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진리’를 확립하여야 하는가?
메이첸(John Gresham Machen, 1881-1937)은 신약신학자이지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교리문답에 관한 광범위한 이해와 숙지를 바탕으로 성경을 연구한 신학자였다. 그런 메이첸이 한 라디오 방송의 강연에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에 나오는 세 번째 질문 곧, “성경이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과 관련하여 “성경이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사람이 하나님에 대하여 믿을 것은 무엇이며,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요구하시는 본분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하는 것을 언급하며 이르기를, “이 대답에서 여러분이 주목하기를 원하는 것은, 성경은 가장 중요하게 먼저 사람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즉, 교리)를 가르치고, 그 다음에 사람이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즉, 삶)를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즉 진리를 행위 앞에 둡니다. 삶 이전에 교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진리가 행함의 기초가 되고 교리가 삶의 기초가 되도록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첸의 이러한 설명은 참으로 개혁된 신학으로서의 개혁신학의 양상과 풍토가 어떠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깨우치게 한다. 교리와 그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논쟁적인 논증을 빌미로 경건의 실천 즉, 삶을 강조했던 경건주의(Pietism)와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는 개혁주의 신학 사이의 근본적인 구별이 바로 메이첸이 설명하는 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즉 참된 신학은 삶으로 교리를 증명하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교리의 증명으로서 삶을 개진하는 방식으로서 이뤄지는 것임을 메이첸은 분별하여 설명한다.
그러나 메이첸이 이미 언급한바와 같이 “오늘날 대체로 이 순서가 바뀌었”다. “삶이 먼저 오고, 교리는 그 다음에 온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서, 심지어는 개혁신학과 교리를 가르치는 자들 가운데서도 동일한 역전을 정당하게 설명하려는 자들이 생겨난 실정이다. “종교는 우선 경험이고, 그 다음에 교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현대주의에서는, 메이첸이 잘 설명하는 바와 같이 “교회의 위대한 신조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 안에 담긴 것들이 참(진리)이라서가 아니라, 지나간 시대의 언어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아직도 공유하는 경험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마찬가지로 성경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메이첸의 시대에 대하여서도 그는 이르기를 “바로 이것이 우리 시대에 종교 세계에서 압도적인 입장입니다. 종교를 경험으로 보고, 교리를 그저 필연적으로 변화하는 경험의 표현으로 보지요. 삶이 먼저이고, 삶의 표현으로서 변하는 것이 신조인 겁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런즉 지금 우리의 시대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메이첸은 덧붙여 언급하기를 “이것이 현재에 팽배한 입장(현대주의 혹은 자유주의)을 집어내는 표지(십볼렛, shibboleths)입니다.”라고 말했다. 개혁주의 신학의 참된 맥락과 현대주의 혹은 자유주의의 정신을 집어내는 주요한 십볼렛 가운데 하나는, 지금도 여전히 교리보다는 삶을 앞세우는 정신에 대한 구별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으로 진리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우리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니 말이다!
발체: 장대선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Th.M, 대신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