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장년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교리를 가르칠 때와 다르다. 필자는 나이가 든 장년 교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칠 때에 교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가르쳐야 하고 특히 그들의 생활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젊은 청장년들일 경우에는 교리의 문구를 충실히 해설하면 된다. 보충 자료들을 활용하여 교리의 역사적 배경부터 성경의 근거 구절까지를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나이든 장년들은 젊은 사람들만큼 이해력이 높지 않다. 게다가 그들의 삶의 정황은 복잡하고 다단하다. 따라서 목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마구 말해 봤자 알아듣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특히 넓은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말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나이가 어느 정도 든 교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칠 때에는 그들의 이해도와 관심도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 2번째 주일부터 4번째 주일까지(3문~11문)에는 인간의 비참함에 대한 교리가 나온다. 이것을 가르칠 때에 신앙고백서에 적혀 있는 문구 자체만 설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이해를 잘 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이해했다 하더라도 금방 잊어버린다. 따라서 이런 교리를 가르칠 때에는 그 문구에 담겨 있는 뜻을 풀어서 가르쳐야 하고, 그 뜻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즉 원죄와 자범죄로 인한 인생의 비참함과 무능함이 실제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며 체감되는지를 설득력 있고 생생하게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실존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은 교리 교육은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장년들에게 신앙고백서나 요리문답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설교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강의보다는 설교가 장년들에게 적합하다. 만약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그룹에서 교리를 가르친다면 교리의 문구 자체를 충분히 다룰 수 있겠으나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장년들을 대상으로 교리를 가르치려면 그룹이 크든 작든 교리의 문구 자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교리를 가르치는 목사야 이미 준비된 사람이니 괜찮겠지만 교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장년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장년들에게 교리를 가르칠 때에는 설교 형태가 낫다고 생각한다.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는 52주 동안 다룰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목사가 일주일에 한번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를 가지고 설교한다면 1년 동안 특정한 본문이나 주제에 치우치지 않고 성경 전체의 주제를 골고루 가르칠 수 있게 된다.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를 설교할 때에는 그 주일에 해당하는 문답들을 충분히 연구한 후에 관련된 성경본문을 찾아 주해하면서 연결하여 설교하는 것이 좋다. 이때 성경본문을 주해하는 것이 주가 되어야지 문답의 문구들 자체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리 자체는 설교의 근거가 아니다. 교리는 성경본문을 해석해서 나오는 교훈일 뿐이다. 교리를 설명하기 위하여 성경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뜻을 드러내기 위하여 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볼 때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의 순서대로 설교하는 것이 좋지만 때로 교회의 일정과 상황을 고려하여 순서를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례는 25번째 주일부터 31번째 주일까지에 위치해 있으나 몇 주 후에 성례가 있다면 그 부분을 먼저 설교할 수 있다.
목사는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융통성 있게 교리를 설교할 필요가 있다.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는 문구들이 대체로 쉽게 되어 있다. 다른 신앙고백서들에 비해서 문구가 길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의 제일 앞에 나오는 ‘위로’는 전체 내용의 목적이요 이유이다. 따라서 이 신앙고백서를 설교하는 것은 다른 신앙고백서 설교보다 쉽고 유익하다.
IV. 나오면서
이 글은 필자가 그동안 교리를 가르치면서 실수한 점들을 반성하면서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필자의 반성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아직도 교리를 잘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더 잘 가르치기 위하여 노력할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에는 이미 교리를 잘 가르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미천한 경험이 이 일에 처음 참여하시려는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었다.
황원하 목사
고신총회 인재풀운영위원회 전문위원(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