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광화문에 있는 한 대형서점에서 책 한 권을 구입했다.
원작 행크 해네그래프의『Christianity In Crisis: The 21st Century』를 번역한 ‘바벨탑에 갇힌 복음’, 679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저자 행크 헤네그래프는 대담 방송 프로그램 ‘바이블 앤서 맨’(Bible Answer Man) 진행자로서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한국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기독교연구소(CRI., The Christian Research Institute,) 책임자로서 기독교의 진리를 사수하기 위하여 성경적 시각으로 이단과 사이비 종교연구와 분별에 있어서 매우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의 책이 처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1992년,〈Harvest House Publisher〉가 447쪽으로 발행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날 즈음 한글 번역판이 나온 것이다. 한글 번역판 발행인은 “왜 지금 한국 교회가 생사를 논해야 할 만큼 이토록 절박한 지경에 이르렀을까요?”라는 궁금증을 유도하면서 “가장 큰 이유 하나는 한국 교회를 덮친 ‘성공과 번영복음’ 이라는 쓰나미 때문” 이라는 말로써 “발행인 글”에 붙였다.
한국 교회의 심각성에 대한 위기의식은 오래전부터 가져왔다. 그것은 교회가 성경보다 현상적인 ‘문화’와 ‘사조’(思潮)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한국 교회는 의식하지 못하는 암(癌) 덩이가 손을 쓰지 못할 만큼 전이(轉移)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절박한 마음이 이 글을 서둘러 쓰게 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교회 안 깊숙이 복음을 대신하여 자리 잡은 ‘신사고’ 사조(思潮)에 대한 개혁 수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쓰는 것이다.
신사고운동에 흔들리는 시대
호주 멜 보른 출신의 금발의 여성 론다 번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책 ‘시크릿’『The Secret』(2006) 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크릿은 ‘끌어당김의 법칙’(The Law attraction) 곧 ‘창조의 법칙’으로 통한다. 이 책은 주저 없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40개국 언어가 동원되어 번역 경쟁을 벌였으니 아마도 수천만권의 책이 팔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자조와 영성도서’로 알려진 270쪽의『The Power』(2010)가 바로 그 속편이다.『The Secret』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비결을 묶어 세상에 내놓았다지만 그 성공을 몸소 체험한 사람은 1%에 불과하단다. 경제적 부(富)가 인생의 성공일까는 적이 의문이다.『The Secret』은 단순히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안내서가 아닌, 19세기 신사고를 잇는, 20세기 신앙세계를 혼돈으로 몰고 온 마력 같은 사상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비성경적인, 교묘한 시대사조의 홀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한국 교회는 지금 그 홀림에서 길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찰스 피터 와그너(1930-2016)의 ‘신사도 개혁운동’(The New Apostolic Reformation Movement)이 서울의 한 대형교회를 점령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야 할 교회가 바람 같은 시대사조의 홀림에 길을 잃었다면, 더 이상 세상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바람을 심고 광풍을 거둘 것」(호8:7)이다. 예수님은「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있느냐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아니하겠느냐」(눅6:39)라고 말씀하셨다. “돈과 건강, 권력에 눈이 멀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한국 교회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통회하는 마음으로의 진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의 로버트 슐러(1926-2015) 목사, 1955년 그는 단돈 500달러를 가지고 하나님의 필요가 아닌 ‘인간의 필요’(human-need)를 찾아서 캘리포니아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적중했고, 그의 인기에 대한 열광은 하늘을 찔렀다. 목회 현장의 목사들은 앞 다퉈 그의 ‘성공적’ 목회를 부러워했다. 그래서였을까. 실제로 한국 목회자들은 슐러의 목회를 배우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슐러는 ‘인간의 필요’를 위한 목회를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1977년 슐러는 가든 그로브에서 2,600만 달러 공사비로 1만개의 유리 조각 건물 ‘수정대성당’(Cathedral)을 세웠다. 게다가 1970년 그의 TV ‘권능의 시간’(Hour of Power) 설교는 전 세계 180개국에서 매주 2천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인간의 필요’ 목적 달성을 위한 목회에 성공한 것 같았다. 그가 설교를 통하여 강조한 것은 ‘긍정의 힘’이었다. “나는 긍정적인 생각을 믿는다. 그것은 거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만큼 중요하다.”(I believe in positive thinking. It is almost as important as resurrection Jesus Christ.)라는 말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당신은 당신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You Can Become the Person You Want to Be.) 그래서 슐러를 신사고운동의 한 축인 ‘번영신학’ 지지자로 구분하는 이유다. 슐러는 말년에 가족들 간의 분쟁과 교회의 부채를 감당 못하여 결국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게 되었고, 교회당 건물은 로마천주교 오렌지교구에 경매 처분되었으며, 교인들은 둘로 갈라섰다. ‘긍정의 힘’의 한계였을까?
과연「물과 성령으로」(요3:5) 거듭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참된 ‘긍정의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성공이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마16:26)
예수 믿는 것 이상의 또 다른 성공이 과연 있을까?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믿는 모든 기독교인들의 성공이신「길·진리·생명」(요14:6)이시다.
교회 역사에서 비성경적 이단과 이단적 사이비를 가리는 기준은 삼위일체(The Trinity), 창조(The Creation), 타락(The Fall), 성육신(The Incarnation), 교회(The Church), 그리고 마지막 심판(The Last Judgement) 신앙에 대한 그릇된 해석이나 재해석에 두었다. 신사고운동은 이와 같은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사고의운동의 배경
‘번영복음’, ‘믿음의 말씀’, ‘신사도개혁’, ‘뉴에이지’(The New Age), ‘긍정적 생각’,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 ‘토론토 축복’(The Toronto Blessing, 1994)과 ‘웃음부흥’(Laughing Revival) 및 ‘지속적 부흥’(The Enduring Revival) 등은 모두 19세기 미국에서 발생하여 20세기에 꽃피운 신사고 사조(思潮)의 맥락(脈絡)에서 이해된다.
○신사고운동의 연원
19세기 미국은 영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다양한 이민문화를 배경으로 많은 종교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대두된 전성시대다. 17세기~18세기 미국은 사실상 청교도의 엄격한 기독교 신앙중심 문화에서 발전했고, 이민자들은 기독교 문화에 거의 강요당했다. 그런가하면 19세기는 다양한 문화 배경의 유럽 이민자들이 북미주 정착에 성공하면서 청교도적 공동체의 경직된 신앙에서 개인 자유를 추구하는 노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실제적 신비주의로 특징되는 ‘신사고운동’(The New Thought Movement)이라는 것이다.
‘신사고’(The New Thought)라는 용어는 기독교적 배경에서 비롯된,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마음’과 ‘정신’이다. 이 용어는 아마도 성경(빌4:8)에서 상징적으로 채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신사고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존재와 개인적 경험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때로는 세속적 목적을 위해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사고운동의 연원에서 볼 수 있는 그 사상적 뿌리는 성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긍정의 배신’『Bright-Sided』의 작가 바버라 에렌라이크(Barbara Ehrenreich) 박사는 신사고운동의 ‘긍정적 사고’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긍정적 사고는 죄의식과 자기절제, 노동 윤리를 강조하던 칼뱅주의 기독교 정신에 대한 반발로 생겼다.’라고 말하고, ‘칼뱅주의의 엄격함 속에서 유행하던 신경쇠약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19세기 중엽에 피니어스 큄비와 메리 베이커 애디는 신사고운동을 전개하는데 이들은 심판하는 신의 이미지 대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따뜻한 정신으로서 신을 주장한다. 정신이 제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라.’라고 했다.
이러한 신사고운동의 근본은 고대 신비종교(Mystery Religion) 카발라(kabbalah, 유대 신비주의), 노스티시즘(Gnosticism), 로시쿠루시안니즘(Rosicrucianism, the rose & cross), 스웨덴보르기아니즘(Swedenborgianism), 디오소피(Theosophy), 허매틱 마술(Hermatic magic) 등의 융합이며, 그 지류는 일치교회(Unity Church), 크리스천 사이언스(Christian Science), 신성과학(Divine Science), 마음의 과학(Science of Mind), 믿음의 말씀(Word of Faith),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What I Know For Sure』(2014)의 저자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Oprah Gail Winfrey)와 새로운 영성(New Spirituality), 그리고 관련된 단체는 비밀사회(Secret Societies), 프리메이슨(Freemasons) 등으로 이어진다.(crossroad)
○신사고운동의 의의
신사고운동은 기독교, 힌두교, 불교, 철학적(플라톤의 이상주의, 칸트의 선험주의, 헤겔의 관념론, 라이프니찌의 단자론) 이상주의를 융합한, 긍정적 사고에 근거한 ‘마음 치유운동’(a mind-cure movement)이다. 그 개념에는 공동창조(Co-creation), 인권(Human rights), 과학적 사고(Scientific thinking)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신사고운동은 자기계발(self-help 혹은 self-improvement)에 기본적(건강, 재부, 행복)인 몸을 다스리는 마음의 치유(治癒), 즉 몸을 다스리는 것은 마음이기 때문에 마음을 치유하면 몸의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운동이다. 미국의 철학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신사고운동의 배경에 대하여 ‘종교적 다양성’『The Varieties of Reigious Experience』(1902)을 존중한, 종교적 회의론에 대한 반응으로서 형이상학적 철학과 낭만적 분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면서, 신사고를 ‘건강한 마음 상태의 종교’(Religion of Healthy Mindedness)라고 그 의의를 언급했다.
신사고운동의 발전과정
“문제는 ‘마음’에 있다. 몸은 마음이 거하는 집에 불과하다” 신사고운동의 창시자 피니아스 파크허스트 큄비(Phineas Parkhurst Quimby, 1802-1866)의 말이다. 1838년 큄비는 최면술 연구를 시작하여 “정신적 치유”(mental healing) 개념을 발전시킨 최면술사로 알려지고 있다.
○신사고운동의 대부
최면의 현대적 치료법 역사는 18세기 오스트리아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1734-1815)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스머는 ‘최면의 아버지’로 간주되고 있다. 변영돈 박사의 ‘최면의학’에 의하면 ‘최면은 과학적이지만 신비한 면도’ 있다고 한다. ‘최면은 병의 근원이 몸과 마음의 경계상에 있다고 보고, 그 몸과 마음의 경계선을 타고 깊숙하고 고요한 정신세계의 내부로 들어가는 치료법이다’라고 소개했다. 큄비는 종교와 과학, 최면을 융합시킨 ‘정신적 치유’로써 신사고운동 발전에 기여한 것 같다(최면의 의학적 요법은 필자가 논할 범위가 아니다).
‘신사고운동의 아버지’(Father of New Thought)는 미국인 피니아스 파크허스트 큄비로 알려지고 있다. 큄비는 미국 동부 뉴헴프셔(New Hampshire)의 레바논 출신이다. 큄비는 독일인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Franz Anton Mesmer, 1734-1815) 박사의 ‘최면술’에 흥미를 가진 추종자였다.
‘최면술’이라는 말의 ‘메스머리즘은 18세기 프란츠 안톤 메스머의 이름에서 딴 것이라고 하는데, 메스머는 처음으로 최면술을 계발한 원조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학계에서는 공인되지 않은 치료 요법이었다. 메스머는 오스트리아의 빈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특히 점성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우주 공간의 행성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관한 연구를 했다. 실제로 안토니는 1766년, <행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철학·신학·의학)를 받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 그의 최면술에 관한 논란이 일자, 1778년 안톤 메스머는 프랑스 파리로 옮겼고, 거기서도 의학계의 전문가들에 의한 검증에서 ‘유체 존재’ 설은 황당하며, 최면술 요법은 ‘마술’(魔術)에 불과하다는 결론이었다. 그 후 안톤 메스머는 파리에서 추방되었다.
큄비는 유럽 학계의 이런 검증 결과와는 상관없이 안톤 메스머를 추종한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이며, 실제로 메스머의 최면술 요법에 상당한 경험을 쌓고, 최면술을 통한 ‘마음 치유’(mind-healing)를 터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으며, 몸의 질병은 마음의 문제에 있다는 자기 경험적 확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큄비는 안톤 메스머의 최면술이 긍정적 ‘생각’(thought)이라 이해했고, 그 생각을 환자에게 고칠 수 있다는 ‘낙관적 생각’을 갖게 하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1859년 큄비는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 정신 치료를 위한 사무실을 개설했다. 일종의 최면술 요법 의원인 셈이다. 그러나 큄비 역시 죽음의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신사고는 미국의 형이상학적 심령철학이다. 현재 신사고 ‘교회’, 그룹, 센터가 미국 전역에 약2,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사고운동의 세 축(軸)은 일치교회(The Unity Churches), 종교과학교회(Curche of Religious Science ), 거룩한 과학교회(Divine Science Church)이다.
발체: 이병길 목사 (1971년, 1974년 고신대학, 대학원 졸업)
1974년∼79년 서울 중앙 교회 강도사, 부목사 (경기 노회)
1982년∼ 총회 선교부 선교국 선교 개발 연구원 (중국)
1985년∼현재 중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