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유산
현대 사회에 여전히 실재하는 칼빈 사상의 가장 큰 영향중에 하나는 경제 행위를 그리스도인의 삶의 영역에 포함시킨 것이다. 칼빈은 부와 재산을 하나님의 선물로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정당한 재산의 축적을 공익을 위한 공헌으로 까지 간주하였다. 또한 사유재산과 정당한 이자를 인정하였고 산업과 상업을 장려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혹자는 성급하게 칼빈을 자본주의의 기초자로 말한다.
그러나 칼빈은 부당한 재산축적과 고리대금을 반대하고 빈자에 대한 부자의 의무와 구제를 강조하였다. 또한 창세기 2장 15절 주석에서 “모든 사람은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을 하나님의 청지기로 생각하도록 하라”고 역설함으로써 부와 재산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청지기적 사명을 강조하였다. 청지기의 정신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하나님이 정하신 인간 삶의 원리인 “자연의 질서”(naturae ordo) 즉 조화와 봉사의 질서가 실현되는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어 갈 것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창조질서의 회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말씀과 성령의 중생케 하시는 역사를 통해 우리 안에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될 때 참으로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칼빈이 인간 사회의 경제적 질병은 근본적으로 구조의 질병이기 전에 인간의 질병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이러한 칼빈의 경제윤리는 사회의 불균등성만을 강조하여 탐욕적인 재산의 증식만을 일삼는 자본주의와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구조의 변화가 인간의 변화를 약속할 수 있다고 보고 경제사회 구조의 혁명적 개선만을 부르짖는 사회주의와도 맥을 달리한다. 물론 우리는 칼빈에게서 부분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요소를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칼빈의 사상은 자본주의적이거나 사회주의적이 아니라 다만 성경적일 뿐이다. 그는 성경의 교훈을 따라 자본주의적 요소를 강조해야할 때에는 실제적 현실에 기초하여 그 현실을 극복하려 하였고, 동시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강조해야할 때에는 당위적 신앙을 따라 그 이상을 실현하려고 하였다.
특히 칼빈의 가난한 자에 대한 목회적 관심과 실천은 오늘도 모든 교회의 헌신적인 구제와 배품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신명기 15장의 설교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수령인들로서 가난한 자들을 우리에게 보내신다. 그리고 비록 구제금이 인간 피조물에게 주어졌을지라도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가난한 자에게 주는 것을 마치 하나님의 손에 우리가 놓아두었던 것처럼 받으시고 만족하게 여기시고 그리고 그것을 우리 각자의 예금계좌에 넣어 주신다”고 말함으로써 가난한 자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를 격려하고 있다. 칼빈은 아름다운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 속에 부자와 가난한 자는 서로 각자의 적극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구제 행위를 통하여 부자는 자선을 시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사랑 안에 성장할 수 있으며, 가난한 자는 부자의 의무를 상기시켜 줌으로써 하나님의 돌보심에 감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교회와 사회가 이러한 상호 조화와 봉사를 통하여 참된 하나님의 형상과 창조질서의 회복을 마땅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