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종교개혁으로 인해 예배 형식은 이전과 몰라보게 달라졌는데 예배가 놀라울 만큼 단순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성경’과 ‘규범적 원칙’을 적용시킨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종교개혁은 기존의 예배에서 성경의 명시적 명령이 없는 인간적 전통들을 예배당 밖으로 추방하였다. 예배당 구조는 보다 단순화 되었고, 그림이나 형상들은 제거되었다. 화려한 성찬상 대신 단순한 강대상이 중앙에 위치하게 되었다. 성가대가 없어졌으니 그들이 앉는 자리나 그들이 입는 화려한 의복도 사라지게 되었다. 성인들을 숭배하는 절기나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도 교회 속에서 폐지되었다. 개혁교회는 하나님만을 경배하는 것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여 순결한 교회를 이룩하였다.
예배의 단순함은 개혁교회의 예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순수한 말씀이 성례와 더불어 참 교회의 표지라면 단순한 예배는 참 예배의 표지라고 할 수 있다. 개혁교회가 이렇게 단순함을 추구한 이유는 예배의 대상이 오직 하나님이라는 것을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개혁교회는 하나님을 진정으로 예배하기 위해서는 예배의 형식도 오직 하나님이 정하신 방식이어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이 점에서 개혁교회는 제1계명뿐만이 아니라 제2계명도 아주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제1계명이 예배의 대상에 관한 것이라면 제2계명은 예배의 방식에 관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개혁가들은 우상을 예배에 있어서 하나님이 정하시지 않고 인간이 고안해 낸 모든 것으로 이해하였다.
사람들이 우상을 고안해 내는 이유는 그것들이 하나님을 경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로마 카톨릭 교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보이는 그림, 성인들에 대한 기도, 그들을 위한 절기 등 이 모든 것들이 성도들로 하여금 거룩한 마음을 가지게 하고 그 결과 하나님께 보다 더 잘 예배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교회는 수많은 인간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98문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식 외에 다른 방식으로 예배하는 것이 하나님보다 더 지혜롭다고 자처하는 것이라고 정죄한다. 개혁교회의 예배는 이런 교만한 자들과의 오랜 투쟁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개혁파 교회의 예배가 단순함을 추구하였으나 이것이 무형식을 추구하였다는 식으로 오해하여서는 안 된다. 종교개혁은 비성경적 형식에 대한 반발이었지 모든 형식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개혁교회는 교회의 모든 실천적 영역에 있어서 질서정연함(decency)을 추구하였다. 이 점에서 개혁교회는 모든 형식을 인간적인 것으로 매도한 재세례파나 신령주의자와 구별된다. 심지어 성경적인 예배 형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교회 성도들에게 실제적인 유익이 되도록 하는 데 힘썼다.
예를 들어,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재세례파에 의해서는 비성경적이라고 낙인찍힌 유아세례는 개혁교회에서 언약신학으로 말미암아 훨씬 더 풍성하고 유효하게 실행되었다. 심지어 성례로 간주되지 않았던 견신례나 혼례성사 및 서품성사도, 단지 그것들이 성례로 인정받지 않았을 뿐이지, 교회 안에서 중요한 예식으로 올바르게 자리를 잡았다.
고려신학대학원 교수진이 공동집필한 [개혁주의를 말하다]에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