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 성장은 교회 핵심 가치 아냐
박영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흔히 교인 수 감소, 교회 성장 둔화를 위기로 꼽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라고 했다.
"위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교인 수 감소를 위기로 보고 해결책으로 부흥 비결을 찾는 경우가 있다.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여전히 외적 성장을 교회 핵심 가치로 보는 구태의연한 교회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교회 안에 진정한 성숙이 있는지 봐야 한다. 수적 성장은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세속화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교인 수가 많아져도 하나님의 이름을 훼방한다면 성장이 아니고 타락이다. 인간의 종교 왕국은 확장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왕국은 심각하게 퇴보될 수도 있다."
그는 한국교회의 진정한 위기로, 성장제일주의로 인한 제자도 상실을 꼽았다. 성장주의에 도취된 교계가 큰 교회를 바람직한 교회 모델로 보고, 큰 교회 목사를 하나님이 함께하고 크게 사용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이 경쟁하듯 양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목회자들의 욕망을 고조시켰다고 했다.
그 결과, 교인 입맛에 맞춘 설교(기복 신앙, 긍정의 힘 강조)등으로 쉽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값싼 복음이 양산됐다. 박영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많은 사람을 종교인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창조물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정도로 성화는 심히 부진하다"고 평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한국교회 현실은 잘못된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며 지금까지 질주해 온 결과라며, 이미 예견된 모습이라고 했다. 패망의 길을 고집하지 않고 한국교회가 쓰러진 자리에서 문제점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성장제일주의를 설명하면서 대형 교회 문제점도 언급했다. 교회는 성령이 운행하는 장이고 성령의 교제 속에 성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박 교수는 대형 교회가 교회 본질을 실현하기에 부적합한 사이즈라고 했다.
사이즈가 커지면 집단이 되고, 속하지 못한 개인은 집단 안에서 소외된다. 이런 문제를 겪고, 공동체 운동을 하기 위해 제도 교회를 떠나는 젊은 층도 생겨나고 있다. 대형 교회는 생태적 한계를 직시하고 자구책을 간구해야 한다.
한국교회 폐단, 성장제일주의와 개교회주의
이성호 목사는 한국교회 폐단은 거대한 물살 안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역사 안에서 문제를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고, 물살을 혼자서 거스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안에 스며든 자본주의도 비판했다. 세상의 자본주의로 은연중에 목회자를 결과물로 판단하게 된다.
"1920년 전만 하더라도 실제 각색되어지지 않은 복음이 제시됐다. 3·1 운동이 실패하자 교회가 변한다. 극렬한 독립운동을 하거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세를 늘린다. 많은 교인이 일제에 협조하고 결탁하게 된다.
1920년 이후에 권력에 협조하는 경향성을 띠면서 철저히 권력 지향적이 된다. 교회 세를 늘리게 되고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런 경험은 우리 안에 교회가 커지면 뭐든지 용서된다는 생각이 있다."
이 목사는 개교회주의도 지적했다. 1980년대는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였다. 사회에서 받은 아픔을 위로받으려는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오면서 교인이 급증했다. 교인 급증과 성장제일주의가 한 맥을 이루면서 참 그리스도인을 세우지 않고, 사람들을 '우리 교회'에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하나님 나라 일꾼을 삼을 생각을 하지 않고 우리 교회 일꾼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교회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은 교회 내 반복되는 상황을 보면서 점차 교회를 떠난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전부인가' 하는 생각으로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교회 안의 거대한 물살을 당연시하면서 지내야 할까? 박영돈 교수는 교회 정체성 회복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일으킴을 받는 종말론적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목표와 비전, 가치, 사역을 종말론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이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사람들 안에 있는 권력 지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타인을 컨트롤하려는 욕망이 부패성과 손잡아 분출되는 상황을 견제하며, 단일적 회개가 아닌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회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인이 하나님 앞에서 지성적 회개만이 아닌 비 오듯 쏟아지는 눈물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주님의 관심인 영혼 구원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택한 백성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교회가 구원의 방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성호 목사는 성경 읽기를 당부했다. 성경은 신학자나 목사만 연구하는 게 아니니 교인이 성경을 읽고 스스로 묵상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목사가 주는 말씀으로만 살기는 어렵다. 스스로가 연구하고 성령 충만할 수 있다. 그러면 교회에서만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일터, 학교, 가정에서도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
박영돈 목사: 고신대 교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