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그리스도 교회의 본질과 현현과 목적
‘종교 자체’를 다룬 후에 카이퍼는 “조직된 형식 혹은 종교의 현상적 양상으로서 교회”에 대해 강연하는데로 나아간다. 화란국교회 신학자였던 우쁘끄 노르트만스(Oepke Noordmans)가 “카이퍼와 교회는 거의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고 논평했듯이, 카이퍼의 사상 중 교회론은 그의 사상의 정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많은 논의들이 그간에 이루어져왔다. 뿐만 아니라 카이퍼는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나서 자랐으며, 박사논문 주제가 교회론에 대한 것이었고, 그 후에 교회론과 관련된 여러 저술들을 출간하였다. 우리는 방대한 논의로 인하여 고통 받는 대신에, 제2강연에서 카이퍼의 교회론이 어떤 내용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게 된다.
3.2.1. 영적 유기체로서 교회
카이퍼에 의하면 “교회는 본질적으로 하늘과 땅을 포함하는 영적 유기체이지만 현재 그 중심과 행동의 출발점은 땅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나는 중생은 몇몇 개인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라는 유기체를 구원한다”는 특이한 표현을 그는 사용한다. 그리하여 “이 중생한 인간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몸을 형성하는데, 그리스도가 그 몸의 머리가 되시며 그 몸의 지체는 그리스도와 신비적 연합으로 하나가 된다.” 이것이 바로 카이퍼가 말하는 교회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유기체는 그리스도의 재림 후에야 우주의 중심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현재 이 유기체는 이 땅에서 흐릿하게 분간할 수 있는 실루엣과 같을 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참된 성소는 하늘에 있으며, 그곳에 멜기세덱의 반차를 좇는 유일한 제사장 그리스도가 계신다.”고 말한다.
카이퍼에 의하면 칼빈주의는 “원칙적으로 제사장직이나 제단, 성소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칼빈주의가 반대하며 맞서 싸운 것은 “유일한 제사장이신 그리스도를 가리우고, 참된 제단과 참된 성소를 볼 수 없도록 만드는 사제주의(sacerdotalism)”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상적 제사장을 교직제의 형식으로 보존했던 감독파, 그리고 군주를 최고 감독으로 교회 위에 세웠던 루터파와는 달리 “칼빈주의는 교회 봉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절대적으로 동등하다고 선언하였”던 것이다.
3.2.2. 땅 위의 교회
카이퍼는 이 땅위에서 나타난 교회 현현 형식에 대하여, “교회는 그리스도의 규례에 순종하면서 교회적 연합 가운데 사는 여러 신자의 지역적 회중, 신앙고백자의 집단을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칼빈은 교회를 ‘신앙을 고백하는 개인’ 가운데서 발견하였다. “이 개인들이 성경의 명령에 따라, 그리스도의 규례를 따라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여 왕이신 그리스도께 복종하며 함께 사는 일에 노력하는데, 이것이 바로 땅의 교회”라고 본 것이다. 신자들에게 더이상게 마술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물이나 기관이나 영적 단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 땅의 교회에서 “보편적 제사장직” 즉, 만인 사제직(priesthood of all believers)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카이퍼는 말한다.
카이퍼는 “참된 하늘에 있는 불가시적 교회는 지상의 교회 안에 모습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참된 본질적 교회는 중생한 사람이 지체로 있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이 땅의 교회 역시 그리스도께 연합되고 그 말씀으로 사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땅의 교회는 “말씀을 전파하고, 성례를 집행하고, 권징을 행하여 모든 일에 하나님 앞에 서 있어야 한다.”고 카이퍼는 주장한다.
카이퍼는 “이 땅 위의 교회가 가지는 정치적 형식”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자기 교회를 가장 효과적으로 통치하신다. 성령으로 각 지체 가운데 역사하시므로, 신자간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교회 내에는 오직 섬기고 이끌고 규제하는 사역자만 있을 뿐이다. 장로교의 정치 형식은 이중적이다. “그리스도의 주권은 절대 군주제이지만, 실제 교회 정치는 민주적이다.” 카이퍼는 “교회의 권력은 그리스도로부터 회중에게 직접 내려”오고, 또한 이 권력은 “사역자 안에 집중되며, 이 사역자에 의하여 형제들에게 시행된다.”고 본다. 따라서 모든 신자와 회중은 “서로에게 아무런 통치권을 발휘할 수 없고, 모든 지역 교회가 평등하므로, 하나의 몸의 현현으로서 교회 회의를 통해서만 즉 연합을 통해서만 연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카이퍼는 역사적으로 나타난 “교단의 다양성”(소위 교회의 다형성 pluriformiteit van de kerk)에 대해서도 논급한다. “교회가 신자의 회중으로, 즉 신앙을 고백하는 개개인들의 연합으로 나타나고, 그리스도로부터 교회의 권력이 회중에게 직접 내려온다면,역사와 지역 등의 차이로 인하여 다양한 교회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교회(불가시적 교회)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모습(교단)으로 현현되어 가시적 교회(지상 교회)를 비추게”된다고 말한다. 즉, 교단의 다양성에 대한 그의 평가는 비판적이지 않고 긍정적이다. 칼빈주의는 3세기 동안의 체험을 통해 다양성이 “강제적 단일성 보다 종교 생활의 성장과 번영”에 훨씬 더 기여한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