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하나님 나라의 종류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생각할 때 다음 세 종류의 하나님의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 이 세상에서의 하나님의 나라(현세 천국)와 현재 저 세상에서의 하나님의 나라(천당,
낙원)와 미래에 종국적으로 이루어질 새 하늘과 새 땅(신천신지)이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현재 이 세상에서의 하나님 나라만 생각하거나, 아니면 현재의 하나님 나라
와 미래의 하나님 정도로 생각하고 만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저 세상에서의 하나님의 나
라(소위 천당)와 새 하늘과 새 땅 사이의 관계가 분명치 않으며, 성도가 죽으면 어디로 가
는지 그리고 그 곳에서의 상황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되고 만다. 이런 것들은 현
대 신학이 하나님의 나라를 대개 추상적으로 다루는 데서 오는 현상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구체적인 삶의 문제로, 내 자신의 운명이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이렇게 함에 있어서 우리는 철학적 사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오직 성경
에 기초하여 성경이 말하는 대로 생각하여야 한다.
먼저 ‘현재 이 세상에서의 하나님의 나라’ 곧 ‘현세 천국’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것은 지
금 이 세상에서 이루어져 가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이며,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 죄와 악이
침투해 들어와서 완전한 의와 거룩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그래서 현세 천국에서
는 하나님의 완전한 통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성령의 완전한 충만도 불가능하다. 따
라서 현세 천국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에게는 늘 애통함과 탄식이 있으며, 하나님의 온전한
의가 이루어지기를 늘 기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현세 천국은 전도를 통해 확장되고 있
으며,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도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성도의 노력을 귀하게 보시고 축복
하신다.
그 다음으로 ‘현재 저 세상에서의 하나님 나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것은 우리가 보통
‘천당’ 또는 ‘낙원’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내세 천국’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세
천국’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죽은 후에 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서는 ‘내세(來世)’ 천국이지만,
존재 측면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장소이다. 이 낙원(천당)은 구약 시대에도 존재했으며,
따라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또 구약시대의 모든 성도들이 이곳에서 안식하고 있다
(cf. 눅 16:19-31).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같이 달린 한 강도에게 “내가 진실로 네가 이르
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고 대답하셨다(눅 23:43). 따라서 ‘낙원(oJ
paravdeiso")’은 성도가 죽으면 그 영혼이 즉각 들어가는 천국임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예수
님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는 곳이며(롬 8:34, 히 10:12,13; cf. 골 3:1), 구원받은 성
도들의 영혼(yuchv)이 쉬고 있는 곳이다(계 6:9, 14:13, 20:4). 그러나 이 영혼들이 무의식
상태로 지내는 것은 아니며, 하나님과 더불어 친밀한 교제를 누리며 즐거움으로 안식한다
(빌 1:23). 이곳에는 더 이상 죄와 악이 없으며, 하나님의 의가 완전히 실현되고 있다. 그래
서 하나님의 뜻이 완전히 이루어졌으며, 성령의 100% 충만한 지배가 실현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곳 천당에서는 더 이상 전도가 없으며 중생도 없다. 오직 새로운 거듭난 영혼들
을 지상에서부터 영입하는 것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될 따름이다. 따라서 성도의 죽
음은 존재의 소멸이 아니라 남아 있는 죄들의 소멸이며, 영생에 들어가는 관문이다(「하이델
베르크 요리문답」제42문의 답).
마지막으로 우리 구원받은 성도들이 종국적으로 거할 곳은 ‘새 하늘과 새 땅’ 곧 ‘신천신
지’이다(계 21:1). 이것은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질 영원한 복락의 장소이며,
모든 눈물과 저주가 사라지고 완전한 의가 실현되는 곳이다(계 21:4, 벧후 3:13). 이 점에
있어서는 현재 존재하는 낙원과 차이가 없지만, 다른 점은 낙원에는 성도들의 영혼이 들어
가 쉬는 곳이지만 ‘새 하늘과 새 땅’에는 성도들의 ‘영혼’뿐만 아니라 부활한 ‘육체’가 함께
거하는 장소라는 점이다. 따라서 ‘새 하늘과 새 땅’에서는 이 세상에서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헤어졌던 영혼과 육체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만남은 단순한 옛 모습 그대로의 재
회가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성숙한 두 요소의 극적인 상봉이다. 곧 이제는 완전히 죄에서
해방된 의롭고 거룩한 영혼과 다시는 병들지 않고 썩지 않고 약하지 않고 죽지 아니하는 영
광스런 육체의 재결합이다. 이제는 죄로 말미암은 별거가 다시 없을 것이며, 영원히 떨어지
지 않고 헤어지지 않는 완전한 사랑의 결합이 마침내 실현될 것이다. 이 신천신지에서는 하
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과 더불어 영원토록 동거동락하며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복락을 누릴
것이다(계 21:3).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