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목회자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는데, 왜 이렇게 된건지?
대답) 미국에 가면 이런 유머가 있는데요. 왜 코끼리가 강대상으로 올라가는지 아느냐? 비스켓이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세상적으로 보면 아무 이익도 없었습니다. 완전히 희생하고 손해보고 고생하는 자리였거든요. 근데 교회가 성장하고 기독교인들의 생활수준이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지니까 이제는 교역자가 된다는 것이 세상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는 것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어요. 말하자면 비스켓이 있는 겁니다. 물론 순수하신 마음으로 목회를 시작해 지금도 거룩한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분들, 말하자면 순수한 신앙적인 동기가 아니고 세속적인 동기로 목회에 뛰어든 사람도 많아요. 그리고 인간은 아주 교묘해서 자기 자신을 속입니다. 사실은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세속적이 동기 때문에 목회에 뛰어들었는데, 그걸 거룩한 것으로 옷을 입혀가지고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은 그걸 몰라요. 인간이라는 것은 아주 교묘하고 자기자신을 쉽게 속일 수가 있거든요. 이건 철저한 자기 검증이 없으면 발견하지 못합니다. 자기는 아주 순수하게 하나님 영광을 위해서 하나님 사랑을 위해서 희생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동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실패하고 있어요.
교회도 목사님 모실 때 비슷합니다. 설교를 잘하냐 행정을 잘하느냐 인간관계 좋으냐 이런 걸 따지지 그 사람이 어느정도 순수한가 어느정도 도덕적인가 이런 거에 관심을 안두고, 또 이 분이 교회에 오면 교회가 커질 것인가 이런 것에 관심을 쓰거든요. 오늘 대교회에 대한 책임은 목회자에게만 있는게 아닙니다. 장로 교인들에게도 있습니다. 하여튼 목사님 오시면 우리 교회 커져야 된다. 그러니까 커지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요소만 강조할 뿐입니다. 사실 도덕적으로 엄격하면 교회성장이 잘 안돼요. 그리고 그런 목회자를 교회들이 원치 않고. 그렇게 되버리면서 결국 악순환이 되는거죠.
질문) 목회자들이 스스로 성찰해야 할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겠군요?
대답) 그렇습니다. 목회자 스스로의 자기성찰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외부의 압력이 좀 있어야 합니다. 너무 인간적인 사고라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인간의 부패성을 굉장히 강조를 하거든요. 거기서 민주주의가 태어난 겁니다. 민주주의라는 건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보다는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면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는 것이거든요. 마찬가집니다. 목회자도 스스로 깨끗하게 거룩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안 됩니다. 어떤 제도에 의해서나 어떤 분위기에 의해서나 어떤 감시를 받고 견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교단 차원의 제도적 제어장치는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대답) 전혀 안 돼 있죠. 형식적인 제도는 있을 지 모르지만, 그 제도를 실제로 운영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교단 그 자체가 정치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단도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내가 아는 한 큰 교단들은 교단 운영을 성경적으로 원칙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정치,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정치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윤리적인 제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노회라는 것이 그것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그런 기능을 제대로 하는 노회는 거의 없지 않나 싶어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 그런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노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그렇다면 교단차원의, 또 한국 교회 전체의 반성과 개혁이 필요할 것 같은데, 한국교회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대답) 한국교회의 부패상은 제가 아는 한 개신교 역사상 가장 심합니다. 제가 교회사학자들에게 물어봤어요. 종교개혁의 천주교 이외에 개신교가 오늘 한국교회 만큼 부패한 교회가 있었느냐? 아무도 대답을 못해요. 부패 정도는 굉징히 심각합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아마 한국교회는 완전히 무력해지고 말 것이고, 교회는 아주 사회 변두리로 나오고 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세속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영향을 행사해서는 안되거든요. 세속적인 방법이라는게 정치권력, 돈, 물리적인 힘 이런거 아겠습니까? 종교는 그렇게 해가지고는 절대로 사회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종교 자체도 존속할 수 없고, 또 사회에 존재해야 할 긍정적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기독교인들이 이를 아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교회가 좀 부족하더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계속 이어져야 하지 않나?
대답) 물론 그것은 당연한 이야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를 않죠. 어떻게 기독교 지도자들이 도덕적으로 부패했는데, 복음이 살아날 수 있습니까? 일단 비도덕적이면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게 됩니다.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 사람이 아무리 복음을 전달해봐야 그게 전달되지도 않고 믿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복음을 강조하면 할수록 복음 자체가 우습게 돼버리죠. 그러니까 도덕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복음은 살아있어야 한다. 너무나 옳은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장로님이 바라는 목회자 상은?
대답) 저는 뭐 모든 목회자가 성자가 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교인들의 생활보다는 조금만 더 고상하고 좀더 윤리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욕심을 조금 줄여야 합니다. 명예는 그리스도인들이 너무 추구하면 안 되거든요. 내가 옳게 살아서 사람들이 인정해서 받는 명예라면 좋은거죠. 그렇지만 그걸 추구할 이유는 없잖아요, 하나님의 인정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그리고 명예라는 것은 명예를 추구하지 않을 때 오는 거지 추구하면 오히려 추해지구요, 명예는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명예욕도 좀 줄이고, 또 경제적으로도 성도들보다는 좀더 검소하게 살 필요가 있어요. 검소하게 살면 경제적으로 그렇게 많이 욕심을 낼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근본적인 신앙태도, 하나님을 정말로 믿고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에게 상을 주신다는 것을 확실히 믿으면 그게 삶에 반영될 것이고 반영이 되면 윤리적으로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손봉호 박사, 장로(예장 고신)
서울대 영문과 졸업,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 M.Div,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Ph.D. 사당동 총신대 교수.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 외국어대 교수, 동덕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