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아포라(adiaphora), 비본질적인 문제들에서 자유하라!
한국칼빈학회(회장 박경수 교수)는 19장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대해서 강의하면서 아디아포라(adiaphora)로부터의 자유에 대해서 강조했다.이해를 위해서 먼저 '아디아포라'란 단어를 잠시 살펴보자. 아디아포라는 희랍어 '아디아폴론'의 복수형으로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용어는 '성경에서 명하지도, 금하지도 않은 행동들'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종교개혁에 있어서 루터와 칼빈 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는데, 그것은 아디아포라의 문제였다.
루터와 칼빈, 쯔빙글리와 멜랑히톤 모두 근본적으로 성경에 기초한 개혁을 말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디아포라의 문제에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취했다. 루터는 성경이 명백하게 금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 로마교회의 전통과 관습은 구속력이 있고, 따라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칼빈은 성경이 명(命)하지 않는 한 로마교회의 모든 전통이나 관습들은 거부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원리는 교리적인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교회관이나 교회정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성경이 명백하게 말하고 있는 것을 디아포라(diaphora)라고 하고 반대로 성경이 명백하게 말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임의로 할 수 있도록 남겨진 영역을 아디아포라(adiaphora)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몇 시에 예배드릴 것인가, 예배 시에 어떤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할 것인가, 예배순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여기 속한다.
박 교수는 칼빈을 인용하여 자유는 칭의로부터 나온다고 하며 그리스도인의 자유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했다. 첫 번째 차원의 자유는 율법으로 부터의 자유이다. 두 번째 차원의 자유는 자발적으로 순종하는 양심의 자유이다. 세 번째 차원의 자유가 아디아포라(adiaphora)로부터의 자유 즉 비본질적인 문제들로부터의 자유이다.
박 교수에 의하면, 칼빈은 일상가운데 비본질적인 것 때문에 양심에 거리낌이나 마음에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가르쳤다. 예를 들어 성례에서 어떤 포도주를 쓸 것인지, 물을 한번 뿌릴 것인지 세 번 뿌릴 것인지와 같은 것들은 각 지 교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얽매여서 신앙 양심의 거리낌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디아포라로부터의 자유이다.
박 교수는 아디아포라로부터의 자유는 교회 정체 체제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의하면 교회 정치체제는 구원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에 장로교 정치제도 뿐 아니라 감독정치도 가능하다고 칼빈은 주장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아디아포라로부터의 자유는 칼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칼빈주의 신학자들이 아디아포라로부터의 자유 부분을 몰라서 너무 편협적인 경향을 띠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칼빈학자들 간의 일부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칼빈이 아디아포라로부터의 자유를 중요시 여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비본질적인 것에 얽매여서 갈등을 만들고 거기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나 또한 칼빈이 밝혔듯이 우리의 자유를 방종과 남용의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의했다. 우리는 약한 형제들의 무지와 형편을 고려하면서 자유의 사용을 조절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사랑을 추구하며 이웃의 덕을 세우는데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명백한 규칙은 이웃의 덕을 세우는 결과가 될 때에는 우리의 자유를 행사하고, 이웃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의했다. 우리의 자유는 신앙 양심의 자유이다. 박 교수에 의하면 양심이라는 말은 con+scientia (하나님과 공유한 지식)이다. 따라서 양심의 문제는 Coram Deo의 문제이고 우리의 자유는 바로 하나님 앞에서의 자유이다. 비본질적인 것으로부터 자유하여 말씀의 본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체: 한국칼빈학회