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을 받고 있는 신앙동지들을 위한 탄원
존 칼빈
그러므로 무적의 폐하시여! 이 주장에 대하여 폐하께서 충분한 심리를 해주시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생각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혼란 가운데서 이 주장은 전혀 법질서에 따라 취급을 받지 못했고 또한 법적으로 신중하게 다루어지기보다는 오히려 난폭한 격정에 따라 대우를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내가 안전하게 조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얻기 위해 지금 사적인 변호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마다 조국에 대해 마땅히 품어야 할 그런 애정을 나 역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사정하에서 조국에 있지 못함을 조금도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오히려 그리스도의 주장이자 모든 신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장을 지금 변호하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현재 폐하의 나라에서 완전하게 찢기고 유린당하여 가장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고 이것도 폐하의 승인도 없이 어떤 바리새인들의 횡포에 의해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가를 지금 여기서 말하려 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주장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이는 비록 그리스도의 진리가 근절되고 파멸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불경건한 자들의 득세로 인해 그것이 감추어지고 매몰되어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련하고 어린 교회는 잔인한 학살로 인해 쇠잔해지고 혹은 추방당하고 혹은 위협과 공포에 압도되어 감히 입 한번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그들은 상습적인 분노와 광란으로 이미 흔들리고 있는 벽을 계속 쳐서 그들이 시작한 그 일을 기어코 끝내고 맙니다. 한편 그러한 광포에 맞서서 교회를 변호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진리를 가장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자들이 있기는 하나 저들은 다만 무지한 사람들의 그 잘못과 무분별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래서 이 온건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함으로써 그들이 알고 있는 오류와 무분별을 하나님의 가장 확실한 진리라 부르며 그리스도께서 하늘나라의 지혜의 신비를 주시기를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조금도 멸시하지 않으신 지성 있는 사람들을 무지한 사람들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저들은 모두 복음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가장 현명하신 폐하시여! 특히 지금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영광이 지상에서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진리가 그 존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의 왕국이 우리 가운데 잘 보존될 수 있을까 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가 기로 위에 놓여 있는 이때에 폐하께서는 이 정당한 변화에 대해 귀와 마음을 막지 않으셔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야말로 폐하께서 들으실 만한 가치가 있고 인정하실 만하고 폐하의 왕좌에 합당한 문제입니다. 사실 진정한 왕은 왕국을 통치함에 있어 자신이 하나님의 사역자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왕은 벌써 왕적 통치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약탈을 일삼는 자인 줄 압니다. 더욱이 자기 나라가 하나님의 홀, 곧 그의 거룩하신 말씀에 의해 통치되지 않는데도 그 나라의 영구한 번영을 추구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입니다.
이는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잠 29:18)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거짓말하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우리의 비천함을 경시한 나머지 우리의 주장을 들으시려는 노력을 단념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미천한 소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비참한 죄인들이며 사람 앞에서는 가장 경멸을 받을 존재입니다. 그리고 만약 폐하께서 부르고 싶으시다면 우리를 이 세상의 배설물이나 찌꺼기라고 불러도 무방하고(고전 4:13) 이보다 더 추악한 이름을 붙여도 마땅한 존재입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 앞에서는 다만 그의 긍휼 밖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고후 10:17-18) 오직 이 긍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아무 공로 없이 영원한 구원의 소망을 얻었습니다(딛 3:5). 그리고 사람 앞에서도 우리의 연약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고후 11:30; 12:5, 9). 이 연약하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조차도 그들에게는 최대의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