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교권을 경계하라
칼빈은 야심이 인간의 죄악 된 부절제한 본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한 방편으로 본다.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들 끼리 서로의 경쟁심으로 인해 ‘자신을 겸손하게 하기가 아주 어렵다.’ 이런 야심을 지닌 높은 지위의 소유자는 거만하고 너무나 호전적이어서 복음을 바르게 믿고 생활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칼빈은 야심을 불신 사회뿐 아니라 특별히 교회 내에 존재하는 모든 악의 어머니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자기의 지위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온유와 절제의 은사를 간구해야 한다.
칼빈에 따르면 초대교회는 감독이나 주교를 택할 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만들어진 규칙을 준수하였으나, 중세교회 와서 불법이 자행되었다. 최고의 법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문서들 속에 사장(死藏)되어 있다. 칼빈은 당시 술주정뱅이, 음행하는 자, 도박꾼, 각종 범법자들과 자격미달 자들이 권모술수에 의해 주교직에 오르고 있다고 질타한다. 중세교회가 탐욕이 가득한자들을 주교와 감독직에 임명하는 것은 선택 과정에 사전 계획된 음모에 의해 승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교 후보자 자격 심사를 할 때도 시험은 완전 형식적이었다. 유치기 짝이 없는 시험에서 결점이 발견된다 하여도 금권과 개인적 비호아래 사제직에 얼마든지 임명되었음을 지적한다. “돈이 있다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호의를 받는 경우라면 서품이 얼마든지 가능하였다. 또한 그들이 성직 수여를 받기 위해 제단에 나갈 때도 동일한 조작이 행하여진다...그런 일을 오랫동안 계속해오다 보니, 이제 그들 스스로 그 일이 지극히 적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욱 경악할 일은 누군가가 그런 일은 불법임을 비판한다면 그 사람을 붙잡아 사형언도를 받게 하였다. 항상 불법을 합법으로 가장하여 자행하였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것이 잘 못된 것임을 인식도 못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잘못을 지적하면 교권이 그 사람을 죽여 버리기 때문에 불법은 더욱 대담하여졌다.
칼빈은 매매나 혈연이나 다른 인맥의 연줄로 모든 성직이 임명되었다고 밝힌다. “값을 지불하고 성직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면 혈연이나 인척 관계로 직분을 받고, 또 어떤 이들은 부모의 영향력으로 받고, 또 어떤 이들은 스스로 아첨하고 아양을 떨어서 직분을 받기도 한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임명된 무자격 사제들은 목회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여, 교회 일에는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온갖 종류의 악행과 범법행위를 자행한다...그들의 도덕성은 어떠한가? 오늘날 그처럼 사치하고, 나약하고, 쾌락적이고, 온갖 종류의 정욕으로 악명 높은 사람들의 집단이 없고, 이들만큼 온갖 사기와 협잡과 반역과 배신에 능수능란한 대가들도 없고, 해를 끼치는 일에 그렇게 교묘하고 대담한 자들도 없다. 그들의 뻔뻔함, 교만, 탐욕, 잔인함, 무절제한 방종 등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불법을 자행하면서 사제 직분을 남발하다보니 교회 문제로 법정은 언제나 송사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논란과 시비가 폭발하고 법정 고발과 고소가 줄을 잇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칼빈은 “그러면서도 그들은 어찌나 뻔뻔스러운지 온갖 망령되고 추잡한 것들을 교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모든 책망을 면하려하였다. 이런 악행을 하면서도 자신들은 거룩한 사도적 계승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에 교회가 부흥한다고 자랑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무자격 범법자들을 성직자로 임명하였기 때문에 교회가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비열한 방법을 통해 모든 권력은 로마에 집중되었고 교회의 질서는 완전히 와해되었다. 그러자 야망 있는 자들, 탐욕이 가득한 자들, 성직 매매를 일삼는 자들, 불경한 자들, 축첩자들, 근친상간을 일삼는 자들 등 온갖 죄악 된 자들이 각지로부터 로마로 몰려들어 교황의 권위로 교회의 명예로운 직분을 얻기 위해 애쓰며, 온갖 속임수와 협잡과 폭력이 난무하였다”고 한탄한다.
그 결과 교회의 모든 질서가 무너지고, 지방 교회들은 갖가지 잔인하고 비통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였다. 그런 부도덕한 사람들이 자행하는 여러 종류의 모순은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질서 가운데 그보다 온갖 추잡한 악행들로 더럽혀져 있는 것이 없으며, 그 이상 분열과 증오, 파당심, 음모가 그렇게 맹렬하게 타오른 곳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사창굴이 아니고 순결한 성소인 곳은 열 곳 가운데 한 곳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식사에는 검소한 면이 나타나는가? 그들은 마치 돼지들처럼 살이 피둥피둥 쪄 있다.”
이런 악한 자들이 사기수법으로 어리석은 백성의 돈을 갈취하고, 순교자들의 유품을 갖고 다니며 장사하고, 죽은 시체의 뼈를 순교자의 유골로 속이는 등 온갖 악행들을 일삼으면서 교회를 부끄럽게 한다고 칼빈은 지적한다. 이것이 돈과 권력만 따르는 부도덕한 집단들이 만든 유산들이다. 그들이 돈과 권력을 탐한 결과 종교개혁이란 심판으로 최후를 맞았다.
칼빈이 밝힌 중세말기 사제들의 타락상이 마치 현대의 기독교 교단 일부 지도자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느낌이다. 돈과 교권 욕심에 사로잡혀 합법을 가장한 권모술수, 탈법, 금권선거 등 온갖 비리로 지탄 받으면서 난리인데도 염치도 없이 뻔뻔하게 계속 다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칼빈이 지적한 것처럼 얼마나 수많은 성도들이 타락한 교권에 눈먼 자들을 보면서 한탄하고 있는가? 현대 일부교단의 문제로 얼마나 많은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런데도 한 사람도 회개를 부르짖지 않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칼빈이 가르치는 청빈사상을 실천하여 옛 전통과 명예를 회복하기 바란다.
박희석 교수(총신대학교 전부총장 및 신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