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나님의 위격에 대한 심리적 고려
하나님의 위격의 심리적 접근 하나님의 위격의 이해를 위하여, 이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논제는 주관적 측면에서의 하나님의 위격에 대한 심리적 고려이다. 다시 말해 각각의 위격이 의식과 행위의 주체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인격적 하나님으로서 계시하셨으므로, "한 본질, 세 위격들"이라는 삼위일체 신관에 있어서, 의식과 행위의 주체라는 인격적 속성이 세 위격들과 관련하여 어떻게 설명되는 지를 살피는 것은 하나님의 위격의 이해에 있어서 필수적인 논의를 구성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세 위격들은 각각이 "의식과 행위의 주체라는 심리적 인격(a psychological person as center of consciousness and action)"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방신학과 서방신학의 차이에 따라서 달라진다.
우선, 서방신학의 한 단면의 이해를 위하여 아퀴나스의 견해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아퀴나스의 생각에 따르면, 하나님의 위격은 "본질의 존재론적 주체 또는 기체(主體 또는 基體, an ontological subject or supposit of divine essence)"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위격이 본질과 존재론적으로 구별이 되는 "본질의 존재론적 주체"라면, 하나님의 본질과 위격이 동일한 하나의 실재(reality)라는 "하나님의 순일성(the simplicity of God)"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아퀴나스는 하나님의 위격이 피조물의 존재양식에 따라서는 본질의 주체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비록 하나님 안에 본질과 위격이라는 존재론적 구별은 없지만, 하나님에 대한 논의를 하는 사람의 인식 안에서는 존재론적인 구별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구별, 곧 피조물의 존재양식에 따른 구별이 있으며, 이러한 구별의 범위 안에서 위격은 본질의 주체인 것으로 말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피조물의 존재양식에 따른 이러한 구별은 하나님에 관한 모든 인간의 언어가 "유비적(analogical)"이라는 아퀴나스의 이해로부터 비롯된다. 하나님에 관한 모든 사실들에 대한 인간의 언어 표현은 그 사실들의 "본래적 존재양식에 따라(in accord with their proper mode of being)" 붙여진 것이 아니며, "피조물들 가운데 발견되는 방식에 따라(in accord with the way of being found among creatures)" 붙여진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에 대하여 언급되는 어떤 것도 피조물에 대해 언급되는 것과 동의적(univocal)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됨을 의미한다. "위격(person)"의 개념과 관련된 논의의 경우, "위격"은 하나님과 사람에게 동일한 의미로 사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형상(form)과 질료(matter)로 구성되어 있는 사람의 경우, 본질(nature)이 주체(subject)에 해당하는 질료(matter)에 의해서 개체화되지만, 하나님은 사람과는 달리 형상과 질료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퀴나스는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언급이 서로 이의적(異意的, equivocal)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퀴나스 생각에, 만일 그렇다면 피조물에 관한 언급을 이용하여 하나님에 관한 언급을 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데, 만일 하나님의 "위격"이 사람에 대하여 말할 때의 "위격"과는 이의적으로 쓰였다고 한다면, 그 하나님의 "위격"은 어떠한 의미도 지니지를 못하게 된다. 이러한 유비적(analogical) 이해의 맥락에서, 인격(person)을 "이성적 본질의 개별 실체(individual substance of rational nature)"로 정의한 보에티우스(Boethius)를 원용하면서, 아퀴나스는 이를 수정하여 위격 혹은 인격을 "이성의 본질 안에 있는 자존체(what subsists in rational nature)"로 정의한다. '인격(person)'이란 전 자연에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완전한 것, 곧 이성의 본질 안에 있는 자존체(what subsists in rational nature)를 의미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