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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8-26 18:19
심리 테스트에서 떨어지는 한국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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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창암
조회 : 1,607  

약 30년 전 내가 미국 개혁교단(CRC)에서 목사안수 받을 때는 정신과에서 심리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목사가 될 사람으로서 정신적인 문제가 없는지를 검사하는 것이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쉽게 통과하는 의례적인 절차였다.

그런데 한국인 목사후보생들이 이 테스트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였다. 이유인즉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가 교회와 가정 중에 어느 쪽이 우선적이냐고 묻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교회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관점에서 목사가 자신의 가정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면서 교회 사역에 치중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신앙생활해온 이들에게는 주님의 일과 교회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가정까지 희생하는 것이 목사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십자가라는 신념이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선배 목사들이 모두 이 길을 걸어갔던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자신을 따라오려거든 부모와 형제와 처자를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듯이 어느 시대건 복음 사역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이들은 이런 유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선교 일세기 동안 한국교회를 일구어온 목사들의 남다른 헌신을 이끌어온 것도 이런 스피릿과 사명의식이었을 것이다.

오랜 교회역사 속에 그런 희생이 요구되지 않는 미국교회의 상황에서는 그런 식의 목회는 매우 비정상으로 보일 것이다. 목사안수를 받은 후 한 미국 교회에서 나에게 보내온 청빙서류를 보니 연봉과 여러 가지 혜택, 일 년에 휴가가 며칠인지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런 호강은 과거 한국교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목사들은 가족과 휴가를 누릴 수 있는 여유는커녕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열악한 목회 환경에서 불철주야 교회를 돌아보느라 가정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야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목사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돌아갔다. 목사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세심한 돌봄과 사랑마저 교인들에게 다 빼앗긴 채 가난과 궁핍에 찌든 처절한 삶을 감내해야 했다.

신학교수들 가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구신학을 누군가 전수해 와야 했던 한국교회의 초창기 상황에서 그들은 가족을 남겨두고 혈혈단신으로 외국으로 건너가 몇 년 동안 재정적인 어려움과 언어의 극심한 한계를 극복하며 피 말리는 노고로 신학학위를 끝내야만 했다.

서구의 유구한 신학적인 전통과 유산을 전수받아 자국어로 자유롭게 신학을 연구하며 여유로운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외국 신학생들과는 처지가 완전히 달랐다. 외국유학기간동안 그들의 가정은 내팽개쳐지듯 희생되었다. 한때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박윤선 박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신학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겪은 아픈 과거사이다.

나도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공부를 끝내고 귀국하면서 미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닌 딸과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아이를 데려왔다. 한국어 수업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외국인 학교에 보낼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부산에 있는 일반학교에 집어넣었다. 한국에 오기를 아주 싫어했던 딸아이는 한 낙후한 여자 중학교에 들어가 엄청난 문화적인 충격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사춘기를 보내야했다. 딸은 미국에서의 즐겁고 발랄했던 모습과는 달리 항상 그늘진 얼굴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런 딸의 고충에는 깊은 관심과 배려 없이 한국에서 새로 시작한 교수사역에 흠뻑 도취되어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아비를 원망하지 않고 잘 자라준 딸에게 미안하며 감사하다. 처녀 때는 나를 닮아서인지 성깔이 있더니 이제 결혼하여 자신도 딸을 가진 엄마가 되니 못난 부모에 대한 배려가 더 각별해졌다. 아마 내 딸이 자신이 상처받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 아비의 치부를 드러낸다면... 딸아 많이 미안하다. 그리고 깊이 감사한다. 나뿐 아니라 우리 모든 목사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이 말을 꼭 들려주어야 할 것이다.

박영돈 교수 페이스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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