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교회의 신학 교육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는 재정적 위기나 시설의 위기가 아니라 내적인 위기이다. 근본적으로 영적이고 인격적인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회가 원하는 목사후보생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목사와 목사후보생들은 넘쳐 나지만 막상 교회가 청빙하고 싶은 교역자는 적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 마디로 간단히 말하기 힘들다. 신학교만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국 교회 전체가 처한 총체적인 문제이다. 교수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학생들만의 문제도 아니며, 이들을 포함해서 교단 전체의 문제이다. 나아가서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현재 신학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교회가 원하는 교역자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비록 부끄러운 모습이라 할지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여러 가지가 있다.
신학생들의 영성이 부족하다든지 기도를 많이 안 한다든지, 또는 헌신되지 못한 태도와 성숙하지 못한 인격, 윤리 문제 등 많이 있겠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오늘날 신학생들이 성경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정도가 아주 심하다. 그러니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고 세상 이야기나 인간적인 이야기들로 설교를 떼우고 만다. 그래서 여기서는 목사후보생의 성경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하자. 먼저 현재의 상황을 살펴본 후에,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I. 성경 무지의 현주소 한국 교회의 교역자들이 성경을 모른다는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한 양떼들이 갈급해서 허우적거리며, 더러는 그러다가 이단에 빠지고 만다. 오늘날 한국에 이단들이 횡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성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교역자들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모르고 또 읽어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학생들의 성경 무지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신학교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일선 교회에서는 그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신학생들의 성경 지식은 해마다 꾸준히 저하되어 왔다. 신학교에서는 입학시험과는 별도로 재학 중에 성경종합시험을 치르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해마다 성경 지식은 저하되고 있다.
신학대학원에 합격해서도 동일한 유형의 성경 시험이 계속 된다. 3년 동안 총 6번의 기회를 주어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데, 이것도 통과 못해서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다. 1차에 붙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출제자들마다 실망하고 탄식을 한다. 혹자는 신대원 교수들이 너무 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말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총 6번의 기회를 주고, 그것도 문제의 상당수는 이미 제시된 200 구절 안에서 나오는데도 합격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성경을 모르는데 어떻게 설교가 되겠는가? 그러니 전도사들이 강단에 서면 성경 이야기는 안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 세상 이야기들로 떼우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성경을 모르는데 신학 공부가 제대로 되겠는가? 어려운 교의학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성경 자체를 모르는데 성경 해석이 제대로 되겠는가? 그러니 결국 상당수 학생들은 자기 것으로 소화되지도 않은 신학 지식들, 어려운 용어들만 두서없이 나열하는 것이 아닌가? 자칫하면 신학대학원의 교육이 성경의 토대 없는 단편적인 지식 교육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II. 신학대학원의 노력 그렇다고 신대원에서 신학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필요한 교과목들을 안 가르칠 수도 없고, 또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성경원어를 안 가르친다고 해서 학생들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성경 실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학생들을 게으르게 만들 것이다. 전에도 과제가 많다고 해서 많이 줄여 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성경을 더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기도를 더 많이 한 것도 아니며, 결국 교육의 질만 떨어지고 말았다. 성경 원어를 가르치지 않으면 결국 사전도 찾지 않고 주석도 보지 않는 목회자들, 논문을 읽을 줄 모르는 목회자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설교에서도 말씀의 원래 뜻, 바른 뜻을 알려는 노력은 더욱 없어지고, 주관적이고 세상적인 잘못된 해석이 더욱 판을 치게 될 것이다. 무인가 신학교에서 무자격 교역자들을 양산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이 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올바른 해결은 성경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곧 신대원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다. 석의 과목을 많이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원어에 기초한 ‘석의’(釋義) 이전에 먼저 ‘성경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한글 성경 자체에 무슨 말씀이 있는지를 우선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30여년 전에 필자가 신학교에 다닐 때에는, 비록 대학을 못 나온 학생들도 있었지만, 신학생들이 성경만큼은 잘 알았다. 개척교회를 하거나 교회 전도사를 하면서 늘 설교를 했고, 또 새벽기도 후에는 성경을 한 시간씩 읽었다. 그래서 성경 전체가 머릿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교의학 수업을 들으면 교리가 이해되었고 신학이 정리되었다. 그러나 요즘 신학생들은 모두 대학은 나왔지만 성경은 잘 모른다. 성경이 컴퓨터 속에, 휴대폰 속에는 들어 있지만 머릿속에는 들어 있지 않으니 교의학 수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석의 과목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래서 신학교에서는 무엇보다 성경을 가르쳐야 한다. 그냥 읽으라고 해서는 별 효과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성경을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결국 교수들이 한글 성경을 펴 놓고서 같이 읽는 수밖에 없다. 그런 학생들은 방학 때 따로 불러 모아서, 교수들이 한글 성경을 펴 놓고 간단히 설명해 주고 나서 같이 읽어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장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성경공부’ 과목을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여 가르치고 있는데 수강신청자가 쇄도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교회에서 하던 것들이 이제는 신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하나님의 말씀을 빼앗아 가고 있다. 온통 세상의 잡스런 것들로 머릿속이 꽉 차 있으니 성경을 읽어도 그냥 글자만 지나갈 뿐 말씀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읽어도 의미가 들어오지 않고 은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외우려고 해도 외워지지 않는다. 성경 시험을 잘 준비하라고 하면, 많은 학생들은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 시험 문제집을 구해서 풀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은 늘 새롭게 문제를 내면서 성경 읽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많은 학생들은 성경을 읽지 않으며, 또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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