은 올바른 직분적 사역이라 하기 어렵다. 장로가 직접 심방을 하지 않고 다른 직분자나 교인들에게 그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 장로는 교인을 심방하며 그들이 목사의 입을 통해 선포되는 설교에 온전히 잘 참여하는 지 확인해야 하며, 세상에 살아가면서 그 선포된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애쓰는지 그리고 가정생활과 자녀양육에서도 그 말씀에 따라 행하는지 확인하며 독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장로는 목사와 함께 성례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된다. 당회의 모임에서 각 성도들의 신앙상태에 대해 보고하며 그들을 기억하는 가운데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장로들은 또한 목사와 함께 성례를 준비하며 복음에서 떨어진 자들을 위해 어떤 권징을 시행해야 할지 논의하게 된다. 여기서 권징은 단순히 징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권징이라 하면 곧 징계로 생각하는 자들이 있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권징은 권면과 징계이며 말씀을 통한 교육(discipline)이다.
(3) 집사
다른 직분들과 마찬가지로 이 땅에 존재하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 주님께서 허락하신 귀중한 직분이다. 이는 마치 중세 로마교회에서 장로가 교권적 사제에게 시중을 드는 보조자격자로 격하되었던 형편과 같은 비슷한 형국이다.
집사 직분은 교인들의 생존과 관련된 일상적 삶과 연관이 된다. 즉 먹고 살아가는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이다. 성도들은 일상생활 가운데서 정당한 노동을 하고 그로 말미암아 얻게 되는 수입 가운데 일부를 교회에 은혜의 연보를 하게 된다. 그 연보는 단순히 기부금처럼 돈을 내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에 대한 고백적 표현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 처험 이러한 일을 감당하는 집사직분을 남성에게만 주어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잘 검토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개혁주의의 입장에 서 있는 교회들은 여성 집사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세기에 들어와 여성 목사제도와 여성 장로제도를 수용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 집사제도를 점차적으로 수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4) 그 외 한국교회의 특이한 부수적 직분들
한국교회에는 특이한 직분과 임시직분이 있다. 특이한 직분이란 사족과 같은 불필요한 직분이며, 임시직분이란 교회가 아직 어려 정상적인 직분을 둘 수 없을 경우에 일시적으로 두게 되지만 교회가 성장하여 항존적 직분자들을 세우게 되면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는 직분들이다.
특이한 직분들 중 대표적인 것은 권사, 강도사, 전도사 등이며, 임시직분으로는 서리집사이다. 권사는 한국교회에만 있는 특이한 임시직분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분에 대한 성경적 근거가 희박한 그런 입장에서 임시직에 대한 권사 임직식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관행이다. 다른 외국의 교회들에는 없는 직분이기 때문에 권사를 번역할 때 흔히 ‘Senior Deaconess’라고 한다. 이는 ‘선배 여집사’라는 말이다. 필자는 이 글의 앞 부분에서 권사직분에 대한 언급을 하며 그것을 여자 장립집사로 이해할 수 있음을 이야기 했다. 그렇지만 한국교회가,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항존직분을 가지지 않는다는 개혁주의 교회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여성들에게 ‘권사’라는 이름의 특별한 직분을 만든 것은 성경에 의한 직분으로서가 아니라 여성 예우차원에서 제정한 제도이다. 그러나 임시직으로 규정된 권사직분이라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직분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권사는 장로, 장립집사 직분과 마찬가지로 고시를 쳐서 시험에 합격해야만 하는 직분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교회의 직분이 그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권사직에 대한 분명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도사 역시 한국교회에 있는 특이한 임시적 직능이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전도사는 Evangelist가 아니라 Assistant Pastor이다. 한국교회의 전도사들 중에는 교육전도사, 심방전도사, 음악전도사, 행정전도사, 찬양전도사 등이 있다. 또한 한국교회에는 권찰이라는 매우 특이한 직임이 있다. 권찰은 심방전도사와 마찬가지로 교인을 심방하는 일을 하는데, 심방은 원래 그들에게 맡겨질 일이 아니라 장로들이 해야할 직분적 사역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항존직으로서 장립집사를 세울만한 형편이 되지 않은 어린 교회에서 일시적으로 그 직무를 맡기기 위해 있던 직분이 서리집사이다. 교회는 아직 당회를 구성할 만큼 성장하지 못한 미조직 교회라 할지라도 목사나 장로 등 특정 직분자가 단독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성장하여 장립집사들을 둘 수 있는 경우라면 더 이상 서리집사가 필요하지 않다. 더구나 제직회에 속한 집사라고 하면서 직분과 관련된 자기 책무가 없거나 직분에 대한 인식이 없는 형식상의 집사직은 교회를 화석화할 위험마저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도들을 섬기고 봉사하는 일은 집사들이 특별히 행해야 할 직분적 일이 아니라 목사, 장로, 집사들을 포함한 모든 성도들이 참여하고 행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공로목사, 원로목사, 원로장로 등 교회내에 직분과 관련되어 존재하는 명예직들은 아무런 역할이 없을 뿐 아니라 직분적 의미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런 잘못된 불건전한 제도를 바탕으로 한 직분적 이름들은 마땅히 없애야 할 명칭들이다. 교회는 어떤 경우에도 그리스도 이외에 달리 특별한 명예를 받을만한 직분자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2. 교회의 각 직분회와 그 기능
한국교회에는 직분을 감당하기 위한 모임으로 대개 당회와 제직회가 있으며, 전체 성도들이 모이는 공동의회가 있다. 당회는 목사, 장로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그리고 제직회는 당회원들을 포함한 집사들과 다른 임시직분자들이 포함된다. 제직회는 교회를 대표하는 매우 중요한 의결기구라 할 수 있으나 한국교회의 제직회는 회중에 의해 선출된 직분자가 아닌 서리집사 등이 포함된, 요건을 정상적으로 갖추지 못한 기형적 모습을 띠고 있다.
(1) 당회
당회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영적인 분야를 맡은 직분자들인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다. 당회의 중요결정사항을 제직회와 공동의회에 공적으로 발표함으로써 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당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중 하나는 말씀연구와 성도들을 위한 기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회는 목사를 통해서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나누며 성도들을 말씀으로 지도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 각 성도들을 심방하며 파악하게 된 형편들을 기도제목으로 함께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배경으로 성례와 권징사역에 관한 논의를 하며 교회를 말씀으로 세워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당회는 성례를 위해 준비하는 일을 담당한다. 성찬식을 위한 떡과 포도주를 준비하며, 세례와 유아세례 베풀 성도를 확인하며 그들에 대한 교육과 문답을 담당한다.
(2) 제직회
제직회는 교회가 맡긴 직분자들의 전체적 대의기관이다. 그 회에서는 목사, 장로, 집사 등 모든 직분자들이 함께 모여 영적인 일과 더불어 일반적인 교회의 형편들을 나누며 교회의 행사들과 제반 사항들에 대한 논의를 하며 의결하게 된다. 그리고 당회나 집사회에서 행해진 일반적인 중요한 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고 논의하게 되는 것이다.
(3) 공동의회
공동의회는 직분자 회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항들에 대한 최고 의결기관이다. 교회에 속한 모든 입교인들이 공동의회 회원이 되어 질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성도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의무를 감당하게 된다. 공동의회는 교회 회중이 목사와 장로로 세워서 맡긴 당회의 일과 제직회의 일들에 대해 보고를 받고 승인하는 기관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영적인 일에 대해서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직분자 회인 당회의 권위가 가장 소중하며, 일반적인 논의에 있어서는 공동의회가 가장 중요한 최종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